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내게 글쓰기는 수필에서 시작해 소설로, 때가 되면 시 짓기로 이어지는 걸까... 하는 마음이다. 요즈음 수필과 에세이를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다르다.
에세이는 가벼운 마음이 되어 끼적일 수 있다면 수필이라는 장르를 붙이면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진다. 4,000자 에세이를 요구하면 막막해지면서 아무래도 생각이 깊어진다.
수필을 대개는 영어로 에세이라 부르는데 같은 종류 글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쉽지 않다. 마음 가는 대로 솔직하게 쓰면 되었던 수필이 왜 이리도 어려운 글쓰기가 되었는지.
일상을 끼적이며 단숨에 써 내려가는 일에 너무도 익숙해져 버린 나를 만난다. 결국, 공들여 글쓰기를 하지 않아서라고 답을 얻지만 속은 몹시 불편하기만 하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글쓰기는 삶 짓기처럼 어렵다. 바라보는 시선을 낯설게 표현하는 일로 시작하는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저녁 시간, 슬그머니 놓인 몇 줄 문장에 울컥한다.
기적 같은 일이 내게도 일어날까. 나를 위한 시간은 들어앉아 웅크린 나를 마주하는 때이기도 하다. 몇 줄 문장이 낯설게 내게로 쳐들어 오고는 한다.
시는 살아있음을 일깨우는 문학이다. 낡은 시집을 꺼내 빛바랜 종이에 검은 글자를 눈으로 따라가면 갑자기 뭉클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