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아이를 교실앞 야외 놀이터에서 데려와 학교 리셉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힌 후, 15분 뒤 다시 땡볕아래 주차장 입구에서 3학년 아이를 데려온다.
9월인데도 두바이는 40도라 아이들도, 기다리던 나도 모두땀범벅이 된 후, 다시차를 타러 학교 리셉션을 지난다.
문제는 여기다.
리셉션 옆 학교 매점.
매점이라기엔 카페에 가깝지만, 간단한 빵과 커피를 판다.
그리고 그놈의 스무디.
생과일도 아니고, 두바이 일반카페를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무디로, 냉동과일팩을 바로 갈아준다.
그러나가격이,
22 디르함, 7천 7백 원이다.
한국에서는 하원후야구르트 아주머니께 사먹던 700원짜리 야구르트 하나에 행복했던 아이들인데,거의 8천 원짜리 스무디라니.
이곳에서 100 디르함이 1만 원처럼 느껴지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이 더위에 첫째를 기다리는 둘째가 안쓰러워 거의 매일, 사달라는 스무디를 하나씩 사주기도 했다.더워할 큰애 것도 하나.
그러다 환율계산을 해보니 개당7700원이 아닌가. 두 개는 15000원.무슨 학교매점 VIP도 아니고 간식 값 치고는 너무 비쌌다.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저 비싼 스무디를 거의 3명 중 1명, 아니 2명 중 1명 꼴로 손에 들고 간다. 부의 차이인지, 한국 학교 앞에서 파는슬러시와 컵볶이, 그리고 어묵꼬치 같은맛있는 간식들을못 봐서 그런 건지, 한집당아이가 하나이든, 둘이든, 아니 넷이든, 엄마들의 지갑이 열린다.
그걸 또 빤히 보고 있는딸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지갑도 열린다. 특히 외국인 친구와 있을 때는 더 빨리 지갑이 열린다. 두바이에서는 쓸데없는 자존심에 쓸데없이 돈을 쓴다.
차선책으로 과일을 싸와도, 음료를 마트에서 사 와도, 홈메이드 스무디를 만들어와도 소용이 없다. 그렇게 맛이 있나 싶어 먹어보면 확실히 맛이 있다. 코코넛워터가 들어가서인지, 더위도 아주 싹 가신다.
엄마가 맛을 모르겠니, 가격을 알 뿐이지.
우리는 월급을 현지 통화인 디르함(Dhs)으로 받는다. 디르함은 달러와 고정환율로, 달러가치가 오르면 같이 오른다. 그래서 이렇게 달러 고환율인 시대에 해외에 나와있으니, 나는 정말 우리가 외화벌이 제대로하고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두바이 물가가 어마어마하니 소용이 없다.
스타벅스 아이스라떼가 6,300원에, 아이들 학교 스무디가 7,700원에, 플레이 데이트 한 번 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며칠 전 외국인 엄마들과의 간단한 티타임에 500 디르함, 17만 원이 나왔다.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놀랐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했던 미국복숭아는6개만담았는데 3만 원이 나왔다. 맛 좋고 1통에 7천 원 하는 터키 수박을 이번 여름에 자주 먹은 건,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