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프스 커피 : 2014년부터 9년 넘게 패션브랜드인 랄프로렌에서 운영하고 있는 뉴욕 대표 카페 ]
아이 러브 뉴욕!
2012년의 뉴욕
아이도, 남편도 없던 20대 자유인 시절.여름휴가는 무조건 뉴욕 여행이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았던, 첫 조카를 보러 가는 이유도 있었지만,당시에도 나는 빵집과 카페투어에 진심이었기에, 한국에 없던 카페들을 찾아 뉴욕 구석구석을 누비는 것이 야근많던 새내기 직장인의 힐링 모먼트였다.
정처없이 다녔던 뉴욕 거리와 카페들
혼자 지하철역을 나와 이리저리 걷다가록펠러센터에 있는 블루 보틀 커피 Blue bottle coffee도 가고,미국드라마에서 보았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 Magnolia Bakery에서 컵케이크를 사서공원에서 먹기도 하고, 그때만 해도 한국에 없었던 딘앤델루카 Dean & Deluca에 가서 뉴요커처럼 커피 한잔에 샌드위치를 먹는 등,나는 그렇게 뉴욕 여행에 빠져 살았다.
나의 월급은 뉴욕행 비행기를 사느라 만져볼 새 없이 허공으로 사라졌지만, 그렇게 미국은, 뉴욕은 나의 20대 소중한 추억의 장소이다.
두바이에서 멀고먼 미국
안타깝게도 두바이에서 가장 가기 힘든 곳이 바로 미국이다.
교통의 허브답게 거의 모든 나라로 통하는 경유지인 두바이도 비행기로 로스앤젤레스 LAX공항은 16시간, 뉴욕 JFK공항은 14시간 등 미국여행에 있어서는 전혀 교통의 허브의 특혜를 누리지 못한다.
두바이에서 미국까지 비행시간
하지만 다른 의미의 허브로, 전 세계 카페들이 두바이에 모여 있다.
런던의 레토 LETO , 미국의 피츠 커피 Peets Coffee, 캐나다의 팀홀튼 Tim Hortons, 프랑스의 폴 Paul까지.
180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보니, 그들의 취향도 이곳으로 함께 오게 되면서, 두바이 구석구석에서 세계 각국의 카페를 엿볼 수 있다. 그야말로 허브의 특혜다.
그리고 드디어,
뉴욕에서 너무나 가보고 싶던랄프스 커피 Ralph's coffee가 두바이에 문을 열었다.
랄프스커피는금방 사라지는 이벤트성 카페가 아닌 2014년부터 9년 넘게 패션브랜드인 랄프로렌에서 운영하고 있는 뉴욕 대표 카페다.
Ralph's Coffee 랄프스 커피, 뉴욕 / www.timeout.com
10분 거리에 뉴욕의 카페가 생기다니!
14시간을 날아갈 필요가 없다. 비행기 없이 세계 카페 일주가 가능한 것. 이 또한 두바이에서 내가 찾은 스윗 포인트다.
랄프스 커피, 두바이
바리스타옷을 입은 랄프로렌의 곰돌이부터, 로고필체로 이름이 쓰인 커피잔, 스트라이프 쿠션, 랄프로렌의 상징과도 같은 클래식한 그린톤의 인테리어까지.
뉴욕의 카페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은 분위기에, 분명 5분 전 대추야자를 파는 매장을 지나왔는데 뉴욕으로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브랜드가 가진 클래식함과 뉴욕 거리의 감성을 카페로 잘 풀어내어, 가보지는 못했지만 뉴욕 랄프스 커피 트럭 앞에서 마시는 그 기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14시간 거리 미국 감성은 나만이 찾는 것이 아니었는지, 이른 아침이었지만 카페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다.
자리가 없어 나는 그냥 커피 한잔 시켜 서 있었지만, 그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잠시나마 두바이도 한국도 아닌, 20대에 거닐던 뉴욕거리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고소하고 진한 미국식 진한 라떼는 덤이요, 덕분에 짧게 주어진 내 자유시간에 뉴욕 한 모금을 아주 잘 마셨다.
20대 후반, 뉴욕으로 여행을 떠나던 그땐, 작은 것 하나에도 감성에 젖기 바빴다. 하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또 긴장되는 해외생활에 나의 감성은 무뎌지고 무뎌졌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에 나오는 화남이와 까칠이만무척 커졌다.
하지만 이렇게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나의 취향을 찾아다니며 두바이를 기록하는 여정을 하다 보니, 잊고 있던 나의 감성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다. 육아로 가득찬 내 삶에 꽤 힘이 되는 경험이다. 오늘 역시, 10분 거리 뉴욕 카페덕에 비행기도 타지 않았는데 혼자 해외여행을 하고 돌아와 충전한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