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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디대디 Mar 31. 2023

꾸준히 하는 것의 어려움.

봄이다. 

오늘도 핸드폰을 보면서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던 내게

아내가 던진 말 한마디.

"넌, 내가 보기에는 활자중독이야"

"응. 아무래도 그렇지? 인정"


지독히도 뭔가를 꾸준히 읽고 있다. 

초등학교 때에는 위인전이나 백과사전을 

중학생 때에는 게임 공략집이나 잡지를 

고등학생 때에는 판다 지나 무협소설을 

대학생, 대학원생 때에는  전공서적이나 논문을 (솔직히 말하면 소설을 더 많이)

쉬지 않고 읽고 있다. 


누군가 그랬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돌이켜보면 '읽기'만은 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 일인데

'읽기'로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읽기'는 잘하니, 일단 인풋은 충분한 것 같고 그럼, 

뭔가를 써 볼까? 싶었다. 

오늘도 어딘가의 골방에서 본인의 생을 걸고 쓰고 있을 

모든 작가들에게 

염치없지만 나는 그렇게 허접한 마음가짐으로 

한번 '써 보고 싶었다.'


나름 모범생이었던 나는

글을 쓰기 위한 '준비'를 했다. 

인터넷으로 온갖 '작법서'를 탐독했다. 

나름 엄선한 '작법서'를 세네 권 즈음 완독하고 

이제 교과서는 다 봤으니, 실전이다 싶어 

블로그에 글을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근데 웬걸, 짧은 글을 쓰는 데에도 쉽지 않더라.

하다못해 일기라도 쓴 게 거진 20년 전이니,

글이 처음부터 잘 써질 리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한 거지만, 

그때에는 나 자신이 참 한심해 보였다. 


잘 써지진 않았지만 오랫동안 묵힌 숙제를 

처리한다는 기분으로 그리고 일기를 쓰는 셈 치고 

블로그에 계속 뭔가를 끄적였다. 

'글력'이라고 했던가. 

글도 쓰다 보니 처음보다는 

빈 공백에 멍 때리는 시간이 점진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글을 써도 이게 잘 쓰는 건지 아니면 

형편없이 '타이핑 만 하고'있는 건 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느 정도 '글력'은 생겼지만, 

글로써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필력'이 키워지는 기분이 아니었다. 


뭐. 그런 기분으로 시작한 게 

바로 브런치다. 

내게 브런치는 그런 공간이다. 


아직은 내게는 꿈같지만, 

내가 사랑한 글에서 느낄 수 있었던

따듯하고 엉뚱하고 그리고 독특한 시야를

내 글에도 담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이제 3개월이 다 되었다.

 

'읽기'는 아직도 꾸준히 하고 있지만 

'쓰기'는 마음 같이 되지 않고 있다. 

허접한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매일매일 써야 하는 이유보다는 

못 쓰는 핑계들만 머릿속에 가득이다. 


밖에는 벌써 벚꽃이 만개하고 있는데 

금요일 오후에 앉아, 주말에 나들이할 생각만 하고 있다. 

꽃피는 봄이 오고 

만년 작가 지망생 베짱이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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