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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Mar 21. 2019

구두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

말씨보다 발씨 이야기

"구두만 보면 그 사람이 보여요. 왜냐하면 그 사람의 마음과 행동이 구두에 드러납니다. 어디가 얼마큼 닳았느냐에 따라 습관이 보인다는 거죠. 한쪽만 닳은 경우, 뒷굽만 닳은 경우, 앞부분만 닳은 경우 걸음걸이에 따라서 닳은 것도 달라요. "

자주 가는 동네 구두가게에 올 때마다 구두 아저씨는 말한다. 구두를 보면 그의 발씨가 드러난다고. 발씨란 길을 걸을 때 발걸음을 옮겨 놓는 모습을 말한다. 아저씨는 구두만 보는 것이 아니란다. 구두에는 그 말씨, 마음씨, 발씨가 드러난다고 한다. '-씨'는 몇몇 명사 뒤에 붙어 태도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다. 우리말에는 유독 ‘~씨’가 붙는 단어가 많다. 마음씨, 말씨, 글씨, 눈씨, 발씨, 솜씨, 날씨, 등이다. 마음씨는 마음을 쓰는 태도가 드러나고, 말씨는 그 사람의 품격을 이야기하고, 글씨는 글의 모양 상태를 꾸며준다. 눈씨는 시선의 온도를 잴 수 있고, 발씨는 그 사람의 걸음걸이를 나타내고, 솜씨는 재주가 드러나고, 날씨는 비, 바람, 온도 등 기상 상태를 보여준다. 우리는 뿌리는 씨만큼 거둘 수 있다. 혹시 씨는 뿌리지 않고 열매만 바라고 있지 않는가? 어떤 소중한 가치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희생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힘이다. 단지 구두 수선공이 구두만 잘 만드는 지식만으로 부족하다. 구두 수선공은 단지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을 넘어서 그것을 담는 '발' 자체를 잘 알아야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Ernst Friedrich Schumacher)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구두가게(Schoemaker)'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이런 집안 배경 덕분에 솜씨 좋은 구두가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빼어난  구두 수선공이 되려면 구두를 잘 만드는 지식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 먼저 발에 관한 지식이 필요하다"- [행동경제학](도모노 노리오, 지형, 2007)

비 온 후 구두를 닦으면 좋다고 구두 아저씨가 말을 덧붙인다. 왜냐하면 습기가 구두에 있을 때 광이 잘 난다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젖은 신발을 그대로 방치하면, 신발이 망가지기도 하고 기분 나쁜 냄새도 난다. 구두만 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나쁜 냄새가 나는 사람이 있다. 말씨, 마음씨, 발씨가 잘 못되어서 그렇다고. 이런 나쁜 냄새 나는 구두는 마른 천으로 꼼꼼하게 닦아주고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말리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때 신발 속에 신문지를 넣어 보관하면 습기를 제거하고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예방한다. 절대로 가죽 구두에 드라이기의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면 가죽의 형태가 뒤틀릴 수 있다. 자연스러운 게 좋다. 향기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생은 논리적인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씨'가 빠진 인생은 허망하다.

뼈를 깎는 듯한 체험을 통해 우리들은 배웠다.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한다고  해도 사회생활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 알버트 아인슈타인

지식을 넘어서 감동을 안기기 위해서 부단한 씨를 뿌리기 위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농부의 마음으로 씨를 뿌려야 한다. 내 자신의 마음씨, 말씨, 글씨, 눈씨, 발씨, 솜씨, 등을 뿌리고, 세상의 날씨 등을 보면서 걷자. 태도는 환경에 의해서 큰 영향을 받으며 학습에 의해 변화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사우스웨스트에서는 채용 시 태도를 가장 중시하여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태도를 갖도록 끊임없이 관리한다. 개인의 태도 변화는 주변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고 나아가 조직 전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회사의 성공 비결이 형식적인 수많은 규칙들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함 속에 바람직한 태도가 분명하게 공유되었고 이것이 조직 전체로 잘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씨 중에 가장 중요한 씨는 ‘마음씨’가 중요하다. 마음 씀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마음이 고운 사람은 고운 말이 나오고, 착한 행동을 한다. 마음씨를 알 수 있는 것은 사실 말씨가 아니라 발씨다. 그가 어떤 발걸음 했는지를 기억하라. 말은 하기 쉬워도 발은 쉽지 않다. 힘든 일은 마다하지 않고 먼저 하는 사람의 발씨를 보자. 발씨가 좋은 사람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 행복이 몰려온다. 풀어진 구두끈을 다시 매보자. 당신의 발씨를 어떠한가?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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