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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연 Feb 24. 2019

이 많은 집 중 내 집 하나 없어도

촘촘한 보호망을 원해요

"주택청약 보상을 살핀다. 어라, 분명 돌려받는다고 했는데 왜 이 정도지? 기대보다 적다. 매달 퍼붓는 돈이 얼만데. 내심 속이 상하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월세 납입 증명서를 꼼꼼히 챙긴다. 지난 1년 동안 이체한 금액을 합산하니 속이 쓰리다. 아, 고단한 서울 살이여. 한강 다리를 지날 때마다 ‘그때 내가 저 동네 집 하나라도 샀더라면 지금 내가…’ 또는 ‘저렇게 아파트가 많은데 저 중에 내 집 하나 없네’로 시작하는 엄마의 푸념을 들으며 속물적이라고 내심 흉봤는데. 어머니, 용서하세요. 제가 너무 어렸네요.             


약간의 오기가 생겨 청년 주택 청약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본다. 금액보다 기간이 더 중요하고, 연말정산 세액공제가 가능하며… 등등.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분양 대상 우선순위 항목으로 스크롤을 내린다. ‘1순위: 신혼부부’. 아예 신혼부부 특별분양이라는 제도가 있다고. 아, 이번 생에는 안 되겠네. 내친 김에 다른 청년 주택 정책도 살펴본다. 모두가 1순위 신혼부부. 아니, 대한민국에서 반려동물과 함께 늙어갈 비혼 청년은 청년도 아니란 말인가? 화가 뻗친다. 차라리 위장결혼이나 해버릴까? 헛된 상상도 해본다. 흔하고 뻔하다고 웃어넘겼던 계약결혼이나 동거 로맨스가 스쳐 지나간다. 작가님, 결국엔 키스하며 끌어안는 남녀 주인공을 보며 혀를 찼던 저를 용서하세요. 제가 너무 몰랐네요.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으려면 젊은 남성과 여성이 결합하여 한 집에서 ‘정상 가족’을 꾸려야 유리하다는 사실을."


<이 많은 집 중에 내 집 하나 없어도> (솔직히 말해서, 웹진 채널예스, 2019.02.15)



이런 글을 썼습니다. 비혼 여성은 점점 더 빈곤층이 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임금격차와 고용 안정성이 대출 자격의 차이로 이어지고, 이는 곧 주거 차이로 이어지며, 부동산의 차이는 빈곤격차를 크게 만들죠. 게다가 치안에 더욱 신경써야 하니 더욱 조건이 좋은 주거 공간을 구할 수밖에 없고요. 현실을 마주할 수록 점점 더 곤란해지는 현실 속에서, 글로나마 외쳐봅니다. 기승전 생활동반자법!!!! 


참고 기사: "비혼, 현명하게 준비하는 법"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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