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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Sep 28. 2024

학교 매점 스무디가 7700원인 도시

두바이 물가 이야기

우리 아이들은 두바이 국제학교 1학년과 3학년이다.


보호자가 오지 않으면 집에 올 수없기 때문에 나는 하루에 두 번, 아이들 하원을 시킨다.

작은 아이는 여기서
큰 아이는 여기서. 보기만 해도 더운 출입구


1학년 아이를 교실 야외 놀이터에서 데려와 학교 리셉션에서 잠시 더위를 식힌 후, 15분 뒤 다시 땡볕 아래 주차장 입구에서 3학년 아이를 데려온다.


9월인데도 두바이는 40도라 아이들도, 기다리던 나도 모두 땀범벅이 된 후, 다시 차를 타러 학교 리셉션을 지난다.


문제는 여기다.

리셉션 옆 학교 매점.

매점이라기엔 카페에 가깝지만, 간단한 빵과 커피를 다.


그리고 그놈의 스무디.


생과일도 아니고, 두바이 일반 카페를 가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스무디로, 냉동 과일팩을 바로 갈아준다.


그러나 가격이,

22 디르함, 7천 7백 원이다.


한국에서는 하원  야구르트 아주머니께 사먹던 700원짜리 야구르트 하나에 행복했던 아이들인데, 거의 8천 원짜리 스무디라니.


이곳에서 100 디르함이 1만 원처럼 느껴지던 시절, 아무 생각 없이, 이 더위에 첫째를 기다리는 둘째가 안쓰러워 거의 매일, 사달라는 스무디를 하나씩 사주기도 했다. 더워할 큰애 것도 하나.


그러다 환율 계산을 해보니 개당 7700원이 아닌가. 두 개는 15000원. 무슨 학교매점 VIP도 아니고 간식 값 치고는 너무 비쌌.


하지만 이곳의 아이들은 저 비싼 스무디를 거의 3명 중 1명, 아니 2명 중 1명 꼴로 손에 들고 간다. 부의 차이인지, 한국 학교 앞에서 파는 슬러시와 컵볶이, 그리고 어묵꼬치 같은 맛있는 간식들을 못 봐서 그런 건지, 한집당 아이가 하나이든, 둘이든, 아니 넷이든, 엄마들의 지갑이 열린다.


그걸 또 빤히 보고 있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내 지갑도 열린다. 특히 외국인 친구와 있을 때는 더 빨리 지갑이 열린다. 두바이에서는 쓸데없는 자존심에 쓸데없이 돈을 쓴다.


차선책으로 과일을 싸와도, 음료를 마트에서 사 와도, 홈메이드 스무디를 만들어와도 소용이 없다. 그렇게 맛이 있나 싶어 먹어보면 확실히 맛이 있다. 코코넛 워터가 들어가서인지, 더위도 아주 싹 가신다.


엄마가 맛을 모르겠니, 가격을 알 뿐이지.


우리는 월급을 현지 통화인 디르함(Dhs)으로 받는다. 디르함은 달러와 고정환율로, 달러가치가 오르면 같이 오른다. 그래서 이렇게 달러 고환율인 시대에 해외에 나와있으니, 나는 정말 우리가 외화벌이 제대로 하고 돌아가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두바이 물가가 어마어마하니 소용이 없다.


스타벅스 아이스라떼가 6,300원에, 아이들 학교 스무디가 7,700원에, 플레이 데이트 한 번 하면 10만 원이 훌쩍 넘는다. 며칠 전 외국인 엄마들과의 간단한 티타임에 500 디르함, 17만 원이 나왔다. 태연한 척했지만, 내심 놀랐다. 


아이들이 맛있다고 했던 미국 복숭아는 6개만 담았는데 3만 원이 나왔다. 맛 좋고 1통에 7천 원 하는 터키 수박을 이번 여름에 자주 먹은 건, 맛 때문만은 아니었다.

맛있는건 다 비싸다


이러다간 외화 벌이가 아니라 원화 탕진이 되겠다.

두바이에서 정신 차려할 일이 하나 또 생겼다.


학교  분식점의 슬러시와 컵볶이가 격하게 먹고 싶어지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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