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내기 게임과 불안감에 대한 고찰
게임스코어 4:5에 40:40.
상대가 노애드 매치포인트를 외친다.
받아내면 동점! 일종의 연장전인 타이브레이크로 넘어갈 수 있다.
만약 실점한다면?
아, 생각하기도 싫다. 무려 장어내기란 말이다!
코트 양쪽 벤치에는 하이에나들이 잔뜩 모여 "아무나 이겨라!"를 외치대고 있다.
떡고물 떨어지기만 기다리는 돼지 같은 놈들. 오늘따라 더 많이 모였다.
"상철아 노애드는 네가 받아라"
"아니야. 형이 오늘 나보다 컨디션이 좋은 것 같으니 형이 받아요"
불안했지만 동생에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상대페어는 해가 없는 밤에도 모자를 벗지 못해 슬픈 '빛나리 형'과, 구력은 오래이나 아직 미성숙한 말띠 '망아지 형'이었다. 우리는 '빛망브라더스'에게 벌써 두 번이나 당했다. 오늘만큼은 절대 지고 싶지 않다.
사실 이번에도 진다면 밥값보다도, 빛나리와 망아지형 포함 주변 하이에나들에게 한 동안 '불나방(겁 없이 달려든다고)'내지는 '도시락(까먹기 쉽다고)'취급을 받을게 더 걱정이었다.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여섯 번째 척추 사이로 척척하게 흐른다.
서브를 넣는 빛나리형은 '사우스 포'. 슬라이스 서브가 주특기다. 분명 왼쪽 깊숙한 곳으로 낮게 깔려 빠져나가는 볼로 괴롭힐 것이다.
그가 신중하게 토스를 올린다.
"폴트!"
다행이다.
첫 서브가 네트에 걸렸고 전세는 역전되었다. 그의 세컨서브는 일명 '소녀서브'라 불릴 만큼 약했기 때문에.
나는 침착하게 센터를 노리면 살살 넘어오는 공을 기다렸다.
상대는 예상대로 소심한 서브를 넣었다. 공이 수박만 하게 보였다.
'됐어! 힘을 빼고 하지만 강렬하게 센터로 치는 거야!' 마치 로저 페더러처럼.
라켓을 달걀 쥐듯 가볍게 잡고 왼쪽어깨를 충분히 돌렸다.
라켓에 공이 맞는 느낌이 열쇠가 자물쇠에 딸깍 맞을 때처럼 착 감긴다.
나는 있는 힘껏 휘둘렀다.
"팡!"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은 음속으로 날아간다.
상대편 베이스라인을 지나 펜스 끝까지.
누군가 외친다.
"홈런이다!", "그래 남자는 거리야, 거리! 푸하하."
경기는 끝났고 서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 네트 앞에 모였다.
망아지형이 말한다.
"귀여운 놈들. 김치찌개에 삼겹살로는 부족했냐? 형아들 몸보신시켜 주겠다고 장어까지 대접하겠다고? 흐흐흐."
아, 슬프고 분하도다. 하지만 난 말했다.
"형님들! 다음 달에 소고기 걸고 다시 한판 붙읍시다!"
난 결코 불안하지 않다. 유일한 희망은 '다음에' 나는 불확실한 확신이 있었다.
옆에서 말없이 서있던 상철이 한 마디 했다.
"형, 나 다음 달부터 바쁠 거 같아. 다른 페어 알아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