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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n 05. 2024

낯선 중동 음식에서 콩국수의 향기가 난다

중동의 대표 음식, 후무스 Hummus

요즘 더워진 두바이 날씨 탓인지, 한국에서 먹던 시원한 국수 생각이 간절하다.


냉면, 김치말이국수, 막국수

그리고 특히

여의도 진주집의 진한 콩국수!


30대에 처음 맛본
나의 인생 콩국수 이야기


아기가 갖고 싶었던 결혼 3년 차. 단백질음식이 임신에 좋다 하여, 좋아하지도 않던 두유를 매일 먹으며 힘이 들었다. 콩을 싫어하는 사람이 매일 두유를 먹는다는 건, 정말 무언가 절실했다는 뜻이다.


매일은 못 먹겠다 싶어, 두유 말고 다른 걸 먹어보고자, 콩국수가 맛있다고 들었던 여의도 진주집에 들렀다.


몇 년 전인지만 그때만 해도 혼밥은 흔하지 않아, 혼자는 먹지 못하고, 무거운 콩물이 든 페트병과 국수를 들고 지하철로 터덜터덜 집으로 왔다.

진하디 진했던 진주집 콩국수

아기를 갖고 싶던 간절함 때문일까, 이 집이 맛집이어서 그랬던 걸까. 콩국수는 살면서 한 그릇을 다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나와는 거리가 먼 음식이었지만, 진주집의 콩국수는 다르게 느껴졌다.


콩 비린내도 없이, 콩의 담백함과 고소함만 살려냈고, 끝맛이 밍밍하지 않고 달큼했다. 너무 묽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쭉한 그 질감도 좋았다.


소금이냐, 설탕이냐 논쟁할 겨를도 없이,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인생 처음으로 콩국수 한 그릇을 해치웠다. 맨날 억지로 먹던 두유와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그때 먹은 콩국수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뒤 첫 아이의 임신을 알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안 좋아하던 음식이, 마음이 가장 힘들던 때, 물리적이든, 심리적이든 큰 힘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이맘때가 되면 페트병 안에 들어있던 뽀얗고 차가웠던, 진주집 콩국수 국물이 늘 생각난다.



두바이에 진주집 콩국수는 없다. 하지만 이곳에도 진한 콩국수의 향이 느껴지는 음식이 있다.


바로,

중동의 대표 음식, 후무스 Hummus

후무스 Hummus


콩국수향이 나는 중동음식, 후무스


아랍어로 병아리콩이란 뜻의 후무스는 물에 불려 삶은 병아리콩에 참깨 페이스트, 레몬즙, 마늘을 넣고 갈아 만든 음식으로, 두바이의 마트, 레스토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중동의 대표 음식이다.


마트에 파는 다양한 후무스들


올리브오일을 곁들여, 이곳에서 '걸레빵'이라고 한국사람들에게 불리는 얇은 아라빅 브레드를 쭉 찢어 찍어 먹거나, 오이, 당근 같은 채소와 함께 먹는다.

종류는 다른 콩이지만, 콩을 불려 삶아 갈았다는 공통 때문인지, 우리나라 음식으로 치면 수분기를 날려 좀 걸쭉하고 부드러운 콩국수 국물맛이 난다.

부드러우면서 텁텁하지 않고, 올리브 오일의 향긋한 향이 병아리콩의 담백함과 만나니, 여전히 두부, 두유는 거의 안 먹고 지내는 나에게도 후무스는 고소하고, 맛있었다.

마마이쉬의 아라빅 브레드와 후무스

두바이에 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중동 음식들에 전혀 적응을 못하고, 입맛이 사라질 대로 사라졌을 때, 두바이 팔레스타인식 음식점인 마마이쉬 Mamaesh에서 먹은 후무스는, 나에게 처음으로 두바이 음식에 희망을 갖게 해 주었다.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도 있구나!



마치 진주집 콩국수를 처음 맛봤을 때 같이, 또 콩이 주재료인 음식이, 그것도 국적도 다른 음식이 몸도 마음도 기댈 곳 없이 허했을 때,  예기치 않게 작은 위로가 되었다. 어디 요술콩이라도 들어 있었던 걸까? 

후무스와 아라빅 브레드만 있으면 아이들도 한끼 뚝딱이다

나는 두바이에 오면서, 이국적인 새로움을 찾는 재미에 푹 빠져 살 줄 알았다. 마치 해외여행처럼 말이다.


물론 그 재미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오히려 나는 두바이 속에서 나에게 익숙한 한국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


"이거 한국 커피 맛이다." 

"여기 한국 카페 느낌이다. "

"이거 육개장이랑 비슷한데?"

"여기 석촌호수 같아."

"음~ 진주집 콩국수맛이 나!"


찾아냈을 때의 뿌듯함이란!


망망대해 같은 해외 생활에서 찾은, 진주 같은 나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할까. 이게 뭐 별거라고. 한국에 살았다면 하지도 않았을  '한국 찾기'가 두바이에서는 늘 삶의 위안이 된다. 해외살이라는 게 참으로 그러하다.



렇게 나는 후무스를 먹으면서, 콩국수를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다. , 콩국수만큼 차갑지는 않으니, 시원한 진주집 콩국수는 한국 가서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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