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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다 Apr 07. 2022

여행 에세이 쓰기 막막한 당신에게

제주 에세이를 쓰는 게 어려워서 시도했던 나의 방법

제주여행 둘째 날 


에세이를 쓰는 게 너무 어려워요


에세이를 쓰기로 결심한 건 제주 한 달 살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순간부터였다. 사실 여행 에세이, 얼마나 흔한지. 사람들은 저마다의 여행을 기록해서 책으로 냈고, 여행을 대리 만족하기 위하여, 혹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든 여행 에세이를 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았다. 나는 원래 여행 에세이를 잘 안 읽는 사람이었지만 제주도에 오니까 '제주 에세이'가 너무 보고 싶었다. 특히나 여행보다는 '회피'로서 제주에 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어떤 사연으로 이 제주도라는 땅을 밟게 된 것인지.


여행이 아닌 다른 목적을 가지고 제주도에 온 사람들 대다수가 아는 연고 없이 무작정 온 것일 테니까. 게스트 하우스에 묵어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한다면 좀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오롯이 혼자 있고 싶었기에 한 달 내내 혼자였다. (중간에 친구들이 놀러 오기도 했지만, 그걸 제외하고 제주도에서 사람을 사귄 건 없었다.) 그렇기에 조금이나마의 공감과 연결점이 필요했다. 책을 통한 일방향적인 소통에 불과하더라도, 그마저도 나에게는 위로였다.


처음에는 에세이를 쉽게 보았다. (에세이를 쓰는 모든 분들에게 사과 인사 말씀 올립니다.) 적당한 감성 한 스푼 섞어서 일상을 얘기하면 되는 게 아닌가. 그런 맥락으로 브이로그 찍는 것도 쉬울 줄 알았다. (브이로그를 찍는 모든 분들에게 또 사과 인사 말씀 올립니다. 너무 어렵더라고요....) 참고로 제주도에 와서 브이로그를 시도하려고 했지만 완전히 실패했다. 하나도 찍지 못했다. 카메라 구도부터 연출까지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에세이도 마찬가지다. 나의 일상을 어디까지 담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관련 없는 과도한 TMI는 사람을 지치게 할 테니까. 그런데, 일상의 무엇을 써야 하지. 나는 일상이 별 재미없는 사람인데.


친구들과 만나면 일상 얘기를 먼저 꺼낸다. "요즘 어떻게 지내?"라는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물꼬가 트인다. 오래 만나지 않은 사이일수록 말할 게 많다. 몇 년 간의 업데이트를 최대한 압축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 난 너무 간소하게 말하는 버릇이 있다. "수업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 "놀이동산은을 다녀왔어.", "과제가 너무 힘들었어." 끝. 더 자세한 썰을 어디까지 풀어야 하는지 그 기준점을 모르겠다. 우여곡절 학교 생활을 하고 있어도 "그냥 잘 지내지" 정도로. 말하기 싫은 게 아니라 말하는 방법을 모르는 거라고 변명하고 싶다. 무엇보다도 나만 아는 이 이야기들이, 상대에게도 재미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누구라도 재미있게 들을만한 썰을 몇 가지 만들어서 온다. 그러나 그것들은 금세 동난다.


다른 사람의 에세이를 엿보기 : 라바북스


대체 사람들은 제주 에세이를 어떻게 그렇게 잘 쓰는 걸까? 대체 어떤 이야기를 쓰지? 레퍼런스를 조사할 겸해서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독립서점 '라바북스'로 향했다. 라바북스로 들어가면 일반 서적부터 독립 서적까지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서점 주인장이 취향껏 배치한 책들을 살펴본다. 표지가 잘 보이게끔 배치한 것들은 잘 나가는 책이거나 추천하는 책일 거였다. 에디터픽이라며 메모가 붙은 책들은 더 유심하게 보게 된다. 이는 주인장에 대한 믿음이기도 하다.



제주 에세이를 끈질기게 고른다. 몇 문장만 보아도 작가의 문체나 감성이 전체적으로 보인다. 아무 페이지나 펼친 다음에 찬찬히 읽는다. 워낙 대형 출판사의 편집 감성에 절여져 있어서 그런지 가독성이 좋지 않은 책은 보기가 힘들었다. 짧은 산문 형태의 에세이(한 페이지를 넘어가지 않는 글들로 구성된 것들)는 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감성글만 들어간 건 내가 읽기엔 벅찼다.


그렇게 고른 에세이는 '서른두 살, 안식년을 가져보았다'이다. 저자가 퇴사하고 146일간 기약 없는 제주살이를 하면서 쓴 것이다. 블로그에도 따로 리뷰를 올렸으니, 자세한 건 리뷰를 확인해보면 좋을 거 같다. 이거를 추천해서 다른 친구도 읽었는데 재미있어서 하루 만에 읽었다는 평이 있었다. 매일이 성실하게 작성되어 있고, 감성적이려고 애쓰지 않고, 솔직 담백하게 자신의 삶을 잘 녹아낸 책이라 좋아한다. 사진 역시 너무 예쁘게 찍어서 시각적으로도 재미있다. 글도 잘 쓰는데 사진도 이렇게 잘 찍으면 어떡하지. 모든지 다 잘하는 사람은 분명 신발끈은 묶지 못할 거라고, 스스로를 위안해본다.


'서른두 살, 안식년을 가져보았다' 블로그 리뷰 링크


책에서는 이런 얘기가 나온다. 좋은 카페를 찾는 방법은 '나와 닮은 카페'를 가는 거라고 한다. 글도 마찬가지이다.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은, '나와 닮은 글'을 써야 한다. 억지로 꾸며내면 결국 이도 저도 못된다. 담백하면서도 솔직하게 나의 이야기를 전해 가는 것이 바로 에세이가 아닐까. 이렇게 내가 어떤 종류의 에세이를 


제주 둘째 날도 저물어간다. 아직 스물여덟의 날이 남아있다. 아득하면서도, 벌써부터 안타깝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여기서 무얼 얻게 될까 고민하면서 다이어리를 적어가던 날들. 이 소중한 시간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 에세이로서 적어두고 싶었던 거 같다. 내가 이날 느꼈던 감정, 들었던 생각, 만끽했던 온도와 날씨마저도.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은 나의 지나간 하루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건 '메일링 서비스'를 하자는 거였다.



메일링 서비스로 독자와 마감 둘 다 잡기


메일링 서비스는, 신청한 사람들에게 메일을 정기적으로 보내는 서비스를 말한다. 유료도 있고, 무료도 있다. 사이트를 이용해도 되고, 그냥 직접 메일로 전송해도 괜찮다. 어차피 '메일'로 보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내가 쓴 플랫폼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메일리는 횟수 상관없이 무료로 보낼 수 있으며, 메일리 홈페이지에 나의 메일링 서비스가 공유되어서 모르는 사람들도 보고 들어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이걸로 매일 1회씩 메일을 보냈다.


우선 메일링 서비스를 인스타그램으로 지인들에게 홍보했고, 블로그로 이웃들에게도 홍보를 겸했다. 굳이 블로그나 브런치 연재로 하지 않는 이유는 그것보다는 메일이 더 '강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가 보는 블로그다 보니, 연재 주기를 정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지켜본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는다. 하지만 지인을 대상으로 홍보하고, 지인에게 정기적으로 매일 몇 시에 메일을 보내겠다고 '약속'을 하면 거기에 드는 '강제성'은 블로그보다 훨씬 높다.


메일링의 장점은 '마감'만이 아니다. 바로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사람의 메일로 바로 메일을 쏘는 것이고, 지인이다 보니 받는 사람도 '메일을 읽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작용하게 되어 있다. 사실 읽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내가 보낼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만족도가 높다. (다만 독자들이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수신 메일함을 들락날락거리지만 않으면 된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나의 메일에 답장이 올 수도 있다. 나도 몇몇 사람들이 메일, 카카오톡, 댓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응원의 메시지를 주었는데 이렇게 쌍방향 소통이 내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의 경우 주 6회 연재 11시 50분을 마감으로 잡았다. 주 6회인 이유는 일주일 중 하루는 쉬기 위해서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면서, 메일을 보내는 나날을 반복하다 보니 차곡차곡 기록과 생각들이 쌓여갔다. 내가 브런치에 쓰는 이 글들도 당시 보냈던 메일들을 참고하면서 쓰는 것이다. 덕분에 생생하게 냉동된 감정을 꺼내어 녹여낼 수 있다.


오션뷰를 바라보며 글감에 대해 생각하던 나날



여행 에세이 쓰기가 막막하다면 짧게나마 메일로, 인스타그램으로, 블로그로, 사실 어떤 플랫폼도 괜찮으니 매일을 기록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나와 닮은 글을 찾아가는 것, 그걸 찾는 것부터가 에세이 쓰기의 여정이 아닐까. 나 역시도 그 여정에 막 한 걸음 내디딘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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