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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su Jan 31. 2020

캠퍼스를 노닐다.

Anderson collection at Stanford Univ.

2020년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1월 첫 달이 벌써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새해에도 계속되는 아인이와의 주말 데이트! 데이트라는 말 그대로 이제는 아인이와 제법 그럴듯한 대화도 나누고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 올 한 해는 한걸음 발전하고 변화한 모습으로 아인이와 노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아이는 놀랍도록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란다.


이번 글에서는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가 있어서 소개하고자 한다. 스탠포드대학교.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한 번은 들어봤을 서부의 대학교. 집에서 차로 30분 남짓 거리에 위치한 덕분에 종종 근처의 쇼핑몰(Stanford shopping center) , 쇼핑거리(University Avenue), 뮤지엄, 테니스 코트, 캠퍼스 투어 등 각종 다양한 이유를 들어 자주 방문하게 되는 곳이다.


미국의 캠퍼스는 전반적으로 학교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도시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도서관, 미술관, 캠퍼스 잔디밭 등 학교 시설에 주변 사람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스탠포드 대학교 학생 이외에도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여러 장소 중에서 특별히 좋아하는 곳은 앤더스 컬렉션 (Anderson Collection)이라고 불리는 아트 뮤지엄이다. 앤더슨 컬렉션은 캔턴 뮤지엄, 로뎅 갤러리, 아트& 건축 도서관 건물과 함께 옹기종기 모여 울창한 나무, 넓은 잔디밭을 배경으로 뮤지엄 컴플렉스를 이루고 있다. 뮤지엄에 특별히 관심이 없어도 근처 잔디밭이나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스낵이나 점심을 먹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기에도 충분히 찾을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 곳의 첫 방문은 로뎅 갤러리였다. 야외의 로뎅 조각 정원을 지나 메인 갤러리로 들어가면 아마 대부분 책에서 보았거나 한 번은 들어보았을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나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캔턴 뮤지엄의 내부로 이어지고 그 옆에 앤더슨 컬렉션이라고 불리는 현대아트 뮤지엄이 위치하고 있다.

로뎅갤러리 입구.


앤더슨 컬렉션은 유모차 없이도 아이와 한 바퀴 돌기에 적당한 비교적 작은 규모의 뮤지엄이다. 두층으로 구성되어있고 메인 전시는 위층에 있다. 입구로 들어가자 널찍한 계단이 어서 올라오라고 손짓하며 우리를 반긴다.


앤더슨 콜랙션 (Anderson Collection) 내부 계단.


규모도 작고 방문객도 적은 편이라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여유롭게 구경하기에 무리가 없다. 아직 걷지 못하는 아기가 뮤지엄 바닥을 기어 다니며 전시장에 따뜻함을 한몫 채우고 있기도 하다.


작품수는 다른 뮤지엄에 비해 적지만 유명한 작품들도 많다. 특별전은 정기적으로 업데이트되기 때문에 뮤지엄을 찾을 때마다 상설전시 사이에서 새로운 작품을 보는 재미도 톡톡하다. 조각과 그림의 비율도 적당히 섞어 전시하고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끌기에 좋다. 오늘은 특별전으로 샌프란시스코 베이스 작가인  짐 캠벨 (Jim Campbell)의  디지털 아트가 전시되고 있었는데 아이보다도 내가 더 신나 사진을 많이도 찍었다.


짐 캠벨(Jim Campbell)의 디지털 아트 작품들.


아이랑 다니다 보면 예상치 못했던 것에서 재미를 찾기도 하는데 뮤지엄에서는 휴대용 의자가 재미 요소가 되기도 한다. 미국의 많은 뮤지엄에 비치되어 있는 의자인데 도슨트 투어 때 사람들이 의자를 각자 가지고 다니며 앉아서 설명을 듣는다. 도슨트 투어는 아니었지만 빨간 의자를 하나 골라 들고 아인이와 함께 의자를 이곳저곳 옮겨가며 작품을 구경하는 게 하나의 놀이 아이템처럼 되어서 아이가 지루해하지 않고 뮤지엄 안에서의 흥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전시실의 휴대용 의자.


또 다른 흥밋거리는 다름 아닌 전시실 중간중간 비치되어 있는 도록. 전시되어 있는 그림을 보면 될 텐데 굳이 앉아서 도록을 한 장씩 한참이나 넘긴다. 그러더니 방금 지나오면서 보고 온 작품을 찾고 좋아하기도 하고 우리 이 그림 찾으러 가볼까 하며 책을 꼭 안고 전시실을 다시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렇게 아이와 그림을 즐기는 방식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적극적으로 그림 숨바꼭질에 나선 나를 발견한다.


전시도록을 들고 전시장 곳곳을 살피는 아인.


로버트 어윈 (Robert Irwin)의 작품 앞에서는 베이비 벨 (babybel) 치즈가 연상되었는지 치즈라며 특별히 좋아했다. 그럴듯한 아이의 귀여운 상상력에 웃음 짓는다.


untitled, Robert Irwin.

오늘은 전시실을 관리하고 있는 한 아저씨가 아인이에게 다가와서 인사를 건넨다. 경계하는 눈빛이 아닌 다정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며 이름과 나이를 물어보고는 아래층에 그림 그리는 곳이 있다는 정보까지 알려준다. 왠지 아이가 환영받고 있는 기분에 나까지 기분이 좋아지고 안심된다.


오랜만에 찾은 이곳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하나 생겼는데 입구에서 아트박스라고 쓰여 있는 가방을 하나 대여한다. 아인이는 특별할 건 없지만 종이와 색연필 등이 들어있는 이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 또한 즐거워했다. 그리고 아저씨가 안내해주신 아래층의 방에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아트박스를 받지 않아도 각종 서적과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료들이 방안에 넉넉히 구비되어 있다. 그곳에 앉아 쉬면서 그림도 그리고 책도 넘기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본다.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무료 관람이다.


뮤지엄 리셉션에서 대여해주는 아트박스.


참고로 근처에는 애리조나 가든(Arizona)이라고 불리는 선인장이 가득한 야외 식물원도 있고 뮤지엄 바로 앞 주차장 근처에 앤디 골드 워시(Andy Goldsworthy)의 스톤 리버 (Stone River)라는 제목의 대지예술이 나무와 풀 틈에 숨어있다. 뮤지엄 야외 정원에는 리처드 세라 (Richard Serra)의 시퀀스(Sequence) 조각이 전시되어있다. 아이와 함께 각자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그날 분위기에 맞는 공간을 일정에 더해 체험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체험해 볼 수 있는 야외의 예술품들.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를 소개했지만 같은 장소에서도 각자의 속도와 방식대로 즐기다 보면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변하는 야외 분위기와 계속 업데이트되는 전시 작품들 그리고 캠퍼스 특유의 신선한 에너지 등의 어우러져 자꾸 찾게 되는 이곳에서 다음에는 어떤 예측 못했던 일이 일어날지 나도 기대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직 나도 못해봤지만 여름에는 학교 안의 분수를 개방한다. 공식적으로 물어 들어가서 놀아도 된다고 한다. 사진으로 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아이들이 분수에서 수영복을 입고 즐거워하는 모습에 여름만 기다리고 있다.


주변의 캠퍼스, 모교를 찾아 아이와 함께 거닐며 뜻밖의 재미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주말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캠퍼스의 문턱은 높지 않다. 새로운 종류의 공원이라고 생각하면 좀 더 쉽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https://anderson.stanford.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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