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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un 21. 2024

엄마가 되어 만난 '인사이드 아웃2'

두바이에서 나의 첫 영화관람기


한때 픽사 PIXAR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던 나는 픽사의 모든 애니메이션에 열광했다. 그중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은 내 마음속 가장 높은 순위권에 있던 영화로, 또 아이를 가지고 싶어 했던 나의 신혼시절에 함께했던 영화라 더 기억에 남는다. 나는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다.

그 당시엔 주인공 라일리를 보며, 나중에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우리 아이도 기쁨이가 주요 감정이 되었으면, 슬픔이든, 화남이든 모든 감정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로 자랐으면, 빙봉같이 상상 속의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화를 봤다.

첫째 아이와 함께한 첫 전시회,픽사전

그래서 아이가 생겼을 때, 아이의 태명은 '기쁨이'였다.


그리고 아이가 태어난 해에, 아기띠하고 갔던 픽사 전시회에서 인사이드 아웃 그림액자를 사서 아이 방에 걸어두었다.


두바이 우리집. 아이의 키를 표시해둔 벽에 함께하는 인사이드 아웃


두바이에 오면서 나의 많은 예쁜 쓰레기들을 처분했지만 그 그림만큼은 두바이까지 가져와, 여전히 아이들 방에 걸어두었다.



다시는 안 나올 것 같던 인사이드 아웃 2가 개봉한 2024년. 나에겐 슬픔이소심이가 주 감정인 것 같은 아들과 화남이까칠이가 합쳐진 딸, 이렇게 두 녀석이 생겼다.

화남이와 까칠이가 점점 많아지는 나의 꼬맹이들


 "인사이드 아웃 2는 꼭 아이들과 같이 봐야지. "


두바이에 와서는, 영화관에는 남편과 아이들만 보내고 나는 자유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인사이드 아웃 2만큼은 온 가족이 함께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함께 인사이드 아웃 2를 본다니, 뭔가 세월의 변화가 느껴지기도 하고, 엄마가 되고팠을 때와 엄마가 된 후에, 영화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질까 궁금하기도 했다.

두바이 극장에서 본 인사이드 아웃 2


예상대로 인사이드 아웃 2는 훌륭했다.


비록 아이들은 미니언즈가 나오는 슈퍼배드 4 예고편에서만 깔깔거리고, 거의 웃지 않았지만, 남편과 나는 그것이 감동이었든, 공감이었든 영화를 보는 내내 많이 웃었다.


특히 나는 해외살이 때문인지, 어린 시절의 소중함을 아는 나이가 된 건지, 전편보다도 더 많은 장면에서 뭉클했다. 10년 전,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볼 때는, 우습지만 존재조차 없던 나의 미래 아이들이 생각이 났다면, 이번 편을 보면서는 엄마가 된 후인데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많이 떠올렸다.



두바이에 온 뒤, 나는 사춘기 아이 같았다.


분명 친정 엄마말로는 사춘기 때 크게 엄마 속을 안 썩이고 넘어갔다고 했는데, 그때 못 겪은 사춘기가 이제야 온 건지, 물 건너왔다고 해외판으로 다시 탄생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것도 싫고, 저것도 싫고, 그냥 모든 게 다 싫었다.


온갖 걱정거리 가득한 시나리오 속에,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화를 냈고, 울었고, "엄마 좀 내버려 둘래! "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또래 집단에 끼고 싶은 라일리처럼, 평생 쓰지도 않던 어설픈 영국 억양의 "Lovely"를 영국엄마들 사이에서 흉내 내보기도 하고, 다가와주는 외국엄마들과 친구가 되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그들의 생각에 대부분 동의를 했고, 적응 못하는 외국인 엄마로 보이기 싫어, 늘 옷차림에 신경을 썼고, 안 웃긴 영어 농담에도 미소를 짓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 내내 10대 라일리의 모습이 두바이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 같았다.  기쁨이는 어디에 숨었는지 찾아볼 수도 없었고, 모든 감정들이 '불안함'에서 요동치는 두바이 1년 차의 내 모습이 영화 속에 가득했다.


라일리의 눈물이, 기쁨이의 눈물이 꼭 내 눈물 같아 코끝이 찡했다. 그래서인지 영화의 해피엔딩이 그 어떤 영화보다 반가웠다.


그렇게 아랍어 자막이 나오는 인사이드 아웃 2는 아직도 진행 중인 40대 '두바이 사춘기' 삶에 큰 위로가 되었다. 장면 한 컷 한 컷이 "다 괜찮아"라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모든 감정엔 다 의미가 있는 거니까.


영화로 위로를 받는다는 이 상투적인 표현으로 밖에 말할 수 없는 기분이 이런 거였구나. 두바이에 와서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았다.


만약 인사이드 아웃 3가 나온다면, 그때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이고, 또 어떤 위로를 받을까?


픽사에 한 번 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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