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운동 시작을?!
몇 년 전 누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다면, 난 어떻게 반응했을까? 분명 코웃음치며 비웃었을 테지. 그렇게 작게 시작해서 언제 성공해? 주식도, 도박도 싫어하는 나는, 어쩌면 인생에서는 큰 거 한 방을 노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야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했지만, 요즘엔 티끌 모아도 티끌이다!
요즘같이 성공한 사람도, 그들을 바라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늘어만 가는 시대에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스몰 스텝의 힘을 믿는다. 새벽시간에 졸린 눈을 비비며 몇 페이지라도 읽으려고 노력했던 그 책을, 이제는 한 달에 9-10권도 거뜬히 읽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독서모임을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독서의 즐거움을 전하는 사람이 되었다. 가계부 쓰다 말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더니 몇 개월째 꾸준히 가계부를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드문드문이라도 남겼던 기록을 바탕으로, 올해는 처음으로 대략적으로나마 우리 가족 1년 예산을 세웠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모여 글을 써보자! 하고 모였던 우리는 벌써 83개의 글을 써냈다. 그 사이 1주년 기념으로 공통 주제의 글들을 엮어 전자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엄마표 영어를 하고 싶어서 읽게 된 영어 그림책. 그렇게 영어 그림책으로 다시 만난 영어는 영어에 미친 1년을 만들었고, 발음, 문법 공부, 더 긴 글 밥의 원서. 마침내는 영어책 읽기 모임을 만들어 엄마들의 영어를 돕는 자리에 서게 했다. 이 모든 것은 시작은 아주 작은 행동 하나. 겨우 이거 가지고 될까 싶을 만큼 아주 작은 씨앗 하나.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자라서 내가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내 안의 비어있는 동그라미를 조금씩 채워주었다.
이렇게 소소하지만, 나에게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공의 경험들이 쌓이다 보니 이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나와는 평생 가까워질 일 없다고 생각했던 운동.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점점 살은 찌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뭐라도 해야겠는데 시작할 수 있는 몸도 맘도 준비가 되어있지는 않은 상태. 그래서 해가 바뀌고 5분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하루에 딱 5분. 하기 싫은 마음이 들까 무서워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맥북을 들고 바닥에 앉아 유튜브를 켰다. 딱 스트레칭 5분이 나의 수준이었다. 그렇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두 달. 조금 자신감이 붙어서 10분 스트레칭에 도전했다. 고작 5분 더 늘였을 뿐인데 실상은 배를 늘인 것이었으므로 부담감도 배가 되었다. 문득문득 하기 싫은 마음이 올라왔지만 참고 꾸준히 하길 2주?
내 안에도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피어올랐다. 때마침 운동을 시작한 친구와의 만남도 자극제가 되어주었고. 상담만 받아봐야지 하고 들어갔던 곳에서 급히 등록까지! 그렇게 시작한 요가를 다닌 지 4일째. 아직도 딱 달라붙은 요가복이 너무 부담스럽지만. 생각보다 부끄럽지 않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올 초에 시작한 5분 스트레칭이 아니었더라면, 이렇게 하루에 1시간씩, 그것도 새벽에 하는 요가를 다니는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 장담한다. 결국, 보잘것없어 보이는 것이라도 바로 행동하는 것이 생각만 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스몰 스텝으로 걷다 보면, 달음박질하는 날도 온다. 그것이 이 몇 년 깨달은 인생의 이치.
우리가 여기저기 찍었던,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점은 언젠가는 이어져 선이 된다. 그리고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낸다. 그걸 알고 난 후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오늘은 또 어떤 점을 찍어보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