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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n 27. 2024

그놈의 '허니'가 뭐길래

괜찮은 듯 괜찮지 않은 두바이 병원 이야기


나에겐 두바이에서 생긴 특이한 기침이 있다. 


목이 칼칼해지면서 살짝 따끔거리고, 마른기침이 난다. 특히 밤에는 무슨 사래라도 린 듯 등이 아플 정도로 기침이 나고, 심할 경우엔 목소리까지 갈라진다.


이것을 우리는 "두바이 침"이라고 부른다.


나는 두바이에 와서, 한국에서는 거의 없었던 인후염, 목감기를 달고 산다. 모래먼지, 24시간 에어컨 바람에 나의 목은 건조할 대로 건조해졌는지 겨울이며, 여름이며 가리지 않고, 두바이 기침에 시달리고 있다. 두바이에 온 외국 사람들이 많이 걸리는 걸 보면, 풍토병인듯하다.



다행히 두바이에는, 일처리 속도는 느리지만, 한국과 시스템이 거의 흡사한 병원과 약국이 아주 많다. 보험료가 싸지는 않지만, 보험을 들면 약값이나 병원비가 보험으로 거의 100% 커버가 된다. 지내는 기간 동안 병원 가서 돈을 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리고 어떤 증상이든 늘 비슷한 약을 한가득 처방을 받는다.


문제는  안 듣는다는 거다.

증상이 달라도 받는 약은 늘 비슷하다.


6월이 오면서 기온이 올라가고 에어컨 바람이 강해지면서, 역시나 나는 또 인후염에 걸렸다.


주사라도 한대, 아니면 잘 듣는 약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는데 오늘도 잘 듣지도 않는 현지 기침 시럽, 진통제, 목 스프레이가 끝이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Please have some Honey."

그놈의 허니.

두바이 의사 선생님들은 다 같이 두바이 양봉협회 명예회원이라도 되시는 건지, 어느 병원을 가도, 어떤 국적의 선생님께 가도, 목이 아프다 하면 허니가 두바이 병원의 공통적인 비공식적 처방이다.


빨리빨리의 한국인답게, 증상이 심해지기 전에 빠르게 낫게 하는 주사나 잘 듣는 약을 줬으면 좋겠는데, 늘 마지막 조언이 꿀이라니.


목은 아프지만, 오늘도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허니와 티에 의존해서 거의 자연치유에 가까운 속도로 완치를 기다려야 한다. 맘이 급한 건 아픈 나뿐이다.



풍토병은 지름길이 없다. 


내 몸이 이 나라에, 기후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니, 걸리면 그냥 견뎌내야 한다.


몸이든 마음이든, 한평생 한나라에 적응해서 살기에도 쉽지 않은 인생인데, 30년 넘게 적응해 있던 곳에서 나라만 바뀌었다고, 모든 것이 적응하는 데에  참으로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외생활 1년이 지나니 이제 좀 편안해지나 했는데,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두바이 기침에 여기가 내 나라가 아니었구나, 아직도 나는 적응 중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약도 신토불이인가? 


한국 약국에서 사 온 비상약들이 훨씬 잘 듣는 걸 보면 정말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인가 보다. 한국 가고 싶은 마음이 또 스멀스멀 올라온다.


두바이 꿀이 효과가 없는지 아직도 목이 따끔하다. 아무래도 이번 여름, 한국 가는 길에 동서 벌꿀이나 하나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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