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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l 14. 2024

엄마의 여름반찬

해외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며칠 출장을 갔던 남편의 가방이 무겁게 돌아왔다. 짧은 출장길이라 이것저것 부탁하지 않았는데, 돌아오는 길 친정집에 들러 엄마의 반찬을 가지고 돌아왔다.


뚜껑도 딱 안 맞는 반찬 용기를 보니 엄마도 준비 못하고 급하게 반찬을 싼 게 눈에 선했다. 바로 냉장고에  넣으라는 당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니, 오이지무침을 얼마나 꽉꽉 눌러 담았는지 조금만 더 비행기에 있었으면 아마 오이지 국물이 줄줄 흐르지 않았을까 싶다.

뭘 이런 걸 힘들게.


평소 무뚝뚝함으로 무장한 막내딸인 나는 엄마 반찬에 대한 반가움보다 또 부랴부랴 반찬을 하느라 바빴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거 좀 안 먹으면 어떻다고, 뭘 또 이런 걸 바리바리 싸서 보냈나.


그래도 맛깔스럽게 무친 오이지를 보니 군침이 돌았다. 참지 못하고 손으로 한입 집어 물었다. 그리고 오도독하고 씹는 순간, 바로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엄마맛이다.


나의 미각이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나? 한국에서도 엄마가 해오면 잘 먹지도 않던 오이지무침이었는데, 두바이에서의 그 한입으로 엄마밥상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두바이에서 기대고픈 엄마가 생각나서 인지, 계속 입맛에 안 맞던 중동음식들을 먹다가 익숙한 맛을 먹어 기뻐서인지, 오이지무침 한입과 눈물이 섞인 밥을 먹었다.


"오이지 맛있게 됐네."


또 멋없게 엄마에게 이렇게 문자만 보냈다. 하지만 그 문자 하나에는 '엄마 고마워, 맛있더라, 또 먹고 싶다, 나 너무 힘들다, 한국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다'이 모든 뜻을 담았다.



나는 40대가 되면 모든 것에 굉장히 담담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여전히 나는 엄마 반찬에 울고 웃는, 엄마의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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