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회 정기 모임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 지 한 달쯤 지났을 때 새로운 2가지 문제에 봉착했다.
첫째, 실력의 변화가 매우 더디다는 것.
스스로의 주제는 파악했으나 그래도 빨리, 잘 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재능, 노력, 시간이 복합적으로 들어가는 문제라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했다.
둘째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정체되어 도통 가까워지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여전히 게임을 들어갈 때면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폈고 누군가의 암묵적 윤허를 받아야 했다.
때때로 게임과정에서 몇몇 이들의 조롱과 비판의 대상이 됐다.
흡연자를 쫓아다니며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피워대며 관계개선을 모색했으나 그들과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어쨌거나 첫 번째 문제보다는 해결하기가 쉬울 것 같았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누군가 한마디 한다.
"요즘 신입들은 끝나고 집에 가기가 참 바빠..."
또 다른 누군가가 맞장구친다.
"맞아! 운동 끝나고 소주도 한잔씩 해야 친해지고 하는 건데 말이지..."
지난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술도 즐겨마시지 않던 터라 그냥 흘려들었는데 이번에는 신경이 쓰였다. 마치 나 들으라고 하는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 아쉬운 놈이 산다고 해야지 어쩌겠나?'
주차장에서 사람들을 불러 세워 말했다.
"이번 주말, 운동 끝나고 시간 되시는 분들은 함께 식사하시죠! 제가 사겠습니다."
그러자 강타회 회장이 물었다
"밥을? 왜?"
"매번 초보 데리고 공치느라 고생하시는데 제가 할 수 있는 게 밥 사는 거 말고는 없네요"
"그래? 그럼 잘됐네... 그럼 한 번 사! 내가 단톡방에 공지해서 토요일에 회식 있으니 다 나오라고 할게!"
운동 나온 사람들하고 간단하게 치맥이나 하려 했더니 일을 크게 만드네... 회장 이 인간 참 맘에 안 든다.
며칠 뒤 주말운동이 끝나고 난 약속대로 강타회 회원들을 데리고 인근 돼지갈빗집으로 향했다.
코트와 달리 식당에서의 분위기는 참으로 화기애애하다. 그렇게 친절해질 수가 없다.
소주가 한잔 들어가니 회장의 일장연설이 시작된다.
네가 받는 설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둥, 본인 초보시절에는 정말 말도 안 되게 당했다는 둥, 술값을 얼마 썼다는 둥. 본인이 강타회 초보회원들을 업어 키웠다는 둥. 너도 열심히 하면 키워준다는 둥....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처럼 끝이 없다
'그래 너 벼슬이다, 벼슬. 동네 동호회 회장이 뭐라고.... 지나 잘하지... 참 말 많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난 내내 감사하다고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돈은 좀 나왔지만 돼지갈비 회식 이후로 사람들의 태도는 한층 부드러워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였다. 신년 모임에서 강타회를 잘 만들어보겠다 큰소리쳤던 총무 S가 나오기 시작했다.
실없어 보였던 S였지만 총무 역할은 참 잘했다.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애를 쓰는 게 눈에 보였다. 바로 그 시기부터 초보들이 대거 가입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가입으로 가장 신난 것은 바로 나였다.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우리끼리 재미있게 공을 칠 수 있었다. 회원 수가 늘어나니 회장도 흡족해했다.
회원수도 몇 명 되지 않고 그마저도 잘 단합되지 않던 강타회가 진정한 초보모임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사진: Unsplash의Chino Roch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