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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11. 2020

밀포드 트레킹 : 밀포드의 절경 (Day 2)


트레킹 둘째 날이 밝았다. 날씨는 좀 흐리지만 다행히 비 예보는 없었다. 어젯밤에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그런지 중간중간에 잠에서 깨어 뒤척였다. 일행 중의 두 분이 서로 화음을 맞춰 번갈아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산장 숙소 옆에 불과 10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헬리콥터 착륙장에 갔다. 나무로 만들어진 착륙장은 제법 컸다. 산사태가 나거나 응급 환자 이송 등의 비상시를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사방으로 산이 둘러싸고 있는데 중간에 운무가 걸려있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로웠다. 


누룽지로 아침식사를 하고 배낭을 싸니 출발 준비 끝. 등산로 옆의 강물이 너무 깨끗했다. 강원도의 홍천강 또는 설악산 계곡이 떠올랐다. 강물에는 50 cm는 족히 넘어보이는 송어가 활기차게 유영하고 있었다. 한참을 걷다 보니 저 멀리 설산이 눈에 들어왔다. 설산, 그 아래 나무들, 그리고 소리를 내며 흐르는 강물이 한 폭의 그림을 창조했다.       


문득 24년 전에 신혼여행으로 네팔 안나푸르나 푼힐 전망대 트레킹을 했을 때 경외감으로 바라보았던 설산인 마차푸차레 (machapuchare)가 생각났다. 마차푸차레는 네팔어로 물고기의 꼬리라는 뜻으로, 산의 봉우리가 물고기의 꼬리를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었다. 맞다, 그녀는 지금 나와 함께 밀포드 트랙을 걷고 있다. 안나푸르나를 나와 함께 걸었던 20대 중반의 그녀는 어느새 흰머리로 고민하며 50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그 세월 동안 기쁜 일, 즐거운 일, 슬픈 일, 고통스러운 일을 함께 겪었다. 많이 미안하고 고맙다. 그리고 사랑한다.         

   

한참 동안 우거진 나무 사이를 걸었다. 갑자기 시야가 확 트였다. 눈 앞으로는 밀포드 트랙의 가장 높은 곳인 맥키넌 패스 (Mackinnon Pass)와 장엄한 설산이 나타났고, 양 옆으로는 클린턴 계곡의 깎아지른 절벽의 절경이 보였다. 360도로 바라보이는 산의 모습은 절경이었다. 사람이 아닌 신을 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 밀포드 트레킹 오길 정말 잘했다' 그 감동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었다. 



아래 동영상에서 그 절경을 직접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주의사항: 하지만 동영상도 눈으로 직접 봤을 때의 감동을 100% 온전히 전해주지는 못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G8MnwlC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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