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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Feb 12. 2023

토스 첫 번째 콘텐츠 에디터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콘텐츠하는사람들(3) 금혜원 토스 콘텐츠 챕터 리드

토스 콘텐츠의 성장, 그 중심에 있던 사람을 만나다


토스 조직에 필요한 채용, 서비스 소개 콘텐츠를 만들다 보니 2년이 갔다. 기업이 더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하려면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더 깊고 다양한 금융·경제 콘텐츠, 심지어 라이프스타일까지 다루겠다 했다. 이를 위해 사람과 콘텐츠를 모은 지 2년 만에 (2022년 기준) 월간 방문자수 80만명, 누적 방문자수 2500만 명에 달하는 강력한 브랜드 미디어가 됐다.


토스가 금융, 경제 도메인에서 가장 좋은 미디어가 되지 않으면 우리가 내는 메시지의 힘이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품만큼 탁월한 미디어가 되어야 한다고 봤죠.


토스피드가 한 단계 도약하는 매순간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 그는 토스의 금혜원 콘텐츠 챕터 리드다. ‘챕터’는 토스에서 각각 다른 팀에 속해 있지만 같은 직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조직이다. 토스의 콘텐츠 매니저는 토스코어를 비롯해 토스뱅크, 토스페이먼츠, 토스증권 등 전사에 흩어져 있다. 이 콘텐츠 매니저들이 모두 모인 조직이 바로 콘텐츠 챕터다. 금 리드는 2022년 5월부터 챕터 리드를 맡고 있다.


금혜원 토스 콘텐츠 챕터 리드


그는 토스의 첫 번째 ‘콘텐츠 에디터’*였다. 그가 처음 토스에 합류했을 땐, 토스도 다른 기업처럼 서비스와 팀을 직접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했다.

*콘텐츠 에디터가 하는 일이 확장되며 현재는 ‘콘텐츠 매니저’로 직무 이름이 변경됐다.


“초기에는 기업 블로그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는 제품 소개, 서비스 이용 방법 안내, 팀 소개 등의 콘텐츠를 충실히 만들었어요. 회사가 나를 필요로 하는 일에 대해 신뢰를 쌓는 과정이었죠.”


한두 해쯤 지나자 다루는 콘텐츠를 좀 더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금융, 경제에 관한 모든 정보, 더 나아가 금융, 경제 생활과 관련된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담는 미디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회사가 그걸 원할지, 동료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두려움이 앞섰다. 그러던 때, 그의 생각에 힘을 실어준 건 이승건 대표였다.


“어느 날 우연히 승건 님을 만났는데, 제가 하는 일이 재미 없어 보였는지 ‘왜 이렇게 재미 없어 보이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따로 커피챗을 요청해서 고민을 털어놨죠. 승건님은 ‘하고 싶은데 왜 안하냐’고 하셨어요.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 없지 않을까 스스로 지레 겁먹었던 것 같아요.”


이후 “모든 기업은 미디어 기업이다(Every company is a media company)”라는 IT저널리스트 톰 포렌스키의 말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팀원들과 함께 ‘토스피드3.0’, 즉 지금의 토스피드의 모습을 그려갔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금융과 장애에 관한 사유까지 담아낸 ‘사소한 생각들’이나 다양한 이들의 경제적 삶을 다룬 ‘마이 머니 스토리’ 같은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까지 흐르는 토스피드는 이렇게 시작됐다.


토스피드는 트래픽 면에서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에 관한 나의 가장 인상 깊은 기억은, 토스 콘텐츠 매니저들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콘텐츠 시스템 기획을 위해 전사의 콘텐츠 매니저들을 인터뷰하던  모습이다.


"토스에서는 전 계열사를 통틀어 하루에 약 9건의 콘텐츠가 발행돼요. 그런데 어드민 사용성이 좋지 않아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어요. 한 명씩 만나 인터뷰를 해보니 콘텐츠 매니저마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발행까지 전 과정에서 사용하는 툴이 제각각이어서, 적게는 5개부터 12개까지 되더라고요."


그는 당시 8명의 콘텐츠 매니저를 인터뷰하고 파악한 문제를 5가지로 나눠 정의한 뒤, 토스 전사에 통용될 콘텐츠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 모든 계열사가 공통으로 사용할 수 있는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부터 대시보드와 어드민, 스타일 가이드까지 담긴 토스만의 콘텐츠 인프라 시스템을 구상해 문서에 담고, TCS(Toss Content System)이라 이름을 정했다.


토스 콘텐츠 시스템은 최근 실제로 개발됐다. 금 리드의 초기 아이디어와는 다소 다른 툴을 활용해 개발됐고 그가 직접 기획을 주도한 것은 아니지만, 같은 문제 의식을 갖고 조직 내 이니셔티브를 제공했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콘텐츠 하는 사람이 이런 생각도 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요즘 그가 가장 집중하는 문제는 “어떻게 하면 동료 콘텐츠 매니저들이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일하도록 도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의 일은 어디까지 확장될까? 그는 어떤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을까?


토스의 첫 번째 콘텐츠 매니저로 입사해 토스피드 브랜딩의 전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해온 금혜원 토스 리드를 만났다. 그는 와디즈에서 펀딩 상품 기획을 하다가, 펀딩 프로젝트의 상세페이지 콘텐츠를 구성하는 일을 하며 콘텐츠 업무를 하게 됐다. 스타트업 콘텐츠 업무만 7년째 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어떻게 콘텐츠하는 사람이 됐나

Q. 어떻게 콘텐츠 일을 하게 됐나요?

얘기가 길어요(웃음). 대학생 때부터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요.


Q. 다 들려주세요. 전공이 관련 있었나요?

아니요. 전공은 노어노문학이었어요. 전공에 큰 애착은 없었고, 졸업하고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여러 가지 고민을 했어요. 그러다가, 당시 국제 인턴십을 중개하는 단체에서 활동했던 적이 있는데, 제가 중개만 하던 인턴십에 직접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가게 된 게 하버드의 NBER(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이라는 리서치 센터였어요. 거기서 무급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하면서 한국의 경제, 이커머스 관련 보고서를 쓰게 됐죠. 당시 한국의 이커머스는 지금만큼 발달해 있지 않았어요. 쿠팡이 소셜 커머스이던 시절, 위메프는 공동구매 사이트이던 시절이었고, yes24나 인터파크가 나름 시장 존재감이 있었죠. 화면을 캡처해가면서 화면 구성, 물건의 카테고라이징 방식, 결제 시스템 등을 조사했어요.

당시 우리나라는 결제할 때 공인인증서가 필요해서, 결제 과정이 굉장히 불편하고 매끄럽지 못 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 친구들이 조사해온 걸 보니 너무 편리한 게 많더라고요. 페이팔 같은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거나 페이팔을 가져다 쓰는 걸 봤어요. 너무 신세계였어요. 그런 경험을 한 뒤, 완전 문과생이었던 제가 IT에 눈을 떴죠. 막연하게 IT 기업에 꼭 가야겠다고 생각한 거예요.


Q. 전공에는 흥미가 없었고, 다른 길을 찾으려고 여러 활동을 하다 보니 스타트업, IT기업에 관심이 생긴 거군요. 첫 직장으로는 왜 와디즈를 선택했나요?

IT기업에 꼭 가고싶어서 일할 곳을 찾아봤어요. 그런데 당시 국내에서 IT 대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밖에 안 보였고, 거기서는 신입 공채는 뽑지 않더라고요. 저같은 문과생이 갈 자리는 없어보였어요.

그러던 중에 학교 앞에서 어떤 가게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살아나는 걸 봤어요. 그때 그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던 곳이 와디즈라는 플랫폼이었고, 재밌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3개월 정도 스타트업을 경험해봐야겠다 싶어서 2016년에 인턴으로 들어간거예요. 그랬다가 거기서 2년 반을 일했네요.(웃음)


**

그가 영감을 받은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는 ‘비긴 어게인 영철버거’ 프로젝트다. 영철버거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애정을 갖고 드나들며 ‘고대 명물’로 알려진 오래된 햄버거 가게다. 2015년 이 가게가 폐업 위기에 처하자, 고대 정경대 학생회는 와디즈를 통해 영철버거를 살리기 위한 펀딩을 열었다. 이때 최종적으로 6811만5천원이 모금돼 영철버거는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고려대 학생이었던 금 리드 또한 그에 영감을 받고, 해당 크라우드 펀딩 스타트업에 입사하기까지 한 것이다.


Q. 콘텐츠 직무로 입사한 건가요?

아니요. 영업 직무로 입사했어요.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던 때라 영업을 선택했어요. 콘텐츠 직무는 아예 없었고요. 사실 영업이 뭘 하는 건지도 모르고, 뭔가 와디즈 플랫폼에 상품을 태우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고 들어갔어요. 그런데 가봤더니 투자 상품을 가져오는 거더라고요.

그러다 8개월쯤 일했을 때 대표가 완전히 다른 제안을 해왔어요. 작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펀딩 서비스의 콘텐츠 포맷을 구성해보자는 거였죠. 대중에게 돈을 받고 채권, 주식을 파는 일이었어요. 그러려면 프로젝트 페이지를 굉장히 잘 써야 했어요. 그 프로젝트 페이지의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하게 된 거예요. 일종의 대중 상대의 온라인 IR(Investor Relation)을 하는 것이었고요. 그래서 기업의 대표나 C레벨을 인터뷰하고 사업계획서, 재무제표, IR보고서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작성하면서 포맷을 만들었어요. ‘콘텐츠 디렉터’라는 직함으로 일했고요.

*태우다 : 스타트업 업계에서 웹이나 모바일, 혹은 외부 채널에 자신의 제품이나 콘텐츠 등을 올려본다는 의미에서 ‘태운다’는 단어를 사용한다. 처음 들었을 땐 굉장히 이상했다. 왜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

금 리드가 와디즈에서 작성했던 펀딩 서비스 콘텐츠 상세 페이지의 일부 캡처. 그에 따르면 현재는 페이지의 구성과 기능이 달라졌다.


Q. 재밌었나요?

네. 펀딩이 콘텐츠의 영향을 받잖아요.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얻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대중이 보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처음이고, 투자 콘텐츠도 처음이었잖아요. 어떻게 학습하셨나요?

커머스 쪽 콘텐츠를 많이 보기는 했지만, 사실 제가 만들어야 했던 투자 콘텐츠의 래퍼런스는 찾기가 어려워서 그냥 만들었어요. 제가 괜찮다고 생각하는 구성으로 만들어서 테스트를 많이 해봤죠. 투자 매력포인트 top3를 꼽아주기도 하고, 영화, 문화, F&B 분야 상품에서는 영상이나 사진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 해보고, 기술 기업이나 B2B기업은 전문성, 신뢰성을 중심으로 풀어냈어요.


Q. 어렵지 않았어요?

뭔가를 새로이 만드는 것 자체는 너무 즐거웠어요. 그런데 이 콘텐츠가 정말 좋은 콘텐츠인지, 효과 있는 콘텐츠지에 관해 피드백 주는 상사가 없었던 것에는 갈증이 항상 있었죠. 지금은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있고 또 스스로 시장 반응을 경험하고 나니까 괜찮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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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리드가 맡아서 하던 스타트업 펀딩 프로젝트는 현재 와디즈에서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에 따르면 검색하면 볼 수 있는 “이전에 만들었던 콘텐츠 페이지의 구성이나 기능도 달라졌다.”



토스피드가 미디어가 되기까지

Q. 토스에는 어떻게 가게 된 거예요?

커리어 개발에 관한 고민이 계속 있던 차에 제안을 받았어요. 토스가 ‘토스피드’라는 블로그를 시작하는데, 거기 인하우스 에디터가 필요하다는 거였죠. 사실 저는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군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그때쯤 콘텐츠 일을 계속 할지, 서비스 운영이나 기획 일로 커리어 개발을 할지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또 당시 콘텐츠 운영팀을 만들어 그 팀의 팀장을 덜컥 맡아 1년 반 정도를 했는데, 저연차에 실무와 매니지먼트를 둘다 맡다 보니 과연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도 있었고요.

그러던 중에 토스 제안을 받은 거예요. 하던 일보다 역할이 좁아지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토스가 크게 성장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직을 결정했어요.


토스피드 홈화면 캡처


Q. 토스에서는 처음에 어떤 일을 했나요?

기본적으로 토스피드가 많이 비어 있어서, 빈 곳을 채우는 일을 했어요. 토스피드에 콘텐츠를 많이 넣는 게 일단 중요했죠.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함을 들었을 때 상상되는,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콘텐츠 제작 업무를 했어요. 채용할 인원이 많아서 회사에 대해 좀 더 정보를 주고 채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팀이나 팀원, 조직문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들었고요.


Q. 처음에는 콘텐츠 에디터였는데 콘텐츠 매니저로 이름이 바뀌었죠. 왜 그렇게 됐나요?

요즘에는 저희가 미디어를 위해 기획하고 만드는 콘텐츠가 많은데, 사실 그 일만 하는 건 아니거든요. 에디터로서 콘텐츠 만드는 일에 수반되는 일 말고도 제품과 연관된 일, 마케터 비슷한 일도 해야 했거든요. 조직 내에서 콘텐츠가 필요한 곳에서 필요한 일을 계속 지원하면서 콘텐츠 에디터가 다루는 일의 영역이 넓어졌어요.

그런데 콘텐츠 에디터는 글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일만 한다는 느낌이 나는 단어라서, 콘텐츠 매니저들 사이에서 이걸 다른 명칭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어요. 또 내부에서 다른 팀원들, 우리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도 에디터라는 게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매니저분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콘텐츠 매니저로 결정됐어요.


Q. 토스페이먼츠 공다솜님 인터뷰 때도 여쭸지만, 미디어라는 게 당장 제품 이용자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 관점이 다른 경우 조직을 설득하기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떻게 설득하셨나요?

콘텐츠가 전환에도 필요하다는 것을 몇 번 증명하는 사례들이 있었어요. 특히 토스와 관련된 직접적 콘텐츠가 아니라 금융, 경제 관련 콘텐츠도 전환에 필요하다는 것을 조직 내에 크게 인지시키고, 제품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던 사례가 있었죠.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한 ‘2차 재난지원금’이 나왔을 때인데, 전국 매체 중에서 토스피드가 제일 먼저 2차 재난지원금을 언제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를 정리한 콘텐츠를 내고, 앱에서 푸시 알림을 보냈어요. 최대한 정보를 모아서 가장 쉽게 잘 읽히도록 정리했죠.

담당 PO의 니즈와도 잘 맞았어요. 소상공인, 자영업자 고객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제공해 잠재 고객을 데려오고 싶다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로 그 콘텐츠 푸시를 받아본 유저들이 ‘재난지원금’ 정보를 조회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제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더라도 시의성 있는 정보라면, 그 자체로 제품에 가치를 더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이런 경험들이 쌓여서, 이후에는 제품이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콘텐츠를 만들려고 하면 늦다는 컨센서스가 생겼어요. 콘텐츠가 먼저 있으면, 그걸 제품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직의 다른 분들도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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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리드가 언급한 콘텐츠는 '2차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및 신청 방법 총정리’라는 제목의 콘텐츠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 피해 지원을 위해 4차 추경안을 통과시킨 지 20분 만에 발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재난지원금의 수령 대상자인지, 어떻게 받는지, 어떻게 지급하는지 등을 정리했으며, 실제로 이 콘텐츠는 32만회 조회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방문자가 몰리며 한때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도 일었다. (관련기사) 금 리드에 따르면 이 콘텐츠는 현재로서는 시의성이 없어 비공개 상태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콘텐츠가 비콘텐츠기업에서 나왔다는 사실 자체에도 주목하게 된다. 현재 우리는 지식, 정보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과정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공급자 중심적 콘텐츠 생산에 익숙한 기존 미디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다.


Q. 모든 콘텐츠가 전환으로 이어질 필요는 없지만, 조직 내 필요가 있을 때 전환으로 이어지게 하는 데 콘텐츠가 강력한 도구라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된거네요. 이렇게 하는 데 2년 정도 걸린 거고요.

네, 맞아요. 시간이 걸리는 일이에요. 겉으로 보기에는 잘 안보이지만 하루 아침에 된 건 절대 아니에요. 회사에서 토스피드에 필요로 하는 역할을 충분히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소홀히 하면 제 말에 힘이 실리지 못 할 거예요. 그래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계속 하고, 이에 대한 신뢰를 쌓은 다음에 하고 싶은 일로 옮겨가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건 완전히 장기전이죠. 내가 하고 싶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회사를 설득하려면, 내가 어떤 성과를 내왔는지 보여주고, 내가 원하는 것이 회사에 왜 필요한지를 계속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때마침 콘텐츠가 주요 제품이었던 회사에서 옮겨오신 분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생각에 더 힘이 실렸죠. 저 혼자서 한 것도 아니고 때를 기다리면서 계속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좋은 때에 좋은 분들이 와주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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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기업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또 인하우스 콘텐츠 담당자로서 전환 데이터로만 설명할 수 없는 콘텐츠의 잠재력을 어필하고자 하는 이들이 참고해볼 수 있는 실질적인 사례인 것 같다.


Q. 라이프스타일까지 다루는 브랜드 미디어로 가기로 결정하면서 인뎁스 유저 인터뷰를 진행했다고 들었어요. 그때 유저에게 가장 궁금했던 게 뭐였나요?

토스가 내는 금융 경제 콘텐츠에 사람들이 신뢰를 가질까? 하는 부분이었어요. 기업이 내는 콘텐츠니까 신뢰성,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요. 광고나 홍보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UX리서치팀에 요청해서 사용자 인터뷰를 진행했어요.

저의 가설은 신뢰도가 낮을것이라는 것이었어요. 8명 정도를 2~3시간에 걸쳐 인터뷰하면서 토스피드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토스피드가 아닌 다른 매체에서 어떤 정보를 얻는지, 브랜드 미디어라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물었어요. 그런데 결과를 보니 그 가설이 틀렸더군요. 8명 중 6명이 신뢰도가 높다고 평가했어요.

인터뷰어 중 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아모레퍼시픽 같은 대기업에서 만드는 화장품이나 뷰티 관련 정보를 ‘신뢰할만하다’고 답변하셨거든요. 그 이유는 ‘기업이 그에 관한 전문가라고 생각해서’라고 했고요.

그때부터 우리가 내는 목소리와 메시지에 자신감을 가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임감도 높아졌죠. 특히 금융·경제 콘텐츠는 한 사람의 삶을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요.


토스피드의 ‘금융의 모든 것’ 카테고리 메인 화면 캡처. 다양한 금융·경제 콘텐츠를 담고 있다.


콘텐츠 리드의 고민

Q. 챕터 리드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챕터 리드로서 무슨 일을 하는가… 이건 처음 받아보는 질문인데요. 그동안 해왔던 일을 돌이켜 생각해보자면, ‘서포트’에 가까웠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매니저들이 일하는 환경, 인프라, 시스템에 부족함이 없도록 지원하는 일을 고민하고 실행하게 됐거든요. 잘하고 있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데, 늘 부족한 것 같아요. 올해는 콘텐츠 챕터가 콘텐츠 매니저들에게 든든한 안정감을 주는 쿠션 역할을 할 수 있는 조직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최근에 들었어요. 그러기 위해 어떤 일을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하다보면 또 찾을 수 있겠죠?(웃음)


Q. TCS 아이디어를 냈던 것도 콘텐츠 매니저들의 일하는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맥락에서 나온 거겠네요. 콘텐츠 매니저들을 한 명씩 인터뷰 한 게 인상깊었어요. 저도 너무 불편한 어드민을 많이 봤거든요.

기업에서 우선순위 때문에 뒷단의 제품을 정교하게 다듬는 게 어려워요. 그런데 토스에는 인터널 제품 팀이 있어서, 업무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거든요. 저도 그래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전에도 토스에서 인터널 제품 팀과 일했던 경험이 있었어요. PR팀 소속일 때, SNS나 웹상에서 벌어지는 이슈를 체크하고 싶은데, 봐야 하는 채널이 너무 많더라고요. 트위터도 봐야 하고 커뮤니티도 봐야 하고, 어떨 때는 확인할 게 많아 크롬 탭만 50개씩 열어두고 일하기도 했어요. 그래서 인터널 제품 만드는 분들께 이것좀 개선해줄 수 없냐, 다른 채널도 ‘트윗덱’처럼 체크하게 할 수는 없냐 말씀드렸어요. 그랬더니 토스 관련 키워드를 좀더 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주셨어요. 실제로 수월해졌고요.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내부 제품을 개선할 수 있다는 걸 학습할 수 있었던 거죠.


**

이 대목에서 최근 읽었던 기사가 생각났다. 언론사 IT인력 4명 중 3명이 요청, 지시에 따라 개발하는 보조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콘텐츠하는 사람들이 콘텐츠 소비자와 콘텐츠 생산자의 니즈를 충족할 다양한 기법을 찾을 수 있는 만큼, 제품 관리자들은 콘텐츠를 기획, 제작, 발행, 확산하는 과정에서 이용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콘텐츠하는 사람보다 더 큰 인사이트를 줄 수 있다. ‘트윗덱 같은 것‘이라고 말하면 그 밑에 숨은 니즈를 구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전에 언론사 유료구독 서비스를 할 때도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점이 이런 부분이었고, 그것이 이 기사에 담긴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콘텐츠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프로덕트를 설계하고 만드는 사람들이 서로 주도적으로 의견을 교환할 때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토스와 금 리드가 일하는 방식은 그런 면에서도 배워봄직하다.


Q. 제가 맡고 있는 매체는 런칭할 때부터 SEO를 중요하게 생각했고, 트래픽의 상당 부분이 검색으로 나오는데요, 토스피드는 검색 유입 비중이 어땠나요?

토스피드도 처음에 SEO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셋업했어요. 경제, 돈 관련 검색을 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을 붙잡고자 한 거죠. 그래서 예전에는 SEO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요새는 좀 더 읽기 편하고, 매거진에 잘 맞는 연성 콘텐츠도 많이 하다 보니, SNS통해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SEO가 중요하지만, 검색으로 들어오는 비중이 줄고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다른 채널로 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됐죠. 저희가 채널 활용을 활발히 하기도 하고 콘텐츠 광고를 하기도 했고요.


Q. 하긴 요즘 사람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느껴요. 어떤 매체를 인지한 채로 아티클을 읽기보다 자신만의 다양한 콘텐츠 소비 채널과 패턴을 구축하는 것 같아요. 토스피드도 소비 방식 변화에 따라서 달라지는 전략이 있나요?

맞아요. 저도 많이 바뀌었다고 느꼈어요. 이전에는 토스피드에 방문해 탐색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데이터를 보면, 토스피드에서 어떤 콘텐츠를 보고 난 뒤 다음 콘텐츠, 그 다음 콘텐츠까지 보는 사람들이 적더라고요. 콘텐츠 소비 패턴이 제 기대와는 달랐던 거죠. 양방향 플랫폼에서는 그게 가능하지만, 일방향 채널에서는 사람들이 사이트에 직접 찾아와서 여러 콘텐츠를 둘러보게 하는 것이 너무 큰 욕심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요즘은 토스피드 제품 자체의 뛰어난 경험으로 독자를 데려온다기보다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 하나하나가 사람들을 데려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Q. 토스피드의 다음 스텝은 뭔가요?

언젠가 토스피드도 양방향적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그렇게 되려면 실제로 양방향으로 콘텐츠를 수급할 수 있는 채널이 될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 일환으로 공모전 컨셉을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글을 싣고 싶어하는 채널로 포지셔닝할 수 있을지 실험해보려고 해요.


Q. 챕터 리드로서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저는 밸런스를 좀 중요하게 생각해요. 회사가 원하는 것과 우리가 하고 싶은 것, 제가 하고 싶은 것의 밸런스요. 뭔가를 이유 없이 요구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원하는 것을 해주고 또 그만큼 내 것을 관철할 수 있도록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해요.



콘텐츠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

Q. 콘텐츠 매니저의 핵심 스킬은 뭔가요?

하고 싶은 이야기, 전하고 싶은 이야기와 사람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의 밸런스를 잘 잡는 스킬인 것 같아요. 또 인하우스 콘텐츠 매니저라면, 콘텐츠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는 마인드셋도 중요한 것 같아요.


Q. 글쓰기 능력도 중요한가요?

중요해요. 저는 글쓰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취재 능력을 채용과정에서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Q. 글을 잘쓴다는 건 어떤건가요?

특히 글은 짜임새와 구성이 좋아야 사람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행동에 변화를 일으키는 콘텐츠를 만든다면 더욱 좋겠죠.

소설가처럼 유려한 문체를 쓴다거나 단어 선택이 기발하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글의 짜임새와 구성이 좋은 건 것 같아요.


Q. 앞으로도 콘텐츠 일을 할 것 같으신가요?

잘 모르겠어요. 제 일에 한계를 짓고 싶지는 않고, 여러 방면으로 열어두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최근 즐겨본 마스터 셰프, 헬스 키친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고든램지의 멘토링 방식이 인상깊더라고요. 다른 사람이 성장할 수 있게 길을 잡아주는 역할요. 저도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제가 가진 지식과 경험을 나눠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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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가 끝날 무렵, 나는 그에게 이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다.


“브랜드 미디어로 해볼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아니에요?”


그의 대답은 이랬다.


“아 그런가요?(웃음) 사실 많은 걸 해본 것 같아서 다음에 또 뭐 할지 요즘 고민이긴 해요. 하지만 할 일이 없어지지는 않더라고요”


한 번 만나면 두 시간이 훌쩍 지나가는 인터뷰였다. 그렇게 두 번을 만났지만 부족했다. 아직도 나는 이 사람에게 궁금한 것도 배울 것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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