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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유신 Scott Park Mar 12. 2020

밀포드 트레킹 : 민타로 산장까지 (Day 2)

12시쯤 되었을까? 허기가 졌다. 절벽의 절경을 바라보며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짜장면을 시켜 먹으면 참 좋을 텐데.' 우선 버너를 꺼내 물을 끓였다. 끓인 물을 전투식량 봉지에 붓고 잘 저은 다음 10분을 기다렸다. 오늘 점심 메뉴는 소고기 테리야키다. 동결건조 식량은 빠르고 간편하고 영양가도 많아서 트레킹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한참을 걷다 보니 Bus Stop이라고 쓰여있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왔다. 옆으로는 간이 오두막처럼 생긴 건물 안에 의자가 놓여있었다. '트레킹 하는 오솔길에 버스가 다닐리는 만무한데...' 앞 쪽으로는 계곡이 있었다. 알고 보니 비가 많이 오면 계곡에 물이차서 건너가지 못하기 때문에, 앉아서 쉬며 물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는 곳이었다. Bus Stop이라는 재미있는 이름을 생각하며 계곡을 건넜다.


계곡을 건너고 나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제법 가파른 경사였다. 일행 중의 한 분에게는 오르막이 쥐약이다. 그분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등산용 스틱에 의지해서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일행은 곧 선발대 4명과 후발대 4명으로 나뉘었다. 후발대에 속한 나는 그분의 템포에 맞춰 자주 쉬면서 끝없이 이어진 오르막 길을 함께 올랐다. 


일행 중에 60대 중후반의 한 부부가 계셨다. 밀포드 트레킹을 하기 전에 거의 이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했던 등산에서 잘 걸으셨기에 안심을 하기는 했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하루 평균 15 km의 거리를 3일 연속으로 걸어야 하는 이 트레킹에서 괜찮으실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그분들이 활기 있게 걷는 모습을 보니 일단 안심이다. 


드디어 16.5 km의 트레킹을 마치고 언덕에 있는 민타로 헛 (Mintaro Hut)에 도착했다. 역시 처음 했던 일은 벙커침대 자리 고르기였다. 선착순으로 맘에 드는 자리를 고르기 때문에 일찍 도착할수록 원하는 침대에 잘 확률이 높아진다. 이 산장은 하나의 큰 건물 안에 별도의 출입문을 거쳐 일층과 이층에 침대들이 있는 숙소가 있고, 일층의 뻥 뚫린 공간에 부엌 겸 휴게실이 있는 구조였다. 맘에 들었다. 부엌에 가기 위해 샌드플라이 댄스를 출 필요가 없었다. 


어젯밤에 발을 닦지 않고 그냥 잤더니 찝찝했다. 오늘은 제대로 발을 닦아야겠다.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은 하루 40명이 이용함에도 불구하고 시내의 웬만한 공용화장실 보다 훨씬 깨끗했다. 추측컨대 산장 관리인 (Ranger)의 제일 중요한 임무 중의 하나가 화장실을 깨끗하게 청소하는 게 아닐까? 화장실에는 샤워실이 없다. 다행히 화장실에 아무도 없었다. 누가 들어올까 눈치를 보며 잽싸게 세면대 위에 발을 올리고 닦았다. 아~ 개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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