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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Oct 26. 2024

해가 질 때까지 금식입니다.

두바이의 가장 큰 명절, 라마단


라마단 Ramadan : 음력을 기준으로 8번째 달이 끝나는 날, 즉 초승달(Cresent)이 보이는 날부터 한 달의 기간으로, 해가 떴을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식을 하며 몸과 마음을 정화시키는 이슬람교에서 가장 중요한 명절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해가 질때까지는 금식이라니.


두바이에 오기 전 나에게 라마단은, 아이의 책에서 읽어본 것이 다였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또 그 안에서도 가장 덜 중동스러운 곳 두바이에 살고 있어도, 라마단은 1년 중 가장 큰 명절이자, 우리 같은 이방인의 일상에도 꽤 큰 영향을 주는 한 달의 기간이다. 



일단 학교는 단축수업을 한다.

학교의 운영시간이 라마단 기간에는 5시간을 넘기면 된다. 우리 학교의 경우는 8시 반에 등교하고 작은 아이는 12시 45분, 큰 아이는 1시에 하교한다.


왕복 1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우리는 정말 왔다, 갔다 하면 금방 하교시간이다. 점심도 안먹고 오기때문에 간식만 싸면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이들과 붙어있는 시간이 꽤 길다.


 또한 마음의 정화가 필요한 시기다.

이른 하교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다행히 아이들 아빠의 회사도 단축근무를 한다.

한국인 직원만 있는 것이 아니니, 금식을 하는 이슬람교 직원들을 배려하여 직장도 라마단 타이밍으로 운영한다. 물론 주재원들은 대부분 No 라마단 타이밍이지만, 그래도 이따금씩 일찍 온다.


하교를 일찍 한 아이들은 목이 빠져라 아빠를 기다린다. 그걸 또 달래느라, 왜 일찍 못 오냐며 남편을 다그치느라 이 역시 마음의 정화가 필요하



라마단은 바로 전날 확정이다.

굉장히 아날로그적 방법으로,  관측 위원회에서 매일 달을 관찰하며, 내일이 라마단이다!라고 선포해야 그날부터 라마단이 시작된다. 정말 하늘의 뜻이다.


전날 저녁까지 발표를 기다려야 하기에, 내일 학교 가는 시간도 전날 달이 뜨기까지는 알 수없다.



레스토랑은 정상운영을 한다.

이게 참 큰 변화다. 작년만해도 라마단 기간엔 대부분의 카페나 레스토랑들이 테라스 좌석을 운영하지 않았고, 가림막으로 내부를 가렸다, 


하지만 올해는 학교 단축수업이 아니라면 라마단인지도 모를 만큼 모든 곳이 오픈되어 있다. 외국인 인구유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지, 정확히 원인은 알 수 없지만 1년 만에 상당한 변화가 느껴진다.


그럼 맘껏 야외에서 식사를 해도 되는가?라고 묻는다면 선택의 문제이다. 라마단을 설명해 주던 학교엄마에게 질문해 보니, 금식을 함께 할 필요는 없으나, 음식이나 커피, 물 등을 밖에서 들고 다니며 먹는 것은 자제하는 것이, 이곳 문화에 대한 존중이라고 했다.

라마단 티모닝. 이슬람교 학부모 커뮤니티에서 직접 준비한 라마단 설명회

그래서 우리도 최대한 실외 좌석이나 길거리에서 음식이나 음료를 먹지 않으려고 한다.


와, 음식은 몰라도 낮동안 커피도 못 먹는다니. 그래서 라마단이 오기 전 2주 전부터 미리 커피를 줄이는 연습을 하기도 한다 했다. 종교의 힘은 대단하다. 



금식 그 후, 매일의 화려한 만찬

오늘의 금식을 끝내며, 동시에 다음날의 금식을 대비하여 푸짐하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저녁에 이프타르 Iftar라는 뷔페식을 운영한다. 금욕에는 엄격하나 탐욕에는 관대한 중동다운 문화다.


금식은 안 하는 우리지만, 현지식 뷔페를 맛볼 기회가 생기니, 한 번쯤은 특별한 만찬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다행히 후무스를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이프타르를 꽤 즐길 수 있었다. 입맛에 맞아야 돈이 아깝지 않다.


그리고 운전 조심!

라마단의 의미로만 보면 매우 차분하고 경건할 것만 같은 느낌이지만, 여기에 살면서 라마단이구나를 몸소 느끼는 건 오후 2시경 도로의 난폭운전이다.


배고픔으로 인한 예민함에 빨리 집으로 가고 싶은 현지인들의 운전이 과격해진다. 이때만큼은 어디든 경적과 하이라이트 동시공격이다. 나는 초보운전수답게 이 시간대는 운전을 피한다.

대낮의 라마단 퇴근 행렬

끝이 안 보이던 한달의 라마단에도 시간은 잘간다.


라마단이 끝나고, 일주일간 이드 Eid라는 국경일이 지나면, 모두가 다시 일상의 시간표로 돌아간다.

매일 푸짐한 식사를 준비하던 중동의 주부들도, 아이들의 짧은 학교시간에 맞춰 바빴던 한국 엄마들도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곧이다.


비이슬람교인 나에게 라마단은, 덥디 더운 여름을 맞이하기전 숨고르기 시간 같은 것이다. 나는 금식은 아니었지만 풀타임 육아로, 어쨌든 라마단 기간 동안 마음 수양을 해내었다.


조금 더 단단해 졌으려나? 이 또한 두고볼 일이다. 하지만 나는 확신한다.  마음의 진정한 평화는 라마단이 끝나고 아이들이 정상 등교를 하는 월요일 아침에 온다는 것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마단 카림 Ramadan Kareem

이 글을 읽는 모두의 라마단을 축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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