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
약 2주간 찐한 만남을 나눴던 코로나와 드디어 이별했다.
사실 지난주부터 거의 회복하긴 했는데 인후염 증상이 은근히 오래 갔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다.
종이가 잉크를 흡수하듯 일상에 스며든 그 사람을 발견했을 때 비로소 알게 된다.
코로나와의 만남도 그랬다.
처음에는 코로나일 거라는 생각을 1도 못했다.
왜?
그야 일단 사람을 만나야 호감이든 뭐가 생기는 것처럼 코로나와 만날 일이 있어야 걸리든 말든 할텐데 그럴 기회가 없으니까.
양극성 장애 덕분에(?) 인간관계가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사회생활도 어렵게 되면서 외출할 일이 없어진 지 거의 10년이 다되어 간다.
기껏해야 5~6주 만에 가는 정신과와 3~6개월 간격으로 다니는 내분비내과 정도가 끝이다.
(물론 내분비내과를 종합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병원에서의 감염이 우려되긴 했다.)
그러니 내가 코로나와의 인연을 생각하지 못할 수밖에.
게다가 요즘은 사회 전반적으로 코로나에 대한 공포가 많이 줄어들었다보니 덩달아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그래서 내분비내과 피검사를 마치고 병원 식당가에서 밥도 먹는 배짱을 부릴 수 있었다.
이번 내분비내과 진료일에도 별 일 없을 거라 생각했다.
여전히 신장 상태가 나쁘다는 검사 결과에 꿀꿀한 마음을 가지고 집에왔다.
피검사 때문에 전날 저녁에 금식을 하고 새벽에 축구 보느라 잠도 잘 못자서 그랬는지 약간의 피로가 느껴졌다.
머리가 조금 띵하고 아픈 것 같았다.
평소처럼 이유를 알 수 없는 두통이 또 찾아왔구나 싶었다.
그래서 매번 그랬듯 타이레놀을 먹고 오늘은 좀 일찍 자야지 하고 누웠는데......
밤새 잠을 설쳤다.
목이 아프고 땀이 나면서 약간의 열감이 느껴졌다.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어질어질하면서 비틀거리는데 이때까지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가? 아니면 목감기에 걸렸나 싶었다.
그러다가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전신 관절에서 느껴지고 점점 더 정신을 못차리는 상태가 되자 '아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픈 몸을 이끌고 동네 내과를 가서 체온을 재어보니 38.5도.
그때서야 어지럽고 띵한 게 고열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어릴 때 빼고는 열 나본 적이 없어서 그 증상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저런 증상을 들으시던 의사 선생님은 코로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다.
다만 검사는 비용이 발생하니 일단은 약 먹어보고 그래도 증상이 심하면 다시 오라는 말을 들었다.
약국을 들러 간신히 집에 도착해 쉬고 있는데 그때서야 집에 자가 검사 키트가 있다는 게 기억났다.
떨리는 마음에 검사를 해보니 두 줄, 그러니까 코로나 '양성'이란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아니? 어? 내가? 아니, 내가 왜?
그 주에 사람 많이 있는 곳에 간 건 딱 1번, 내분비내과 진료였던 어제 뿐이었고 거기서도 밥 먹을 때 빼고는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결국 다시 한 번 시도했으나, 자가 키트는 "응 아니야. 너 코로나야"라는 답을 해줬다.
다행히 고열은 첫 날 이후에는 사라졌다.
다만 인후염과 피로, 감각 상실(후각, 미각) 때문에 1주일 동안 고생을 하긴 했다.
하필 신장이 안 좋아서 약을 쓰는데 애를 먹기도 했고.
목이 얼마나 아픈지 자다가도 깨서 잘 넘어가지도 않는 물을 억지로 삼키거나 목캔디를 먹어야 했다.
어떻게든 뭐라도 주워먹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후각과 미각을 상실하게 되자 식욕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약 먹으려고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다.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딱히 '코로나 증상'만으로는 그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확진받은 다음날 엄마가 코로나로 입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