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해솔이 어머니께서는 언어학을 몇 십년간 연구해 오셨다.
잠깐 거주했던 집이 해솔이 어머니께서 근무하시는 대학교까지 자전거로 15분거리라
종종 방문해서 함께 학식을 먹은 뒤 커피를 사서 연구실에서 대화를 나눴었다.
날이 꽤 추워졌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다 연구실 책꽂이에 가득 채워진 언어학 관련 서적들이 눈에 들어왔고, 나는 언어학은 어떤 학문인지에 대해 곧바로 해솔이 어머니께 여쭤봤다.
“만약 외계인이 지구에 온다면 ‘지구어’는 무엇인지에 대해 접근하겠지? 외계인에게 지구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어떻게 알려줄 것인지 상상해 보렴.
그런 관점에서 지금은 언어들의 공통점(예를 들어, 각국의 언어마다 주어/목적어/서술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연구하고 있단다."
나는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 이야기가 떠오른다고 말씀드렸다.
(인간이 하나님의 지위에 도전하며 높게 바벨탑을 쌓았고, 분노한 하나님이 바벨탑을 무너뜨리면서 인간이 서로 소통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하는 저주를 내렸다는 이야기)
“실제로도 공통어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그 언어는 지금 아무도 사용하지 않고 있단다.
만약 공통어가 생긴다 해도 그 언어 또한 사투리처럼 쓰는 사람마다 지역마다 계속 변화해서 결국엔 완전히 같은 언어로 쓰이진 않게 될거야.”
한편, 현재 언어학에서 활발히 연구중인 부분은 ‘인간의 뇌’라고도 말씀 하셨다.
“야생에서 태어나고 자란 야생아의 경우,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발견되면 언어를 가르치더라도 잘 받아들이지 못 해.
아마 뇌에서 언어를 받아들이는 부분이 발달이 잘 안 되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연구하고 있어”
이렇게 설명을 들으니, 언어학을 공부하고 연구한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라고 말씀 드리며...
평소 공부를 별로 하지 않아도 외국어를 빨리 익히는 친구들을 부러워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 친구들의 뇌는 언어 친화적으로 생겼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영어공부가 힘들 때마다 차라리 ‘지구어’ 한 개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종종 있던 나는,
오히려 그게 완전히 불가능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니 이상하게 마음이 후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