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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4주, 엄마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꼬물이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

by 오월씨

꼬물아 안녕!

처음으로 엄마가 되어 써보는 편지야.


너의 이름은 '꼬물이'란다.

매일 밤 잘 때마다 엄마는 아빠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 들어 아빠를 꼭 안고 자서

아빠는 엄마를 꼬물이라고 가끔 불렀는데,

그만큼 꼬물이가 엄마아빠의 사랑의 존재이기에 '꼬물이'란 이름을 건네주게 되었어.


그 동안 꼬물이를 만나고 싶어 간절히 기다렸는데 꼬물이가 좀 더 놀고 오고 싶었는지 안 오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엄마도 아빠도 한 번씩 크게 아파서

이번 달은 엄마아빠가 먼저 건강을 회복하고 몸을 만들어야 하나 했는데

꼬물이는 지금 오고 싶었는지 그렇게 갑자기 너의 흔적을 조금씩 보여줬어!

IMG_9717.HEIC 꼬물이의 흔적들 - 엄마의 애타는 마음이 보이니?


그리고 꼬물이 너의 존재가 너무너무 반갑고 애가 타고 간절해서

엄마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단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차마 못기다리고 병원으로 달려갔지 뭐야!

너무 반갑고 기뻐서 벌써 조금씩 소문도 내고 있어.

엄마가 우리 꼬물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IMG_9720.HEIC 10이 넘으면 임신이라던데....!


꼬물이를 초음파로 보려면 1~2주 정도 더 기다려야 하고

심장소리까지 들으려면 3주는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매일매일 임신테스트기라도 하면서 너의 흔적을 찾아내려 하고,

꼬물이 너의 존재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두렵고 불안해져.

엄마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땐 세상에 크게 불안한 게 없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아빠의 안녕이 엄마에게 큰 이슈였는데,

이제는 꼬물이 너의 존재가 건강히 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어.


혹여나 이런 글도 너무 이른 건 아닐까, 좀 더 차분히 가디려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에게 와 준 우리 꼬물이 믿고 기다려보려고.

기다리면서 꼬물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엄마의 불안함을 흘려보내고

꼬물이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을 더 단단히 쌓아보려해.

그 동안 엄마도 엄마 자신을 스스로 키우면서 정말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는데,

꼬물이를 갖자마자 엄마가 꼬물이를 잘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어.

벌써부터 이렇게 호들갑 떠는 엄마인데!

꼬물이가 한 살, 두 살 나이 먹어갈 때마다 엄마도 겸손하게 엄마 한 살, 엄마 두 살이라 생각하고

꼬물이랑 같이 엄마로써 성장해가도록 할게.


막상 꼬물이가 학생이 되면 공부해라 뭐 해라 잔소리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잔소리보단 엄마아빠가 먼저 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지금 당장 꼬물이에게 가장 크게 바라는 건 역시 건강하게만 있어달라는 것.

엄마도 꼬물이를 믿고 기다리며,

꼬물이를 한 명의 인간으로 사회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


꼬물아, 너는 이미 엄마아빠에게 와준 것만으로 엄마아빠의 기쁨이야. 엄마아빠에게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도 꼬물이 생각하면서, 꼬물이가 가져다준 기쁨 가지고 더욱 즐겁게 지내고 있을게.

다음에 만날 땐 꼭 예쁜 집 잘 만들어서 집들이 시켜줘야 해.

엄마아빠는 우리 꼬물이가 잘 있어줄 거라 믿으면서 엄마아빠가 더 사랑하면서 한 주 보내고 올게.

다음에 아빠랑 만나러 갈테니 엄마한테 딱 붙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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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