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은 무조건 갓 나온 빵이다!
주말엔 느긋하게 일어난다. 아침에 일어나 해야하는 인바디 체크 - 음양탕 - 간단 복근 운동 - 영양제 섭취를 느릿느릿 해치운다. 에어컨 켜고 잠든 후의 아침이라 집안의 모든 창문을 열면 주말을 시작할 준비가 모두 끝난 셈이다.
평일 아침에는 탄단지를 나름 챙겨 먹는다. 과일, 삶은 계란 2개, 군고구마나 감자를 먹는다. pt선생님이 닭가슴살 좀 먹으라고 애걸하면 못 이기는 듯 가끔 닭가슴살을 추가한다. 다이어트 식단인 듯, 식단 같은 그런 평일 오전이다. 주말엔 다르다. 무조건 갓 나온 빵이다. 탄수화물. 탄수화물. 탄수화물.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집 근처에 있는 빵집은 오전 8시부터 문을 연다. 빵집 오픈한 지 삼십 분 정도 시간을 두고 빵집에 도착하면 따끈따끈 갓 나온 빵이 나를 기다린다. 단팥빵, 소보로, 모카빵, 마늘 바게트, 밤빵, 모닝빵이다. 그중에서도 딱 오늘 아침만 먹을 따뜻한 빵만 고른다. 거의 매주 주말마다 방문하는 통에 일하시는 매니저님과 간단히 근황을 나누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주말 루틴이다.
원래는 가족들과 아침마다 가위바위보를 하면서 빵셔틀 담당을 뽑았었다. 주말마다 보드게임을 통해 빵셔틀 면제권이 주어지기도 했다. 주말 밤마다 늦게까지
게임하며 늦잠 자는 사춘기 딸, 주말마다 골프 치러 가는 남편 덕에 뭔가 흐지부지되어 버렸다. 그러나 주말의 사소하지만 행복한 루틴을 깨고 싶지 않은 엄마인 나는 가족의 행복을 찾아 주말 아침이면 빵집으로 향한다.
“오늘 또 가위바위보 지셨나 봐요.”
“아. 이제 애들이 게임을 안 하려고 해요. 별 수 있나요. 제가 와야죠. “
갓 나온 빵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 그냥 맛있다. 빵 사가지고 오느라 적당히 몸을 움직여서인지 더 맛있는 기분이다. 다이어트 순서 따위 신경 안 쓰고 따뜻한 커피 한잔 내려서 빵을 오물오물 먹고 있노라면 사춘기 딸과 바쁜 남편, 게임하느라 정신없는 초등학생 아들에 대한 분노가 사그라든다. 가장 맛있는 빵을 먼저 먹고 말겠다는 순수한 열망만이 가득 찬다. 그렇다. 됐고 맛있다. 아침에는 무조건 빵이다. 갓 구운 빵. 탄수화물이 주는 위로는 주말에 만나는 행복이다.
일요일 아침인 오늘, 새벽부터 롯데월드에 간 딸을 빼고 셋이서 가위바위보를 했다. 실로 몇 달 만이었다. 결과는 남편과 아들은 주먹, 나는 가위. 졌다. 남자는 주먹이라며 신난 남편과 아들. 자발적으로 빵 사러 갈 땐 싱그러운 아침 공기에 살짝 설렜던 듯도 한데, 오늘 발걸음은 영 무겁다. 그래도 빵은 맛있다. 갓 나온 빵은 늘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