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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영돈 코치 Oct 18. 2019

당신만의 고유한 향기는 무엇인가?

인향만리 01

옛말에 꽃의 향기는 백 리를 가고 술 향기는 천 리를 가며 사람의 향기는 만 리를 간다. 한자로는 화향백리 주향천리 인향만리 (花香白里 酒香千里 人香萬里)이다.

모파상은 “인간이 말하는 단어들은 하나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언어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언어를 선택하고 어떤 말을 내뱉는지 유심히 경청하라.

 ‘탁월한 사유의 시선’ 저자로 유명한 최진석 교수가 최근 서강대 철학과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아직 교수 정년이 7년이나 남았는데 18년간 재직했던 학교를 과감하게 떠났다. 버틸 때까지 버티는 것이 현실이건만 무엇 때문에 보장된 교수직을 내려놓은 것일까?


는 자신을 나만의 고유한 ‘비린내’가 사라질까 걱정한다.  '비린내' 물고기에서 나는 역겹고 매스꺼운 냄새를 말한다. 대학교수로 오래된 틀 안에서 갇혔던 지난날을 성찰하고 있다.  몇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대학 교육 시스템에서 자신이 고갈되는 느낌을 계속 받았다. 학생들에게 ‘우리’가 아닌 ‘나’로 제대로 살라고 가르치면서 정작 그저 시스템의 ‘관리인’으로 살았다. 물속을 휘젓는 물고기가 아닌 마치 시장 좌판에 누워 있는 생선처럼 말이다. 자신이 가르친 대로 자신도 살고 싶어 교수직을 내려놓았다.


당신은 물속을 휘젓는 물고기인가?

당신은 시장 좌판에 누워 있는 생선인가?

나만의 고유한 비린내가 사라졌는가?


사람의 향기는 나이가 들면서 옅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점점 어두워지고 낡아지게 된다. 그럴 때 냄새가 진동하게 된다. 사람의 향기는 신언서판에서 나온다. 몸이 건강해야 말도 품격이 높아진다. 이 좋아지니 글을 잘 쓴다. 단지 말을 잘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말의 격이 중요하다.  “말이 씨가 된다”는 우리 속담도 있지 않은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냄새에 대해 이렇게 풀어간다. 


"김기사 그 양반.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절대 넘지 않아. 근데 냄새가 선을 넘지."
 
반지하 집 특유의 냄새가 몸에 밴 운전기사 송강호의 냄새가 불쾌한 사장 이선균이 하는 대사다. 이 영화는 지워지지 않는 '가난의 냄새'를 모티브로 부의 양극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냄새는 계급이기도 하다. 메이저리그 출신 야구선수 박찬호미국에 건너가 초기에 동료들로부터 마이너리그에서 놀림당한 것은 바로 몸에 밴 김치 냄새 때문이었다. “동료들이 적이었다. 김치 냄새 때문에 스트레스가 너무 심했다. 냄새를 없애기 위해 한국음식을 모두 끊고 치즈와 햄버거만 먹었다”고 털어놓는다. 분한 마음에 그날로 김치를 끊고 미친 듯이 치즈를 먹기 시작했단다. 미국 이민자들도 그 서러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말속에는 강력한 힘이 있다. 우리의 마음, 심지어 신체까지 움직이는 힘이 있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말에는 냄새가 있고 듣고 싶어 하는 말에는 향기가 있다. [긍정적 말의 힘](할 어반 지음/박정길 옮김)에서 이런 질문이 있다.  "천사와 악마의 차이는 모습이 아니라 그가 하는 말이다. 당신의 말에선 어떤 향기가 나는가?"

 당신의 말에는 향기도 있지만 냄새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해를 사지 않은 방법은 '구단즉진'으로 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단순하게 즉시 진심을 담아서 하라.

예를 들면, 너 착하다, 너 덕분야, 대단하다, 멋지다, 네가 내 친구라서 고마워,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등 좋은 상황에서 해야 한다.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곡해할 수 있다. 말은 실제로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에게 모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 말은 언제나 가려서 해야 하는 이유이다. 선현들은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고 “신중히 세 번 생각하고 한 마디 말하라”라고 했다. 마음을 담지 않은 진실성이 없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스스로 머리가 부족하다고 여길수록 말을 적게 하라. 그러면 이것저것 관심 많고 인기분야만 좇아다니는 사람들도 뛰어넘을 수 있다. 세상은 똑똑한 머리를 자랑하는 이들에 의해 바뀌는 게 아니다. 우직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에 의해 바뀐다. 그들의 말에는 사군자(四君子) 향기가 난다.  인생의 깊이가 생길수록 냄새보다 향기가 난다. 매화는 이른 봄의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난초는 깊은 산중에서 은은한 향기를 멀리까지 퍼뜨린다. 국화는 늦은 가을에 첫추위를 이겨내며 핀다. 대나무는 모든 식물의 잎이 떨어진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을 계속 유지한다. 향은 다를 수 있음을 인지하는 것이다. 인격의 빛과 그림자가 쌓여서 빚어내는 향기와 냄새는 뒤따를 수밖에 없다. 당신만의 고유한 비린내를 맡아보시라! 당신에게는 어떤 향기와 냄새가 존재하는가?


보헤미안 설리 에니어그램 4번

https://brunch.co.kr/@yooncohg/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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