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검은 아스팔트 위를 걷는 아이

『눈물, 꽃 소년』을 읽고

by 이창우

어린 시절의 정서 차이를 확연하게 느끼면서 책장을 넘긴다.

도시 아이의 그림자는 검은 아스팔트 위로 길게 눕는다. 어린 시절부터 시골에서 살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은 이십 대를 지나면서도 가능한 일인지조차 몰랐다.


결혼이라는 제2 인생을 선택으로 가족을 이루고 시골에서 살아갈 기회를 얻었다. 그 선택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내가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말이 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탁월한 선택은 서울특별시 탈출이다.


시인 박노해의 삶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가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 책은 마치 교과서에서나 보던 내용 같기만 하다. 굳이 누군가의 삶을 부러워하는 일은 거의 없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며 유난히 가슴 한편이 휘둘리는 순간을 만난다.


그에게는 주변에 어른이 많았다. 따뜻한 격려와 응원, 기대감을 품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어른들의 시선과 마음이 그의 뒤에 있다는 점이다.


어린 시절에 주변이나 가족에게서도 그런 마음을 받아본 기억이 없는 나는 혼자서도 잘 산다며 스스로 묻고 답을 찾아가면서 살았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사랑을 받는 일보다 주는 일이 더 쉽다고 생각하면서 참 의연하고 태연한 척 지나온 나는 기억의 윤색을 통해 제법 따뜻한 회상만을 더듬는다.


인간으로서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은 것은 내 부모가 물려준 본디 그렇게 태어난 데서 시작되었다고 해야 할 뿐, 괜찮은 설명 따위는 가능하지 않다.


여전히 아스팔트 위를 뾰족한 우산 끝으로 질질 끌며 걸어가는 내 어린 뒷모습이 흑백사진으로 있다.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던 시절을 지나 도시 아이는 텃밭에서 오이를 따며 발그레한 어른이 되어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어둠에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