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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Sep 08. 2024

두바이 김치찌개 매니아

 내가 김치찌개를 끓이는 이유


두바이살이 2년차. 그동안 이곳에서 가장 많이 먹은 음식은  병아리콩으로 만든 중동 음식 후무스도, 흔하디 흔한 아라빅 브레드도 아니다.


바로 김치찌개.


특히 학교에서 같은 반 외국인 엄마들과 커피 한잔이라도 하고 온 날은, 왜 이리 흰밥에 김치찌개가 당기는지. 마치 전력질주로 수영을 하고 나온 것처럼, 허기가 진다.


원하는 만큼 제대로 말을 못 해서 오는 답답함 때문일까, 커피와 함께 먹은 크루아상의 느끼함 때문일까? 돼지고기 두툼하게 썰어 넣고, 청양고추와 어슷썰기 한 대파 가득 넣어 끓인 뜨끈하고 칼칼한 김치찌개 생각이 간절하다.



아쉽게도 두바이에서는 국물요리, 특히 매콤한 국물요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두바이에서 가장 흔한 중동 음식점인 레바논식 레스토랑들에는 있어봐야 렌틸콩 수프나 치킨 수프 같은 밍밍한 국물 음식들만 있다. 또 두바이에 있는 수많은 카페형 레스토랑에서 파는 20개가 넘는 메뉴 국물이 있는 음식은 찾기 힘들다.


눈만 돌려도 갈비탕, 설렁탕, 김치찌개, 감자탕, 순댓국 등등 국물요리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우리나라와 사뭇 다르다.


그나마 베트남 레스토랑의 쌀국수, 태국 레스토랑의 똠양꿍, 중식당의 훠궈요리들이 한식당보다는 흔히 보이지만, 이런 날엔 모든 재료 아낌없이 들어간 한국식 김치찌개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아주 자주, 두바이에서 나를 위한 김치찌개를 끓인다.



마트에 숨겨진 돼지고기 코너. NOT FOR MUSLIMS

외국인들에게는 이슬람교 규율이 엄격하지 않은 곳이 두바이라지만, 이곳도 엄연히 이슬람교 국가라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대신 술처럼 지정된 마트에서만 돼지고기를 팔고 있다.


마트 깊숙히 숨겨진 돼지고기 코너에서 목살을 사 와 두툼히 썰고, 두바이 한인들에게 유명한 한인 식당 사장님께 주문한 포기김치를 송송 썰어 냄비 넣었다. 


1kg에 2천원하는 스페인 양파

한인마트에서 파는 한국산 대파와 양파는 너무 비싸, 까르푸에서 파는 스페인산 쪽파와 양파를 썰어 넣고, 이번 출국길에 하나하나 다 갈아서 넣어 준 엄마의 다진 마늘도 듬뿍, 고춧가루도 한 숟갈 듬뿍 넣었다.


보글보글. 소리만으로도 아침 운전과 영어로 긴장되었던 나의 하루가 풀어진다.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흰밥에 갓 끓인 김치찌개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뜨끈한 김치찌개 한입 먹고서야 이제야 속이 뻥 뚫린다. 꽤나 답답했던 건지, 한국에서는 문만 열고 나가면 어디에서든 쉽게 먹을 수 있던 이 김치찌개 한입이 뭐라고, 왜이리 힘이 되는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아침에 커피와 빵을 찾아먹던 나였는데, 아침부터 김치찌개를 끓이고 있는 나라니. 두바이에서 만나는 나의 새로운 모습에 나도 웃프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더니, 두바이에 사는 나에게 정확히'국물 심'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여전히 40도가 넘는 두바이에서 김치찌개를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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