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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드러운 연유라떼 May 11. 2018

백팩, 만들지라(9)

하나. 사장이 말하는 가방 회사 창업 

지난 두 편의 글은 사업자의 길을 걸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아직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가들이 나 같은 시간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가방에 대한 주제에서 잠시 벗어나 사업자등록과 그에 수반되는 업무에 대해서 말했었다. 오늘은 다시 본분대로 가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참고로 백팩, 만들지라 (6)까지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제품 디자인에서 시제품 완성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돌고래의 디자인에 대한 뒷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s Follows Function).”
                                                          
-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livan), 미국의 건축가. -


오늘은 대한민국 1등 가방 디자인 브랜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한 스타트업 < 1THEBAG >의 첫 가방, 돌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앞서 말한 대로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고 평소 디자인에 무척이나 소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전문가의 영역에서 나를 바라본다면 아마 태아 아니 배아의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디자인을 잘 모르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미국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의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라는 말은 알고 있었다.


두말하면 입 아프게도 건축계와 디자인계에서는 이미 너무나 유명한 말이기도 하다.  나 역시 1THEBAG 가방들을 디자인할 때 우연히 다시 이 글을 보게 되었고 앞으로 원더백 가방 디자인이 가야 할 나름의 방향성을 정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을 하기보다 실용성과 나름(CARRYING)의 본질에 충실한 가방을 디자인 하자.

형태, 즉 제품의 디자인에 있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예쁨만을 위한 예쁨은 제품의 심미적 요소는 충족시킬 수 있을지언정, 기능적 요소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THEBAG의 가방을 디자인할 때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고민은, ‘어떻게 하면 예쁘게 만들까’ 이 단계를 넘어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편하게 쓸 수 있을까’라는 실용성(practicality)에서 출발하려고 했다.


그러한 노력의 첫 번째는, 애초에 디자인 이론을 기초로 가방을 디자인하기보다 관찰과 경험에서 비롯된 작은 의문에서 디자인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백팩은, 가방의 정면을 테이블 등의 적당한 곳에 올린 상태에서 지퍼를 양 쪽 또는 한쪽으로 내려서 물건을 꺼내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런 전통적인 디자인과 설계 자체에 대한 물음표를 가지는 것이 돌고래 백팩 디자인의 첫 번째 화두였다.


1. 과연 가방에서 물건을 꺼낼 때, 항상 가방을 놓을만한 적당한 높이의 받침대 역할을 할 테이블 같은 것들이 항상 구비되어 있는가?


2. 분명히 백팩은 가장 많이 쓰이는 가방이고, 여행용 캐리어를 제외하고는 무거운 물건을 가장 덜 무겁게 들 수 있는 가방이다. 그런데 기존의 전통적인 디자인과 설계가, ‘뒤로 메는 가방’이라는 백팩과 어울리는 것인가?


3. 가방에는 자주 꺼내는 물건과 자주 꺼내지 않는 물건이 있는데, 전통적인 디자인과 설계는  후자를 꺼내는 데 편하게 설계되어 있는가?



1THEBAG 돌고래 (블랙 ver.)의 3면 접근을 모두 개방한 상태


정말 수많은 물음들을 떠올리고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돌고래의 첫 번째 특출 난 재능, 3면 접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른손 잡이고, 보통 백팩에서 물건을 꺼낼 때 왼쪽 스트랩을 풀고 오른쪽 측면으로 물건을 꺼낸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라도 왼쪽 측면이 더 편해 왼쪽에서 물건을 꺼내는 사람들도 있다. 왼손잡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좌측이 편한 사람도 있고, 우측이 편한 사람도 있다. 본인에게 펺한 행동 패턴은 사람마다 전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다양한 사용 패턴을 고려한 결과가, 3면 접근이다. 가방의 좌, 우, 상단 모두에서 가방 내부 수납으로 진입이 가능한 접근법! 국낸 최초 데일리 백팩에서 시도된 디자인이다.


익숙하지 않은 데서 오는 낯섦.

3면 접근도 그런 디자인이었다. 처음 지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반응은 솔직히 말하면 정말 50 : 50이었다. 평소 불편함을 못 느끼던 사람들에게는 이게 필요해?라는 냉정한 평가를 얻었고, 평소 불편함을 느끼던  사람들에게는 와!! 진짜 고민 많이 했다는 찬사와 정말 편하다는 친절한 평가를 얻었다. 약 50명 이상의 지인을 대상으로 내가 만들었던 디자인에 대한 1차 품평회가 끝나고 자신감이 생겼다. 


칭찬을 받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서 자신감이 생겼냐고?

아니다. 아까 말했다. 긍정 평가와 부정 평가 모두  50:50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얻었던 이유는 원래 불편함이 없었던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는 목적과 불편함이 있었던 사람들에게는 그 불편의 요소를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는 디자인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물론 전자들에게는 분명 인지하지 못했던 불편함이고 어쩌면 앞으로 평생 불편함이라 여기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원더백이 데일리 백팩에서 3면 접근을 국내 최초 시도해서 내어 놓음으로써 그들은 3면 접근이 된 가방의 장점을 한 번은 경험해 보았다. 그 점만으로도 나는 매우 큰 수확이라 생각한다.


언제나 처음은 낯설다.

하지만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세 번 보게 된다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것이 된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도 사람들은 비싸고 낯선 것이라 인식했다. 그리고 애플 워치가 처음 나왔을 때도 불편하지 않은데 왜 굳이 큰돈 들여 가 며 저 비싼 웨어러블 기계를 써야 하냐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고 아이폰과 애플 워치 모두 어느 순간 우리들에게 더 이상 낯섦의 대상이 아니었고 사람들은 그 존재를 인정하고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내가 디자인하고 싶은 가방도 애플처럼 경험을 선물하고 싶은 가방이다. 물론 지금은 브랜드 파워도 한 없이 약하고 아직은 성장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이 쌓인 스타트업이지만 언젠가 대한민국에서 1등 가방 디자인 브랜드로 기억되고 싶다. 그 시작이 3면 접근 디자인이다.  1 T H E B A G 의 작은 노력들이  그들에게 낯섦을 익숙함으로 바꿔줄 수 있기를 상상하며 오늘도 수많은 고민을 해본다. 





< 백팩 만들지라 >는 가방회사 사장이 직접 쓰는 창업 다이어리 형식의 기획 연재물입니다. 이 글은 예쁘고 기능도 갖춘 만능 백팩이 없나 고민하다가 약 500명의 설문 조사와 제 아이디어를 접목해 직접 가방을 만들고 창업하게 된 이야기로 구성되어있습니다. 1THEBAG 가방은 신월동에 있는 40년 경력의 전문가들의 손에서 만들어집니다. 첫 번째 펀딩과 그 이후에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이 글에 나오는 백팩, 1THEBAG 돌고래는 블랙 컬러로 와디즈에서 두 번째 펀딩을 도전했습니다.


각이 제대로 살아 있는 1THEBAG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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