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코드브레이커는 윌터아이작슨이 쓴 첫 번째 여성전기. 어제까지 696쪽의 이 책을 다 읽었다. 벽돌책치고 비교적 얇은(?) 분량으로 한 달이 조금 넘게 걸렸다. 작은 분량이라도 매일 꾸준히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에도 성장판 벽돌책 모임의 도움을 받았다. 단톡방으로 존재하는 일회성 모임으로 그저 하루의 분량을 읽고 인상 깊은 구절 하나 적어 내면 끝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행위가 만들어 내는 힘은 크다. 혼자라면 분명 읽다 말았을 책들을 벌써 몇 권이나 완독 해냈다.
#2. 여러 측면에서 흥미로운 책이었다.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제니퍼 다우드나'라는 여성과학자의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사실 '이중나선'을 쓴 제임스 왓슨 이후 한 세기 동안 등장한 유전공학계의 천재과학자 대부분이 등장한다. 처음에는 한 명 한 명이 만들어내는 사건과 인과를 따져가며 읽으려 했지만 그 수가 백 명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마음을 내려놨다. 그래도 많은 인물들의 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기, 질투, 야망, 욕심 등의 복합적 인간관계를 살펴보는 재미가 마치 삼국지를 읽는 것만 같았다. 경쟁이야말로 인류발전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 중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코로나와 같은 거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들은 경쟁보다는 협업을 택했고 마치 악으로부터 세상을 구해낸 어벤저스 같은 역할을 해냈다.
#3. Chat GPT로 촉발된 생성형 AI가 세상을 뒤엎을 것처럼 시끄러운 시절이지만 다음번 과학대혁명의 주인공은 어쩌면 유전공학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책의 핵심인 DNA, RNA, 그리고 크리스퍼 Cas 9 설명하기 위한 쉬운 그림을 GPT에 요구했더니 뚝딱 그려내며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여줬다.
"여기 DNA, RNA, 그리고 크리스퍼의 역할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그림이에요. DNA는 마법의 책으로, RNA는 그 지시사항을 전달하는 빠른 여우로, 크리스퍼는 정밀한 가위를 사용해 DNA의 작은 오류를 수정하는 과학자로 표현되었어요. 이 그림을 통해 이 개념들이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요!"
#4. 벽돌책 읽기는 전자책이 압도적으로 좋다. 폰으로, 태블릿으로, PC로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언제든 릴레이 바통을 터치하 듯 볼 수 있다. 특히 밀리의 서재에는 신간을 포함해 볼 수 있는 책이 많아 한 달 구독료 만원이 아깝지 않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저자 윌터 아이작슨을 논하지 않을 수 없다. 대상인물의 위대함을 단편적으로 극대화시킨 위인전과 달리 아이작슨은 '스티브잡스'에서 보여준 것처럼 주인공의 장점만 내세우지 않는다. 인물의 다면적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 주변 인물까지 꼼꼼하게 인터뷰해 디테일을 살려낸다. 그의 책이 두꺼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