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과 3년의 투병 끝에 남편의 작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일련의 장례 절차를 거치며 회사에서 추가 연차도 나오지 않을만큼 나와는 조금 먼 관계일 수도 있지만,
이별은 생각보다 정말 많이 슬펐다.
상담 선생님께서 나에게 말했다.
'평소엔 마치 빵이 구워지다 말아서 더이상 부풀지 않고 멈춘 느낌처럼 감정적으로 건조해보였는데,
남편분 작은 아버지 얘기를 할 때는 슬픈 감정이 진심으로 느껴지네요.'
돌아가시기 며칠 전, 남편은 사업에 성공한 작은 아버지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이른 자서전'을 기획해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 말씀하시는걸 좋아하시니 분명 흔쾌히 얘기 해주실거라며 매일밤 작은 아버지가 10년만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했었다.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고, 남편의 사촌동생이 나에게 아빠에게 좋은 곳 가시라는 말 한마디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렇게, 살면서 처음으로, 죽은 사람의 손을 잡고 죽음 뒤 세상에서의 평안을 기도했다.
진심이었다.
장례식장에서 작은 어머니가 혼자 몇 십분을 영정 사진을 들여다보고 계시다가 옆에 있는 나에게 말했다.
'통증을 참느라 이가 다 닳아있네...
혹시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이 있어?
난 말야, 결혼하고 나서도 남편이 사업으로 바쁘게 다닐 때 오히려 혼자인게 편하고 그랬어, 사랑이 뭔지도 모르겠고...
그런데 남편이 아프고 나서 3년간 옆에 있다보니까 아, 내가 사랑했구나 라는걸 깨닫게 됐어'
발인을 하고, 수목장을 했는데 묘비에 '불꽃처럼 살다가다'라고 적혀 있었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회사의 큰 계약을 성사시키고 직접 운전대를 잡으셨던 남편의 작은 아버지는,
살면서 안 해본 것 없이 하고 싶은거 다 해서 여한이 없다는 말씀을 하셨다고 했다.
묘비 앞에서 작은 어머니가 편지를 낭독했다.
'모든 게 귀찮고 건조했던 제 삶이 당신을 만나며 다채로워졌고,
많은 걸 경험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사랑해요, 그 곳에선 아프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