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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국 Feb 12. 2016

경강 부인

어머니

 노나라에 경강이라는 부인이 있었다. 그녀는 일찍 남편을 여의었으나 지조를 굽히지 않고 아들 문백을 기르는데 성심을 다하였다. 아들 문백이 타향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들이 친구들과 함께 마루에 오르는 모습을 보니 아주 가관이었다. 친구가 아들 뒤에 서서 계단에 오르고, 아들이 계단에서 내려올 때에는 먼저 내려와 칼을 받들고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주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그녀는 아들을 불러 꾸짖었다.

 “제나라의 환공은 항상 주위에서 조언을 해주는 벗이 세 사람이었고, 잘못을 충고해주는 신하가 다섯이었으며, 또 나날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 주는 이가 서른 명이었다. 그리하여 능히 천하를 평정할 수 있었다. 또 주공은 식사를 하는 동안에도 세 번씩이나 입에 든 음식을 뱉어가면서 찾아오는 선비를 영접하였고, 머리를 감다가도 세 번씩이나 젖은 머리를 움켜쥐고 손님을 맞이하였다. 그리하여 능히 주나라 왕실을 튼튼히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너는 나이도 어리고 지위도 낮으면서 친구를 하인 다루듯이 하는구나. 그러니 어찌 너를 군자라 하겠느냐!” 문백은 잘못을 깨닫고 사죄하였다. 

 

 훗날 문백은 노나라에서 벼슬을 얻었다. 어느 날 문백이 어머니를 찾아뵈니 집안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문백이 어머니에게 달려가 말했다. “어머니가 베를 짜고 계시다니요. 집안 어른들의 노여움을 살까 두렵습니다.”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버럭 화를 내며 아들을 꾸짖었다. “노 나라가 망하려는 것인가? 내 아들 같은 놈에게 벼슬을 맡기다니.”. “어머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머니는 자세를 바로 잡고 아들을 꿇어앉힌 후 이렇게 말했다.  “듣거라. 왕후는 임금의 관에 다는 끈을 짜고, 제후의 부인은 관위에 씌우는 천을 짜며, 장수의 부인은 군복을 만들고, 선비의 아내는 관복을 짓고, 아녀자는 남편의 옷을 만드는 법이다. 나는 지금 과부이고, 너는 아직 낮은 지위에 있다. 하물며 내가 이까짓 베를 짜는 것으로 게으름을 면하고 있는데 어떻게 죄를 씻을 수가 있겠느냐!”. 불행히도 문백은 어머니보다 일찍 세상을 떠났다.

 

 이 이야기는 열녀전에 나오는 것이다. 자식이 어렸을 때 자식 덕을 바라는 부모는 한 사람도 없다. 단지 올바른 사람으로 자라 홀로 설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자식이 성인이 되어 좋은 자리에 앉으면, 그 덕이 가족 전체에 미치기를 바라는 게 대부분의 부모이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이 얻은 부귀보다 자식의 성품이 떳떳함을 자랑하여야 한다. 만일 부모가 바라는 것이 많으면, 자식은  청렴해질 수 없다.


  요즘 우리 사회에 점점 찾아보기 어려운 것은 청렴한 사람이다. 무엇인가를 맡길 수 있는 청렴한 사람 말이다. 그런데 들려오는 소리와 소식은 온통 더럽고 부정한 소식만 들려온다. 뇌물과 청탁이 만연한 사회처럼 보인다. 어떤 자리에 오르더라도 신념을 가지고 초심을 가진 청렴한 사람, 청빈한 사람이 그립다.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조금 자리가 오르고 지위가 높아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거드름을 피우고 목에 힘이나 주는 사람이 된다. 거만하고 교만해 지기 쉽다. 이제는 많이 보고 들어서 감각이  무디어졌다. 오히려 안 그런 사람이 있으면 이상하게 여겨진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때로는 훌륭한 자식을 둔 부모가 오히려 자식의 깨끗하고 청렴한 삶을 흐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것은 바라는 기대치이다. 덕을 보려는 것이다. 떳떳한 성품의 길을 걷는 자식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일까? 노나라의 경강 부인이 많아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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