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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영작가 Feb 19. 2020

우리 모두의 가슴속에 '시'가 있다

시를 통해 알게되는 것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를 봤다. 이 영화는 2010년에 개봉했던 영화다. 잔잔하면서 많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손자와 둘이 살아가는 할머니, 미자는 어느 날 시를 배우기 시작한다. 미자는 시를 써보기 위해 주변 사물을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시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다. 설거지통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고 사과를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역시, 사과는 깎아 먹어야 맛있지.”



 그렇게 체념하다가... 결국엔 시 한 편을 쓰게 된다. 시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에 충실해지고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강한 마음을 갖게 된다. 가슴 아픈 순간에도 의연한 태도를 보인다. 가슴 아파야 할 순간에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는 미자의 모습이 왜 이렇게 슬플까. 오늘 저녁에 본 이 영화는 내게 선물처럼 다가왔다. 다시 ‘설렘’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랄까. 시에 대한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시간을 보낸다.


 나는 시를 사랑하는 여고생이었다. 일기장에 마음에 드는 시를 써놓고 자주 들여다봤다. 그땐, 좋아하는 시를 외우기도 했었다. 시를 읽으며 ‘사랑이란 이런 감정일까?’, ‘이별의 고통은 이처럼 아픈 걸까?’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대학시절 수업시간에 각자 ‘목련’에 대한 시를 써서 시집을 만든 적이 있다. 담당 교수님의 아이디어였다. 나는 목련에 대한 시를 쓰기 위해 처음으로 목련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유심히 바라봤다.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은데 무시하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많은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시를 쓰기 위해 고민했던 때의 내 감정들이 지금도 기억이 난다. 


 이 영화에서 한 시인이 이런 말을 한다.


 “이제는 시를 읽는 사람이 없다.”


 그만큼 사람들의 감성이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요즘 많이 보인다. 메마른 감성에 단비를 내려줄 시 한 편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성이 좋다. 짧은 글 속에 자신의 감정을 녹여낼 줄 아는 사람이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그만큼 고통의 시간을 통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 미자는 마음의 고통 속에서 시 한 편을 쓰게 된다. 인생은 원래 고통인데 그걸 모른다면 시를 쓸 수 없을 것이다. 시를 쓴다는 것은 모든 존재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아닐까. 고통의 순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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