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물이에게 쓰는 첫 번째 편지
꼬물아 안녕!
처음으로 엄마가 되어 써보는 편지야.
너의 이름은 '꼬물이'란다.
매일 밤 잘 때마다 엄마는 아빠 품으로 꼬물꼬물 파고 들어 아빠를 꼭 안고 자서
아빠는 엄마를 꼬물이라고 가끔 불렀는데,
그만큼 꼬물이가 엄마아빠의 사랑의 존재이기에 '꼬물이'란 이름을 건네주게 되었어.
그 동안 꼬물이를 만나고 싶어 간절히 기다렸는데 꼬물이가 좀 더 놀고 오고 싶었는지 안 오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엄마도 아빠도 한 번씩 크게 아파서
이번 달은 엄마아빠가 먼저 건강을 회복하고 몸을 만들어야 하나 했는데
꼬물이는 지금 오고 싶었는지 그렇게 갑자기 너의 흔적을 조금씩 보여줬어!
그리고 꼬물이 너의 존재가 너무너무 반갑고 애가 타고 간절해서
엄마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단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차마 못기다리고 병원으로 달려갔지 뭐야!
너무 반갑고 기뻐서 벌써 조금씩 소문도 내고 있어.
엄마가 우리 꼬물이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어떡하지?
꼬물이를 초음파로 보려면 1~2주 정도 더 기다려야 하고
심장소리까지 들으려면 3주는 더 기다려야 하는데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매일매일 임신테스트기라도 하면서 너의 흔적을 찾아내려 하고,
꼬물이 너의 존재에 대해서 열심히 이야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두렵고 불안해져.
엄마 자신에 대해서만 생각했을 땐 세상에 크게 불안한 게 없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아빠의 안녕이 엄마에게 큰 이슈였는데,
이제는 꼬물이 너의 존재가 건강히 잘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게 되어.
혹여나 이런 글도 너무 이른 건 아닐까, 좀 더 차분히 가디려봐야지 하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엄마아빠에게 와 준 우리 꼬물이 믿고 기다려보려고.
기다리면서 꼬물이에게 편지를 쓰면서 조금이라도 엄마의 불안함을 흘려보내고
꼬물이를 믿고 기다리는 마음을 더 단단히 쌓아보려해.
그 동안 엄마도 엄마 자신을 스스로 키우면서 정말 많은 기다림이 필요하단 생각을 했는데,
꼬물이를 갖자마자 엄마가 꼬물이를 잘 기다려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되어.
벌써부터 이렇게 호들갑 떠는 엄마인데!
꼬물이가 한 살, 두 살 나이 먹어갈 때마다 엄마도 겸손하게 엄마 한 살, 엄마 두 살이라 생각하고
꼬물이랑 같이 엄마로써 성장해가도록 할게.
막상 꼬물이가 학생이 되면 공부해라 뭐 해라 잔소리를 할 것 같지만,
(그래도 잔소리보단 엄마아빠가 먼저 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지금 당장 꼬물이에게 가장 크게 바라는 건 역시 건강하게만 있어달라는 것.
엄마도 꼬물이를 믿고 기다리며,
꼬물이를 한 명의 인간으로 사회에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게.
꼬물아, 너는 이미 엄마아빠에게 와준 것만으로 엄마아빠의 기쁨이야. 엄마아빠에게 와 줘서 너무 고마워!
엄마도 꼬물이 생각하면서, 꼬물이가 가져다준 기쁨 가지고 더욱 즐겁게 지내고 있을게.
다음에 만날 땐 꼭 예쁜 집 잘 만들어서 집들이 시켜줘야 해.
엄마아빠는 우리 꼬물이가 잘 있어줄 거라 믿으면서 엄마아빠가 더 사랑하면서 한 주 보내고 올게.
다음에 아빠랑 만나러 갈테니 엄마한테 딱 붙어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