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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긍정 Jul 14. 2016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2)

'SBS 영재발굴단'을 보고

모든 아이들은 예술가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어른이 되어서도 예술가로 남는가이다.
- 파블로 피카소


  지난 7월 13일, 평소 즐겨 보고 있는 <SBS 영재발굴단>을 보며 또 한 번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예술가로서 가지고 있던 타고난 재능마저 체계적이고 철저하게 제거해버리는 우리 교육 시스템에 다시 한 번 경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생각이 존중받아야 마땅할 미술 분야조차 자유로운 생각과 재능을 존중해주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과연 어떠한 내용을 담고 있었을까요?





| 예술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이유


지난 7월 13일 방송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우림' 군의 이야기가 방송되었습니다. 과연 어떠한 재능을 보이고 있던 것일까요?


놀라울 따름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돋보기를 이용하거나 누워서 그림을 그려보는 등 참신한 시각과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그런데,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림 군은 더 이상 그림을 잘 안 그리는 모양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초등학생 때부터 참신한 시각과 생각으로 어린이 미술 전문 잡지에도 그림이 실리는 등 미술에 대한 뛰어난 재능과 독창성을 선보여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던 한우림 군. 그런데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림 군은 더 이상 이전 같은 그림을 잘 그리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입시학원....<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다행히 그림에 대한 열정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하지만 입시학원에 들어간 이후 자신의 그림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버립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획일화된 기준과 법칙, 제한시간이라는 굴레 속에 자신의 재능마저 부정해버리며 결국 예고 입시를 포기하게 됩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그렇습니다. '입시 학원', '입시 미술'에 발을 들이게 된 순간, 자기만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시각과 생각이 담긴 그림은 더 이상 도움이 되는 그림이 아니었습니다. 입시에 맞는 획일화된 기준과 법칙, 그리고 촉박하게 주어진 시간 속에서 완성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 등은 미술에 대한 흥미와 고유의 재능마저 스스로 부정하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도대체 언제부터 예술이 제한시간 내에 남들보다 빠르게 만들어야 하는 일이 되었던가요. 

불행 중 다행히, 우림 군은 인문계고에 재학한 뒤에도 만화를 통해 그림에 대한 열정을 놓고 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결국 대학에 가야 하기에 다시 '입시 미술'에 발목을 잡히게 됩니다.  


어떠한 제한도, 제약도 없이 자유로운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만화를 통해 그 열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대한민국 고등학생에게 대학입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니까요...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다시 한 번 학원에 찾아갔지만 입시 미술이 가져다 준 상처를 지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영재발굴단을 통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을 찾아갑니다. 


학생들에게 전문가와의 시기적절한 멘토링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다시 한 번 교수님 앞에서 우림 군에게는 넘어야 하는 벽인 석고상을 보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그런데, 교수님께서 들어오시더니 석고상을 그리고 있는 우림 군 앞에서 다음과 같은 행동을 하십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쾅!


입시 미술로 받은 상처를 아주 감동적으로 치유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우림 군을 옭아매던 입시 미술이란 덩어리를 깨고, 적절한 방향까지 제안해주셨습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제 글 서두에 있는 파블로 피카소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이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로 나아가는 것 같습니다. :)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 예술가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처럼 이번 영재발굴단을 보며 느낀 것은 그나마 자유로운 사고와 창의성이 존중받아야 하는 미술 분야조차 입시라는 굴레에 얽매여 그 사람이 갖고 있는 예술성보다 '변별력'이 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시기적절한 전문가와의 멘토링'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다시금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멘토링이 우리나라에 있는 모든 학생들에게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러한 문제가 비단 우림 군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많을까요.  

이 모든 게 결국 '입시'라는 굴레 때문이겠죠. 미술 분야마저 학생들을 하나의 줄로 쭉 서열화한 뒤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변별력'은 작품성, 창의성, 예술성 등 그 어느 요소보다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고, 결국 '시간'이라는 요소를 통해 어떻게든 학생들의 실력 아닌 실력을 서열화시키려는 것입니다. 씁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우리나라에서 천재가 성장할 수 없는 이유>
 글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아래 링크 참조)


경시대회든, 입시든, 이 모든 것이 결국 한정된 자리를 가지고 마치 '의자뺏기 게임' 하듯, 서열화된 구조 속에서 남들보다 더 뛰어나야만, 즉, '지위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그 의자에 내 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누구보다 빠르게 난 남들과는 다르게" 의자를 뺏어가야 합니다. <출처 :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배신 & Mnet 쇼미더머니>


그리고 이 의자에 앉기 위한 가장 큰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시간 관리 능력'인 것이죠. 시간을 제한시키는 것만큼 가장 편하고 값싸게 변별력을 부여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예술에 시간제한이 있다니요. 우리가 아는 뛰어난 예술가들이 제한 시간 내에 빠르게 작품을 완성시켰나 봅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어떠한 아이가 자신의 타고난 예술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잠시 쉴 시간과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완충장치'도 없이, 우리 학생들은 정해진 선로를 미친 듯이 달려가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바깥 풍경에 눈을 돌렸다간 바로 선로에서 튕겨져 나가게 될 것이니까요. 

분명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은 정말 다양한데, 왜 이 다양한 재능들은 인정받지 못하고 남들이 생각하는 몇몇 소수의 재능과 직업만이 존중받고 있는 것일까요. 참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서울대에 '만화학과'가 생기면 과연 어떤 일이 펼쳐질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는 '갭이어', '전환학년제', '에프터스콜레' 같은 시스템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적 여유를 통해 자신이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가고 알아보고 고민해보는 일종의 '완충장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그 재능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고, 자신의 재능을 좀 더 펼쳐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자유학기제'부터 시작하여 '오디세이 학교', '꿈이룸 학교' 등의 전환 학교가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오디세이 학교의 경우 더 의미가 있는 것이, 기존 전환 학교와 달리 일반고 1학년 학생들이 본교에 적을 둔 채 스스로 선택한 대안교육 현장에서 일 년 동안 배움의 길을 걸은 뒤 이듬해 원적 학교 2학년으로 복교하는 파격적인 시스템입니다. 쉽게 얘기하면, 일 년의 다른 경험을 온전히 학력으로 인정해주는 것이죠. 

공교육과 대안교육이 협력해 새로운 교육의 물꼬를 틀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공교육은 비인가 교육현장에서의 경험을 학력으로 인정하였고, 대안교육에서는 교육청의 제안을 강요로 받아들이고 않고 자신들이 자유롭게 해왔던 것을 제도권의 용어나 기준에 맞게 조절한 것이죠. 앞으로도 이러한 민관협력이 잘 이루어져 많은 학생들의 재능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키울 수 있는 곳, 잠시 쉴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처 : <오디세이학교를 통해 본 삶의 전환, 교육의 전환. 민들레 105호>)

더불어 '시기적절한 전문가와의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여건도 조성된다면 조금이나마 우리 학생들이 숨통을 틀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학교 현장에 계신 많은 교사 분들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건 모든 직업과 길이 존중받는 사회적 환경, 그리고 서열화된 대학 구조를 완화하는 것이겠지만요
. (혹시 이 부분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서는 아래의 글을 참고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쩔 수 없다, 현실적으로 일단 입시 준비하고 좋은 대학 간 다음에 너 진짜 하고 싶은 거 해."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입니다. 
그러면 그동안 입시 때문에 잃어버린 타고난 재능과 생각들은 어떻게 책임 지실 건가요? 현실적이라며 하는 조언이 사실상 가장 무책임한 말이 될 수 있습니다.  

부디 다양한 재능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는 입시 문화라는 굴레로, 아이들의 있는 재능마저 없애려 하지 말고, 다양한 재능과 다양한 길이 모두 동등하게, 비슷하게라도 평가받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지금의 교육 문제도 이 석고상처럼 시원하게 깨질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합니다. <출처 : SBS 영재발굴단 16.07.13일 자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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