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타치오 크림과 카다이프면, 거기에 참깨로 만든 타히니 스프레드까지 들어간 걸쭉한 필링이 들어있는 형태의 초콜릿. 두바이 픽스 초콜릿의 제품이나,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모든 형태의 초콜릿들이 두바이 초콜릿으로 불리고 있다.
내가 사는 사막 도시의 초콜릿이 저 멀리 한국에서 이슈가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잠시 한국에 가보니 [ 두바이 초콜릿 ]이란 단어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들어간 초콜릿의 대명사가 되어 있었고, 두바이는 부르즈 칼리파나 분수 쇼보다 초콜릿으로 유명한 도시가 되어 있었다.
두바이는 원래 초콜릿의 도시다?
두바이는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원래부터 초콜릿이 인기인, 초콜릿의 도시 중의 하나다. 미즈람, 파치, 가나슈 등 초콜릿만 파는 초콜릿 전문점들이 꽤 눈에 띄고, 이곳의 명절이나 휴일이면 마치 우리나라 떡집처럼, 예쁘게 포장한 초콜릿 꾸러미들이 배송을 기다리며 첩첩산중으로 쌓여있다. 이렇게 초콜릿의 도시인 두바이의 초콜릿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어쩌면 시간문제였을 수도 있다.
도대체 두바이 초콜릿의 특별함은 무엇일까?
오후 2시, 5시 하루 두번 주문 시작
오후 2시 주문 마감. 오후 5시는 판매 전 이미 품절
두바이에서 이렇게 힘들게 사야 했던 것이 과연 있었나? 싶을 정도로 두바이는 원하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살 수 있는 곳이다.
한국처럼 모든 것이 빠른 도시는 아니지만, 24시 스타벅스가 있고, 24시 슈퍼마켓이 있고, 많은 몰이 자정까 열려 있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곳이 바로 두바이인데, 무슨 초콜릿이길래 이렇게 손에 넣기 힘든 것일까?
바로 두바이에서만 구매가 가능한 두바이 픽스 Fix 초콜릿, 그중에서도 중동 디저트인 쿠나페 맛의 이름도 특이한 ' Can't get Knafeh of it (쿠나페를 참을 수 없어)' 이 그 주인공이다.
@위키피디아
쿠나페는 치즈와 코티지 크림 위에 아주 가느다란 국수 같은 재료인 카다이프를 바삭하게 구워 꿀과 시럽으로 조린 뒤, 으깬 피스타치오를 뿌려먹는, 두바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중동식 디저트다. 그리고 픽스 초콜릿은 쿠나페를 초콜릿으로 재탄생시킨, 심지어 매장도 없이 온라인으로만 주문이 가능한 신생 수제 두바이 초콜릿 브랜드이다. 두바이 최고의 인플런서인 두바이 왕자, 셰이크 함단 까지 주문을 의뢰해 먹었다니, 이곳에서도 이슈가 되는 초콜릿임에는 분명하다.
나 역시 주문 성공까지 3일이나 걸렸다. 처음에는 한 번 먹어나 보자였는데, 오기가 생겼다. 네이버 초시계를 켜 한국인의 수강 신청 솜씨를 발휘하여 겨우 구매하였다. 속으로는 한 개에 2만 5천 원이나 하면서, 거기에 이렇게 시간까지 맞춰서 사야 하는 건가 싶으면서도, 카다이프 + 피스타치오 + 초콜릿, 이 조합이 상상이 되지 않아 한 번은 꼭 먹어봐야겠다 싶었다.
이게 뭐라고 이리 난리인지 모르겠지만, 배달원이 초콜릿을 놓고 가자마자, 아이들과 두바이에서 만난 새로운 디저트를 맛볼 생각에 신이 났다. 이런게 해외살의 맛이긴 하다.
꽤 도톰한 두께의 초콜릿을 반으로 뚝 잘라보니, 슈렉이 먹을 것 같은 색의 피스타치오 크림과 섞인 카다이프면이 본모습을 드러낸다. 맛있어 보이는 색은 아니지만, 초콜릿을 자를 때 코팅된 얇은 초콜릿이 마치 아크릴판 깨지는 것처럼 바사삭하는 소리에 군침이 돈다.
드디어 한입! 음~~~ 눈이 크게 떠지는 맛이다.
사막 도시 두바이의 디저트답게 나에게는 너무 달기도 했지만 카다이프와 섞인 피스타치오 크림, 그리고 간간히 씹히는 피스타치오 조각들의 식감이 아삭하고, 참깨 소스 같은 타히니가 들어가 있어 특유의 고소함이 느껴진다.
두바이에서 맛본 원래 쿠나페의 맛은 바삭하기보다, 쫀득한 맛이었는데, 초콜릿으로 재탄생한 쿠나페는 바삭바삭했다. 웨하스맛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좀 더 가볍게 바삭하고, 말차 아이스크림 같기도 한데, 그보다는 부드럽고 또 달달하다. 달고 말고를 떠나 한 번도 못 먹어본 맛은 확실하다.
나는 바삭한 크림 맛은 좋았지만, 마지막에 씹히는 밀크초콜릿 커버가 너무 달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이거 웬걸.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계속 생각났다.
더운 날씨에 입맛이 변한 건지, 초콜릿 안 좋아하던 사람 어디 갔나? 상상할 수 없던 맛이었는데, 지금은 또 계속 생각나는 맛이다. 유통기한이 3일로 아 짧았지만, 유통기한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빠르게 다 먹어버렸다.
이 두바이 초콜릿의 매력은 신생 두바이 홈그로운 Homegrown 초콜릿이란 점이다. 다국적 도시 두바이는, 수많은 해외 브랜드, 레스토랑들이 들어와 있다. 그 속에서 본인들의 색을 찾고 자생한, 두바이 출신 브랜드와 음식, 그리고 문화에 큰 가치를 둔다.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두바이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픽스 초콜릿도 이런 두바이의 홈그로운 초콜릿답게, 누구도 예측이 어려운 본인들의 초콜릿 맛을 완성해 냈다. 중동 디저트에 대부분 들어가는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를 이렇게 새로운 맛의 초콜릿으로 풀어내다니. 생긴 지 2년밖에 안 된, 정말 두바이다운 초콜릿이 대 히트를 쳤다.
그리고 그것이, 카다이프와 피스타치오 맛에 익숙하지 않은, 지구 반대편 한국에 있는 사람들도 궁금해한다는 게 참 신기한 일이다. 이것이 두바이의 숨겨진 힘인가 싶지만, 역시 알다가도 모를 두바이, 그리고 두바이의 초콜릿이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일단 두바이에서 한국에 사 갈 좋은 선물이 생긴 건 확실하다. 그 덕분에 내가 사는 곳에 대한 친구들의 관심이 늘었다. 이 또한 나쁘지 않군. 하지만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들도 좋아하실까라는 물음에는 답하지 않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