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처럼 연인처럼

어떤 결과에 자신의 선택이나 의지가 없는 경우가 있을까요?

전 우연적 만남이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누군가, 둘 중 한 명이, 먼저 선택을 했고 먼저 의지가 생겨야지만 만남이라는 것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 그렇게 경험해 왔습니다.

우리의 만남도 역시 우연은 아니에요. 절대 우연이 아닙니다. 저는 계속 움직였으니까요. 제 선택과 의지로써 당신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려고 다가갔으니까.

이렇게 생각할 때마다 궁금합니다. 저의 움직임에 반응한 당신의 행동은 선택과 의지가 전혀 없었을까요? 우연하게 반응했다는 표현처럼 그냥 나의 움직임에 맞춰준 걸까요? 이런 궁금증이 들곤 했어요. 하지만 이건 중요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관계인지를 말하고 싶어요.

전 당신의 내면을 요구했어요. 듣고 싶고 알고 싶다고. 저의 그런 요구에 아주 작게라도 강제성과 보챔이 들어가진 않았을까 조심하고 조심했습니다. 그래서 수 없이 생각하고 한 번 말했어요. 기다림의 나날을 보내고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또 짧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서 우린 서로를 바라봤어요.

그렇게 당신은, 당신의 비밀과 당신의 내면을 보여줬어요. 내면을 누군가에게 드러내고 말하는 건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 용기와 더불어 시기라는 것과 성격이란 것도 큰 장애물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도 누군가는 쉽게 말하죠. 왜 말하지 않았느냐고.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 우린 더 고통에 빠지게 돼요.

그래서 고마웠어요. 저에게 당신의 내면을 보여준 행동이 얼마나 큰 감동이고 책임인지 느끼고 있어요. 이후에 시간부터 저는 당신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고, 표정 하나 몸짓 하나 대사 하나에 당신의 색이 묻어있음을 볼 수 있었어요.

우리는 소중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이 소중함이 누구로부터 시작됐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이 소중함이 오래갔으면 좋겠고, 깨지지 않도록 책임감을 가질 겁니다. 당신도 저의 내면을 간직해주세요. 지켜주세요. 저에게 다시 보여주세요. 그렇게 우리 서로를 이야기하며 더 소중한 관계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친구처럼

연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