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11.

발상 전환

by 이창우

길냥이 밥을 챙겨주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오면 책방이 열린다. 어제와 다름없는 또 하루가 시작이다. 오늘 읽을 책을 둘러본다. <<미술관에는 왜 혼자인 여자가 많을까?>> 플로랜스 포크를 찾았던 시절은 미술관 다니면서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며 발견한 작품이다.


적은 수입으로 살아야 하는 방법을 배우기로 했다는 저자의 말에 그어진 밑줄이 눈에 들어온다. 결코 가능하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책을 다시 읽는 일에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길냥이를 보다가 책방 문을 열고 들어온 친구는 중학 2학년이라고 했다.


가까운 곳에 영어 학원을 다니는데 오늘은 학원 차를 놓쳐서 걸어가는 중이라며 책방이 생긴 것을 이제 알았다고 한다. 자동차로 지나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변화된 장소다. 떠들썩한 홍보보다 경험으로 만나게 되는 공간, 책방도 그런 것 중 하나이기도 하다.


책이 많아요. 와, 해리포터 시리즈가 다 있네요. 저도 해리 포터 좋아하는데 죽음의 성물을 아직 못 읽었어요. 언니가 읽는 책인가요?

오른쪽 벽 책꽂이는 파는 책이 아니고 읽는 책이야.

그럼 도서관처럼 빌려도 주세요?

다시 가져다준다면 빌려 줄게.

얼마예요?

아니, 무료로 빌려 주는 거야.

그럼 여기가 무료책방이에요?

그렇게 말해도 되겠지. 책방이기는 하지만 책을 사가는 사람도 없어. 빌려가.

언제까지 반납해요?

다 읽고 가져와. 이름과 연락처만 적어두면 되겠다.


해리 포터를 끌어안고 학원을 간다며 떠나가는 이 친구와 만남은 내게 괜찮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무료 책방'이라는 포스터를 만들고 꾸며서 입구에 붙여 놓는다. 누구든 책을 읽으려고 빌려 간다면 그것으로 책방은 존재 이유를 얻는 일이다.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열리면서 사람으로 가득 찬 책방이 떠오른다.


발상전환은 이렇게 새로운 희망을 주면서 나를 들뜨게 만든다. 책장에 책이 늘어가는 것을 바라보다 노년을 떠올리며 잠시 생각했던 무료책방을 이렇게 일찍 시작하게 된다는 설렘. 조금 더 먼 미래를 생각하게 만든다. 지속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된 책을 찾아보다가 <<무료 책방에서 자본론을 읽다>>산문집을 발견한다. 작가의 말에 눈이 꽂힌다. 마음을 담은 공간. 그곳에서 자기를 사랑하고 공동체와 나누면서 책 읽기를 멈추지 않는다는. 내가 할 수 있을까 보다는 내가 해내야겠다는 생각으로 온몸이 짜릿해진다.


누군가는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실행한다. 돈과 물질이 아니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과 사랑, 평화가 깃든 행동이라는 사실. 삶에 지향점을 조금 비튼다면 우리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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