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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잠 Aug 09. 2024

호기심의 무례함

호기심은 보통의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이다. 그 마음을 탓할 수 없으나 어떤 호기심은 상대를 불쾌하게 할 수도 있다.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내가 물어볼 수 말은 길을 묻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에게 다른 것을 묻는다. 하필이면 장소도 어색한 대중탕에서 말이다.


내 몸에는 커다란 수술 자국이 있다. 명치부터 아랫배까지 가로, 세로로 흉터가 남은 수술 자국은 몸의 주인인 나도 종종 낯설게 볼 때가 있다. 내 몸에 생긴 흉터는 좋든 싫든 내가 가지고 살아야 하는 문신 같은 것이다. 문제는 대중탕에서 일어난다.


“어머, 무슨 흉터가 이렇게 있어요?”, “어디 수술했어요?”, “어디 아팠어요?” 여기까지는 불쾌지수 난이도 ‘하’다. 어색한 미소로 답을 대신할 수 있다.

“목욕탕 다니기 좀 그렇겠네.”, “비키니는 못 입겠네.” 등 맘속으로 해도 될 말들을 소리 내어 말하며 뚫어지게 내 몸을 바라본다. 발가벗고 있는 어색한 자리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은 내게 무례를 범한다.

 

대중탕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끔 찜질방 같은 곳을 혼자 갈 때가 있다. 그런 날은 어김없이 한 소리씩 듣게 된다. 요즘은 대답하지 않거나 옆으로 피해 앉는다. 눈치가 있는 사람은 여기서 끝이 난다. 그러나 간혹 굳이 옆자리까지 따라와 팔뚝이나 어깨까지 툭툭 건드리며 끝까지 내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 그것은 걱정이 아니라 단순한 그들의 호기심인 것을 알기에 불쾌한 것이다. 그 호기심이 내게 무례로 전달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나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모르는 사람에게 사적인 질문은 하지 않는다. 왜 결혼을 안 했는지, 왜 아이가 없는지 이런 질문들이다. 개인에 관계된 것은 그 이면에 아픔이 있을 수도 있고 생활과 관계가 있을 수도 있다. 불편할 수 있는 질문들이다.


내 몸에 있는 흉터에는 나도 잊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상처 끌어안고 사는 나도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이 들어있다. 정작 나는 매일매일 무감각해지고 있다. 그런 기억을 발가벗고 있는 공간에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소환시킨다. 몸속으로 한 겹 두 겹 한기가 쌓여 뜨거운 찜질방을 생각하다 욕실에 뜨거운 물을 받는 것으로 생각을 정리한다.


누구나 호기심은 있으며 그 마음은 나쁜 것이 아니다. 또는 성격에 따라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사생활이이 완전하게 개인의 몫이듯 호기심의 다른 표현이 무례나 불쾌가 되지 않게 하는 것 또한 개인의 몫이며 인격일 것이다. 



Unsplash의Klara Kuliko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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