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책방 19.

이렇게 살아도 괜찮아

by 이창우

무언가 같이 도모해 보자고 지역밴드를 이용해서 기본소득 공부 모임을 준비 중인데 한 사람도 연락이 없다. 주은 씨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마음으로 웃고 말았다. 우리가 하다 보면 길이 열리는 거니까 둘이여도 괜찮다.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면서 쓸쓸하게 웃는다.


지역 밴드를 열심히 보는 일만으로 많은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과 관련한 정보를 얻는다. 생각해보지 않았던 일을 고민하다 안 될 것이 뭐가 있으려나 하는 마음으로 평생학습센터에 마을강사 신청을 한다. 마을 강사는 조건이 까다롭지 않아서 반드시 교원 자격증을 요구하지 않는다. 전공자라면 센터에서 그것과 관련된 강좌 개설과 찾아가는 마을 학교로 진행된다.


책 읽는 것을 즐길 수 있다면 아이들과 동화책 같이 읽기로 신나는 책 읽기 놀이를 할 수 있다. 마을학교 프로그램에 개설되지 않은 프로그램 중 하나가 독서활동이라니 참으로 서글픈 일이다. 그 중요한 것을 왜 만들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책만큼 든든한 친구 역할을 하는 것도 드물다.


스마트 폰을 일상 도구로 여기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책 읽기로 만날 즐거움이다. 독서 생활화를 위한 시간이 여유 있게 주어져 재미를 느낄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어른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해주어야 할 사회환경인데 무슨 생각으로 어른들은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걸까.


특별한 날, 엄마가 주는 선물은 주로 문학 책꾸러미였다. 그런 면에서 생각해 보니 책을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를 만들어 놓은 우리 엄마는 대단한 사람이다. 누구도 책을 우선 두지 않고 학교 성적으로 아이를 판단할 때 우리 엄마는 그 잣대에 나를 올려놓지는 않았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말이 전부였다.


내 학교 생활에 도무지 관심 없는 엄마는 때로 이상하기도 해서 힘이 들었다.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면 더 쉬울 학교 생활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드는 생각은 엄마 나름대로 지켜내는 교육철학일 수도 있겠다는 점이다. 그래, 엄마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그 시대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나를 무조건 응원해 주던 단 한 사람이었나 보다.


책방은 늘 열려 있지만 오고 가는 사람은 없다. 책방을 열어 생존을 하기에는 가능하지 않나 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삶을 지속 가능하게 한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마치 내 공간을 열어놓고 구경하세요 하는 기분이다. 유리벽 너머로 지팡이에 의존하며 구부정하게 걸어가는 할머니들이 가끔 눈에 들어올 뿐이다.


나는 오늘도 혼자서 책을 읽고 글을 끼적이고 때가 되면 들리는 길냥이 울음에 답하기 위해 밥그릇을 채운다. 나를 기운 나게 해 줄 요리를 생각해 내면 혼자 만들어 잘 먹는다. 지난해 열린 겨울은 요란스럽지 않게 서서히 떠나는 중인가 보다. 이름도 모르는 커다란 가로수에 여린 나뭇가지가 늘어나고 보일 듯 말 듯 새순이 돋고 있다.






이전 18화수상한 책방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