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그립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다. 때로는 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등이 있다. 돈도 필요하고, 가족도 필요하고, 여러 가지 충족해야 되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중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친구이다. 사람은 그렇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안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조금 나이가 들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것이 친구이다. 죽마고우,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 군대, 직장 등 친구는 다양하다. 그러나 다양한 친구들을 만나고 사귀고 지내지만 좀, 왠지 허전하고 외롭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자신을 보더라도 그렇다. 초등, 고등학생, 대학, 목회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이 있다. 일 년에 정기적으로 여러 차례 만나는 팀들도 여럿이 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친구가 있는 것 같으면서 친구가 없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함석헌 선생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같은 사람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 시는 이렇다. 만리 길 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 놓고 갈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 다 나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탔던 배 꺼지는 시간/구명대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저 하나 있으니'하며/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의 찬성보다도/'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목마름이 있다. 그것은 함석헌의 그 사람을 가졌는가? 에 나오는 그런 친구이다. 친구는 있다. 적지도 많지도 않고 그냥 있다. 그런데 그 사람을 가졌는가? 나오는 그런 친구는 과연 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래서 늘 외로움과 목마름이 있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을 보면 부럽고, 얼마나 행복하고 좋을까 생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짧은 영상물을 보았다. 제목이 그 사람을 가졌는가? 였다. 노무현에게는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있었다. 안희정, 문재인 등이다. 특히 문재인을 언급하면서 노무현은 이렇게 외친다. 문재인이 내 친구인 것이 자랑스럽다. 문재인의 친구인 것이 자랑스럽다. 참 눈시울이 찡한다.
어느 날 한 방송 프로그램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스타킹이라는 프로이다. 친구가 저런 사람이지? 하는 진한 감동을 주었다. 김혁건이라는 사람 이야기이다. 그는 더 크로스라는 이름으로 한때 잘 나가는, 장래가 촉망받는 가수였다. 그의 파트너는 작곡가이기도 한 이시한이다. 그런데 김혁건은 건장한 청년으로 공수부대를 다녀온 후 새로운 앨범을 준비하려고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할리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자동차와 충돌해, 의사가 가망이 없다고 할 정도로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는 사고 후 전신마비 장애를 얻었다. 아버지가 매일 아침 일으켜야 했고, 양치질을 시켜야 했고, 소 대변을 어머니가 받아야 했다. 그런데 이시한은 사고가 난 후 2개월 만에 소식을 알고 병원에 찾아가니 기가 막힌 광경을 눈으로 목격해야 했다. 김혁건은 더 이상 노래를 부를 수 없는 상태였다. 말도 못 한다. 소리가 안 나온다. 김혁건은 포기를 한 상태인데, 그러나 이시한은 한 자 한 자 소리를 내더라도 반드시 노래를, 앨범을 내자고 용기를 준다. 10년이 걸리더라도.. 그런 이시한의 친구사랑은 눈물겹다. 결국 김혁건은 아버지가 제작해준 배에 힘을 가하는 장치를 통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다. 협찬 출연 한 바리톤 김동규와 함께 “어느 10월의 날”은 스토리가 있는 뮤지컬 같았다.
아, 김혁건에게 이시한, 노무현에게 문재인 같은 친구가 있다면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