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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데이나 Jan 11. 2024

두바이 꽃시장에서 아침을

꽃시장엔 토스트지! | 하베스트 앤 코 Harvest & Co.

한겨울에 초록초록한 나무들 사이에서 아침 식사라니. 생각만해도 싱그럽지 않은가? 이것은 두바이의 겨울 이야기이다.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추운 바깥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갈 때 몸이 녹는 기분이 참 좋다. 두바이에도 한겨울은 왔다. 영하까지 떨어지는 한국의 겨울에 비할바는 못되지만. 아침기온이 16도까지 떨어지며, 매일 틀어놓았던 에어컨을 끄고, 나는 한국 아줌마답게 전기매트를 꺼냈다. 두바이에 오기 전엔 이렇게 서늘한 날이 오는지 몰랐다. 한국에서 버리고 온 내 긴팔옷들이 아쉽다.

푸릇푸릇한 두바이 겨울아침

신혼시절 꽃을 좋아했던 나는 주말이면 특히 겨울 주말 새벽에 남편을 깨워 양재 꽃시장을 가곤 했다. 새벽녘 서늘하고 상쾌한 그 느낌도 좋았지만, 항상 마지막에 먹는 꽃시장 토스트를 참 좋아했다. 철판 위에 마가린을 발라 식빵을 굽고, 계란에 햄, 양배추, 당근을 섞어 만든 계란부침을 올리고 케첩, 설탕까지. 그리고 반을 접어 종이컵에 탁. 대학시절 학교 앞에서 먹던 길거리 토스트 딱 그 맛이다. 꽃을 샀든 안 샀든 새벽 꽃시장에서 그 경험이 참 좋았다.



그렇게 10년이 지났고 우리는 아이 둘과 이 먼 두바이에 있다. 주말에도 바쁜 남편과 꽃시장 데이트는 힘든 우리가 되었지만, 나는 토요일 아침  아이들을 영어수업을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근처 꽃시장,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무 시장인 두바이 가든 센터(Dubai Garden Center) 홀로 찾았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여기 꽃시장에도 토스트를 판다! 분위기와 맛은 다르지만, '꽃시장=토스트'는 세계 국룰인 것인가.

Dubai Garden Centre

꽃시장에 들어서면 꽃향기와 나무냄새가 가득해야 하는데 어디서 고소한 빵향기가 난다. 아침을 거르고 와서 배도 고프기도 했고, 겨울 아침 갓 구운 빵향기는 아무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치 숲 속에 숨겨진 비밀정원처럼 나무들 사이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하베스트 앤 코 Harvest & Co.

호주식 빵과 식사, 음료를 파는 카페다.


나를 빼고 모두 주말 아침 식사를 하러 온 에미라티들(아랍에미레이트 현지인)이다. 여기서 나의 맛집인가 아닌가의 기준은 전통 복장을 입은 에미라티들이 있는가 없는 가에 있다. 일단 반은 성공이다. 


아이들도 없고 하니 단출하게, 아이스라테 한잔과 사워도우 토스트에 라즈베리잼을 시켰다.


기다리는 동안 참 기분이 좋았다. 비밀스러운 온실 같기도 하고, 간간히 나무냄새와 빵냄새가 섞여 야외정원에서 갓 구운 빵을 기다리는 기분이었다.

메뉴가 나왔다. 설탕과 계란은 없었지만 두툼한 사워도우가 바삭하게 구워져 매우 고소했다. 버터를 바르고 누가 봐도 직접 만든 라즈베리잼을 두둑이 바르고 한입. 음~  새콤달콤한 라즈베리를 고소한 버터와 바삭한 빵이 감싼다.

행복이 별 건가. 잠시나마 아이들 없이 혼자 꽃시장에서 커피와 토스트라니. 단 40분의 자유였지만 잠시나마 초록초록하게 행복했다.


하지만 다시 현실로.  후다닥 계산을 하고 수업이 끝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간다. 나의 일상으로.

내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디에서든 이렇게 짧은 순간의 행복들은 일상을 살게 하는 힘을 준다. 일시적 감정이겠지만 꽃시장에서 토스트 한 입만으로도 이리 행복하다니. 그것도 두바이에서 말이다.


역시 난 겨울이, 특히 두바이의 겨울은  마음에 든다.



위치

https://maps.app.goo.gl/d5mtHPxtFbJPHiuF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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