모든 고유함이 가치가 되는 세상
의자2
이 제안서 아이디어는 누가 낸 것인가?
회의실에서 한 임원이 물었다.
의자 3
'기획팀 이대리입니다'
의자 2
'내일 오전에 계열사 임원도 동석할 예정이니 이대리에게 발표 준비하라고 전하게'
이대리는 명석하고 분석력이 탁월한 뿐 아니라, 아이디어가 많은 직원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건 그에게 틱장애가 있다는 사실이고, 그 임원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발표 당일, 이대리는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제안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사말을 시작하자마자 평소보다 심한 틱 증상이 나타났고, 발표는 결국 중단되었다.
임원은 고함을 치면서 윽박질렀고, 그 회의실은 참담함의 정적으로 이어지고
모두가 의자에 몸을 굳힌 채 당황해했다. 무엇보다 이대리의 얼굴에 뚜렷이 스며든 상처의 흔적은 회의실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후배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몸서리칠 정도로 안타까웠고,
동시에 이것 또한 내가 풀어야 할 문제는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런 황당한 상황에 필요한 것은 막연한 이해를 넘어 서로의 다름을 지켜줄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
의자 1
‘어떻게 하면 기업의 효율과 생산성에 기여하면서, 개개인은 위축되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며 효능감과 유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을까?’
의자 2
'HR, HRBR, 성과평가 그런 형태여야 할까요? 필요는 하지만 그런 것으로는 충족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의자 1
'사람이 모이는 장소에 연결되는 기능을 고민해 보자.
그날 회의실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실수가 상처가 아닌 배움이 되는 환경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 고민의 끝에서 우리는 새로운 회의 앱을 만들기로 했다.
단순한 기능을 구현하는 개발이 아닌 습관과 생각을 바꾸게 해야하는 이런 프로젝트는 기술을 접목하는 부분에서 몇 가지의 추가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단순 기능구현 이외에 패러다임전환까지 전환시켜야 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솔루션으로의 기능구현이 요구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버려야 할 익숙함에 대해선 외면하게 할 새로움이 필요하고,
그 새로움을 받아들일 명분인 철학이 기술에 내재되어야 한다.
경험상 새로운 변화는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는 생겨나지 않는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신뢰의 힘을 알지만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주목받지 못한다.
따라서 익숙함의 경계를 넘는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
모든 기술의 적용 이면에 분명한 해석이 있어야 하고, 철학을 담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구현하는 기능이 특별한 의미를 내포한 경우엔 사용자에게 불편감을 주더래도 의도적으로 기능을 넣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각자 고유한 특징이 있고, 조직도 저마다의 고유한 역할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과 룰에 갇혀 고유함을 잃어버리는, 유능감을 가질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다.
만약 틱 장애를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장애로 인한 상처로 매몰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은 좋은 프로젝트로 이어졌을 것이고, 개인과 팀의 효용감은 커졌을 것이고, 더 큰 포용력과 잠재력을 가진 기회를 마주할 기회들을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세상에 필요한 의미 있는 문제를 풀고 있을지도 모른다.
좋은 아이디어는 간절함과 깊은 생각 습관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디어가 세상을 더 포용적이고 따뜻한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우리의 노력은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