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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May 04. 2023

끝이 없는 육아

아들아 한글 공부 열심히 하자

"저도 이제 아빠 됩니다."

티 타임 중,

함께 일하는 동료의 폭탄발언.

"응? 갑자기? 진짜예요?"

황당한 표정으로 되묻는 내게

직작동료는 허리까지 꺾으며 웃는다.


"아직 얼마 안 되었는데, 그래도 말은 해야 될 것 같아서"

"축하해요."

'그래. 일단 새 생명이 태어난다는데,

당연히 축하가 먼저지'

'아빠부대'의 새 동지가 생겨 기쁘긴 한데,

축하의 말을 건네는 내 혀 끝이 마냥 달지는 않다.


이제 한 생명의 무게를 온전히 지고 나갈

동료를 생각하니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내 눈앞이 다 깜깜해지는 기분이다.


'나보다는 훨씬 잘하시겠지.'


’ 나처럼 ㅇ차반은 없을 테니 ‘

 

거의 대부분의 부부가 그렇듯이

우리 부부에게도 아들은 '계획'되지 않은 '축복'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몇 주 뒤

바로 찾아온 아들 덕분에

신혼생활이라는 것이 없이 바로 육아로 돌입했던 우리.


부끄럽지만 그때의 나는 참 못났었고 어렸다.

아내가 그리고 갓 태어난 아이가 먼저가 아니라

내가 우선일 때가 많았다.


그럴 때면 항상 못된 말로 아내에게 그리고

아직 옹알이밖에는 할 줄 모르는 어린 아들에게

상처를 주곤 했다.


두어 번 정도, 이혼의 위기를 겪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지난날 내가 내뱉은 말들을 주어 담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지만


그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나대로 '죄인'으로써

'죄책감'을 원동력으로

살아가기로 했다.


여기까지가

‘죄인’인 나의

과거 회상


앞으로 힘든 과정을 겪을 동료를 향해

농담반, 진담반으로

툭.


"이제 좋은 시절은 다 갔네."

"네? 벌써 악담?, 저 보고 추천 해주신 분이 여기 계시는 걸로 아는데요?"

"아 좋죠 당연히. 근데 한 1~2년은 나 죽었다 해야 됩니다."

"네. 안 그래도 걱정이에요."

"파이팅, 그래도 저보다는 훠얼씬 잘하실 겁니다. 분명"


그래,

하긴 누가 누굴 걱정하냐.

'매도 먼저 맞은 놈이 낫다'는 격언이

육아에는 통하지 않는 것이


이제 좀 컸다 싶으면 다른 것이 또 튀어나오는

끝이 없는 터널을 걷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이제 내년이면 초등학교 입학인

아들이

소파에 걸터앉아 도라에몽을 신나게 보고 있다.


'참. 저 녀섴, 갓난쟁이 었을 때에는 잠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는데'

'언제 저렇게 컸지' 싶다가도.

그 소파 바로 밑에

기운이 다 빨린 채로 뻗어있는 아내와

정신없이 뭔가가 널브러져 있는 거실을 보자니

아내가 안쓰럽기도 하고

'하 아직 멀었다.' 싶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한글은 꼭 떼서 보내야 될 텐데

산 너머 산이다.

"자 이제 티브이 끄고 한글공부하자"

"아. 이거만 보고 이거만"

"그래"

대한민국 엄마 아빠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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