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비용에 관한 모든 것
안녕하세요, 여러분. 오늘은 제 지갑을 털어간 주범, 아니 제가 사랑에 빠진 스포츠인 테니스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코로나라는 놈이 우리 일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놨을 때, 많은 이들이 골프장과 테니스코트로 달려갔죠. 저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에이, 뭐 얼마나 들겠어. 라켓 하나에 운동화 하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했던 제 순진함이 지금은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
테니스를 시작하고 3개월, 제 눈은 어느새 다른 사람들의 라켓을 훔쳐보고 있었습니다. 실력은 그대로인데 욕심만 자라나더군요. "이번에 나온 라켓은 스핀이 좋대!", "저 라켓은 파워가 끝내준대!"... 유튜브 영상 속 프로 선수들이 휘두르는 라켓을 보며 '저거면 나도 조코비치 되는 거 아냐?'라는 달콤한 환상에 빠졌습니다.
코로나 전에는 20만원이면 괜찮은 라켓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30만원을 훌쩍 넘어버렸어요. 그래도 '이번이 마지막이야'라며 지갑을 열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마지막'이 벌써 스물다섯 번째입니다만...
처음엔 '아무 운동화나 신으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왜 다들 테니스화를 신는지 곧 깨달았죠. 일반 운동화를 신고 코트에서 미끄러지는 순간, 제 엉덩이가 먼저 항의를 하더라고요.
결국 테니스화를 사기로 했습니다. 가격을 보고 놀랐습니다. "이게 신발이야, 내 발 전용 벤츠야?" 10만원대 제품도 있었지만, 점원의 "이게 발목도 잘 잡아주고 쿠션도 제일 좋습니다"라는 한마디에 결국 20만원대 신발을 집어들었습니다. 일년에 두세 켤레씩 사야 한다고요? 제 발이 연예인인 줄 알았네요.
집에 있던 헌 티셔츠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옆 코트의 아저씨가 입은 멋진 테니스복을 보고 말았죠. '저렇게 입으면 실력도 좋아 보이겠는데...'
그렇게 시작된 테니스 의류 지름신. 셔츠 한 장에 5만원, 반바지에 7만원... "기능성"이라는 말에 홀려 지갑을 열었습니다. 땀 흡수가 잘 되고 통풍이 잘 된다네요. 그런데 왜 제 실력은 통풍이 안 되는 걸까요?
여기에 테니스 전용 양말, 모자, 손목 밴드까지... 어느새 제 옷장은 테니스 전문 매장이 되어있었습니다. 옷은 많아졌는데, 실력은 그대로라니.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라켓 가방, 오버그립, 스트링, 각종 보호대... 이 모든 게 다 필요하다고요? 특히 스트링은 최소 2개월마다 갈아줘야 한대요. 제 통장 잔고도 2개월마다 바닥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요.
그리고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다며 산 스위연습기와 휴대용 네트. 지금은 옷걸이로 훌륭히 제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아, 그리고 저 혼자 연습한다고 폼 잡고 찍은 동영상들... 보고 있으면 웃음보다는 한숨이 먼저 나오네요.
아, 레슨. 테니스의 가장 큰 함정이자 우리의 텅 빈 통장을 위로해주는 유일한 희망 고문. "에이, 유튜브 몇 번 보면 금방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제 자만심은 코트 위에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공을 치는 게 아니라 공에게 맞고 있더라고요.
결국 레슨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룹 레슨, 개인 레슨, 포인트 레슨... 레슨의 종류는 제 지갑의 두께만큼이나 다양했어요. 처음에는 '한 달만 배우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2년째 레슨을 받고 있더라고요.
그룹 레슨은 한 시간에 2만원. 개인 레슨은 5만원부터 시작합니다. "와, 시급이 5만원이라고요? 제가 감히 코치님의 공을 받아도 될까요?" 농담이에요. 사실 레슨비의 절반은 제 자존심을 세워주는 비용인 것 같아요. "오, 백핸드가 많이 좋아지셨어요!"라는 말 한마디에 제 지갑은 다시 열리거든요.
주말 레슨은 더 비싸요. 그래서 저는 평일 야간레슨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녁 10시, 편안히 쉬어야 할 저녁시간에 저는 코트에서 헉헉대고 있어요. "힘내세요! 조금만 더!"라는 코치님의 목소리가 제 악몽의 배경음악이 되었죠.
그런데 말이죠, 이상하게도 레슨이 끝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요. 뭔가 발전한 것 같은 느낌, 프로 선수가 된 것 같은 착각... 그 기분에 취해 다음 레슨을 예약하고 맙니다. 이게 바로 테니스의 무서운 점이에요.
레슨을 받으면서 깨달은 것이 하나 있어요. 제 실력은 로또 당첨 확률만큼이나 천천히 늘어난다는 거요.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요. 언젠가 제 포핸드가 페더러의 그것과 비슷해질 거라 믿으며... 아, 이번 주 레슨비가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리네요.
5년간의 테니스 생활을 돌아보니, 제 통장은 이미 스트레이트 완패를 당했더군요. 처음에는 "라켓 하나면 돼!"라고 외치던 제가 어느새 "이번이 마지막이야"를 연발하는 중독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장비에 레슨비까지 더해지니 제 지갑은 정말 블랙홀을 만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투자(?)가 완전히 헛된 건 아닙니다. 최소한 제 옷장은 멋져졌으니까요. 농담입니다. 사실, 테니스는 제게 건강과 즐거움, 그리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선물해줬어요. 비싼 수업료를 내긴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를 시작하려는 분들, 각오하세요. 여러분의 지갑은 곧 블랙홀을 만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즐거움이라는 슈퍼노바도 만나게 될 거예요. 그러니 지갑을 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하세요. "이거 정말 필요해?"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아무리 좋은 장비를 사고 비싼 레슨을 받아도 여러분의 실력이 갑자기 페더러가 되지는 않는다는 걸 기억하세요. 결국은 연습이 답입니다. 연습... 그리고 또 연습...
자, 이제 저는 코트로 나가봐야겠어요. 새로 산 라켓으로 연습해야 하거든요. 이번엔 진짜 실력이 늘 거예요. 진짜야, 정말로요! ...그리고 다음 주에 있을 레슨도 기대되네요. 이번엔 꼭 코치님께 "많이 늘었어요!"라는 말을 들을 겁니다. 제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