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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Mar 13. 2024

사막 도시에도 비는 온다

현지에서 전하는 두바이 날씨 이야기


"거기 비는 괜찮니?"


집에 비는 새지 않았나, 애들 학교는 하나, 애들 아빠 회사는 갔나 등 한국 가족들의 연락을 많이 받았다.

비오는 두바이

그렇다. 며칠 전 두바이에 큰 비가 내렸다.


시간당 50mm


한국에선 별거아닌 강수량이지만, 여기는 10mm만와도 문 앞에 모래주머니를 놓는 곳이니, 두바이에서 이 정도면 체감상 한국 장마 저리 가라다. 해외 소식은 작은 일도 늘 크게 보도가 되는지 한국 가족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강수량 10mm에 모래주머니라니


많은 비는 왔지만, 며칠 전부터 큰비 온다, 큰비 온다 하고 정부의 예보가 끊임없이 와서 크게 놀라지 않았다. 

비가와서 길에 물이 넘친다

 적은 비에도 늘 휴교를 요청하는 정부는 이미 비 오기 전부터 재택근무, 학교 휴교를 결정했고,  역시 집에 있어 별일이 없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는 한국 장마에 적응된 코리안 패밀리 아니겠는가? 이 정도 비는 우리에겐 비도 아니다.  휴교가 무섭지, 비는 무섭지 않다.


비온뒤 맑은 하늘 두바이

사막 도시답게 다음날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맑디 맑은 두바이로 돌아왔다. 물웅덩이는 여전히 남았지만 우리에겐 놀이터가 하나  생겼다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온뒤 수많은 물웅덩이들

이곳엔 배수구가 극히 적다. 비가 적은 사막 기후이기도 하고, 1년에 10번이 안 되는 비소식 때문에 배수시설을 만드는 게 더 비효율이라고 생각 했을터. 한국에서 흔히 보이던 배수구가 두바이에선 찾아보기 어렵다.

배수구가 없어,비가오면 일단 물이 찬다

대신 이곳에는 크디큰 초록색 펌프카가 있다. 비가 적게 오면 비 그친 후에, 이번같이 비가 많이 오는 날엔 비가 오는 중에도 펌프카가 돌아다니며 물을 퍼낸다.

열심히 일하는 두바이 펌프카

크기도 어찌나 큰지, 아이들과 비 오는 날이면 이 초록색 펌프카를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펌프카로 퍼내니 물웅덩이가 사라지는 속도가 어찌 빠르겠는가? 이곳 말로 '인샬라'. 신의 뜻에 모든 것을 맡기는 이들에겐 급할게 없다. 이것이 두바이의 비 오는 날의 흔한 풍경이다.

비온뒤 3~4일은 물웅덩이가 남아있다.

오기 전 나는 두바이에 비는 1도 안 올 거라고 생각했다. 여기는 사막이니까! 그래서 아이들 장화도 모두 버리고 왔다. 하지만 두바이에도 비는 온다. 횟수가 적어서 그렇지, 특히 겨울에는 한 달에 한 번은 꼭 비가 내렸다.


자주가 아니라 그런가, 비가 오면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비가 오면 늘 기분이 가라앉았는데, 비행기 타고 10시간 날아왔다고 이렇게 사람 마음이 바뀐다. 세상에 역시 당연한 건 없다.


두바이 사람이 다 된 건지, 아이들도 비만 오면 얼굴에 웃음이 한가득이다.


"엄마, 우비 입을까?"


정적인 엄마는 비 오는 테라스에서 한국 믹스 커피 한잔 하며 김동률 노래나 듣고 싶지만, 이 귀한 비 오는 날, 꼬맹이들의 이벤트를 놓치게 할 수 없다. 장화는 없지만 크록스를 신고 킥보드를 타고 신나게 물 위를 달린다. 

비온뒤 물웅덩이 놀이터


아마도 우리 가족은 몇 년 후, 한국에서 장마철을 맞이할 때마다, 두바이에서 소중했던 비 내리는 아침을 추억하지 않을까?


비를 보며 사막 도시를 떠올리다니. 이 또한 아이러니하지만, 두바이 날씨덕에, 그렇게 우리의 두바이 추억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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