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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마을 두바이에 삽니다 1
12화
엄마의 여름반찬
해외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by
마마데이나
Jul 14. 2024
두바이에서 한국으로 며칠 출장을 갔던 남편의 가방이 무겁게 돌아왔다. 짧은 출장길이라 이것저것 부탁하지 않았는데, 돌아오는 길 친정집에 들러 엄마의 반찬을 가지고 돌아왔다.
뚜껑도 딱 안 맞는 반찬 용기를 보니 엄마도 준비 못하고 급하게 반찬을 싼 게 눈에 선했다. 바로 냉장고에 넣으라는 당부와 함께.
뚜껑을 열어보니, 오이지무침을 얼마나 꽉꽉 눌러 담았는지 조금만 더 비행기에 있었으면 아마 오이지 국물이 줄줄 흐르지 않았을까 싶다.
뭘 이런 걸 힘들게.
평소 무뚝뚝함으로 무장한 막내딸인 나는 엄마 반찬에 대한 반가움보다 또 부랴부랴 반찬을 하느라 바빴을 엄마를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그런 거
좀 안 먹으면 어떻다고, 뭘 또 이런 걸 바리바리 싸서 보냈나.
그래도 맛깔스럽게 무친 오이지를 보니 군침이 돌았다.
참지 못하고 손으로 한입 집어 물었다. 그리고 오도독하고 씹는 순간, 바로 눈물이 울컥 쏟아져 나왔다.
엄마맛이다
.
나의 미각이 이렇게 기억력이 좋았나? 한국에서도 엄마가 해오면 잘 먹지도 않던
오이지무침이었는데, 두바이에서의 그 한입으로 엄마밥상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쳤다.
그렇게 나는 외로운 두바이에서 기대고픈 엄마가 생각나서 인지, 계속 입맛에 안 맞던 중동음식들을 먹다가 익숙한 맛을 먹어 기뻐서인지, 오이지무침 한입과 눈물이 섞인 밥을 먹었다.
"오이지 맛있게 됐네."
또 멋없게 엄마에게 이렇게 문자만 보냈다. 하지만 그 문자 하나에는 '엄마 고마워, 맛있더라, 또 먹고 싶다, 나 너무 힘들다, 한국 가고 싶다, 엄마 보고 싶다'이 모든 뜻을
담았다.
나는
40대가 되면 모든 것에 굉장히 담담한 어른이 되어있을 줄 알았다. 여전히 나는 엄마 반찬에 울고 웃는, 엄마의 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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