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이 좋은 것을 불러들인다
요즘 내 카톡이며 인스타에는 운동복(특히 안다르) 광고로 꽉 차 있다. 유튜브에 뜨는 추천 영상들도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어디 어디 살 제대로 빼는 운동이라든지, 간헐적 단식법, 체중 감량을 위한 식단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어쩌면 이렇게도 귀신같이 눈치채고 알고리즘이 돌아가는지 신통방통한 일이다. 한때 내 알고리즘에 모 브랜드의 핸드백이 있었다. 딱 핸드폰과 카드만 들어갈 정도의 지갑 사이즈 가방이었는데 매는 줄이 있어서 간단히 외출할 때 편하겠다 싶었다. 그래서 좀 알아보다가 생각보다 가격대가 있어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그 뒤로도 어찌나 내 눈앞에 자꾸 나타나는지, 광고를 볼 때마다 내 맘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그렇게 구매 버튼 누르기 직전까지 갔다가 돌아오길 수십 번. 결국 구매는 하지 않았지만 알고리즘의 유혹에서 내 지갑을 지켜내기 쉽지 않았다.
오늘 아침 모닝페이지를 쓰기 전에 차를 우려내면서 문득 우리 삶에도 알고리즘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나의 하루 시작이 달라졌다! 자고 일어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면 뭘 할 수 있겠냐는 아빠의 호된 가르침을 받고 자란 나는 새벽 기상이 그리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새벽 기상만 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살면서 필요한 때마다, 그때의 목표를 위해 새벽에 일어나곤 했다. 한창때는 새벽 기도를 하러 다니기도 했고, 또 몇 년 전부터는 책을 읽기 위해 일찍 일어났다. 그렇지만 한 번도 그 목적이 '운동'이었던 적은 없었다. 잠을 포기하면서 겨우 얻은 그 소중한 시간에 운동을 끼어 넣고 싶지는 않았던 마음이랄까? 모닝페이지도 쓰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만 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좋아하고, 꼭 해야 하는 일들이란 것이 하루 종일 꼬박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새벽에 책을 읽었다고, 아이들 보내고 혼자 남은 오전 시간에 독서 대신 운동을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을만큼 벼랑 끝까지 몰렸을 때 생각해 낸 것이 일어나자마자 딱 5분만 스트레칭이었다. 책에서 읽어보니 가장 하기 싫고, 힘든 일을 제일 먼저 하라더라. 그러면 그 하루는 그것보다 나빠질 일이 없을 거라며. 그래서 일어나자마자 무조건 5분간 스트레칭을 했다. 더 길어지면 부담감에 안 할 것이 뻔하기에 딱 5분 만이라고 제한을 걸어두었다. 하기 싫고, 시간이 아까운 맘이 들어도 딱 5분인데!라는 생각으로 꾸역꾸역 했더니 어느 순간 이 새벽 5분 스트레칭이 내 루틴이 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내 삶에 스며든 운동 같지도 않은 스트레칭이 내가 운동을 등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뼈 때리는 구절이 나왔다. "부자가 되고 싶다" "언제까지 돈을 모으고 싶다." 사람들은 이렇게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미래는 현재의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야 내일이 온다. 그런데 오늘, 지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장밋빛 미래를 꿈꾼다고 말이다. 돈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오늘 단돈 만 원이라도 모으라고. 어제 본 호호양 유경님 유튜브에서는 그랬다. 내 돈도 관리 못하면 그 사람은 뭘 해도 안된다고. 만 원 모아보기, 내 돈 관리하기 위해 가계부 써보기. 사실 별거 아닌 것 같다. 내 꿈은 100억 부자가 되는 건데 만 원 모아서 언제 그 꿈을 이룰까 싶다. 가계부 조금 쓰고 아등바등 아끼는 걸로 재테크가 될까 싶다. 그런데 사실 그것부터가 시작이다. 뭐든 시작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할 필요도, 위대할 필요도 없다.
새벽 5분 스트레칭은 나에게 건강한 삶이라는 알고리즘으로 돌아왔다. 새벽 5분 스트레칭을 하면서 몸을 움직이는 즐거움을 알듯 말듯 느끼게 되니까 운동을 좀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요가에 등록했고, 나의 새벽 2시간은 족욕하고 운동하는 데 쓰이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인친님의 피드가 내 눈에 들어오고 그냥 한 번 해보자는 맘으로 시작했다. 나는 그리 많지 않은 양이라도 무조건 제시간에 먹어야 한다는 주의라 굶는다는 것에 엄청난 공포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었다. 아침을 먹지 않는 간헐적 단식을 유지하는 중이다. 물론 감기에 걸려서 감기약을 먹느라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쉽게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허기를 달래기 위해 차를 즐겨 마시게 되었다. 카페인이 들어간 차보다는 허브차가 좋다기에 허브차를 내려마시게 되었다. 자연스레 먹는 양도 줄고, 속이 편한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딱히 제한하지 않아도 밀가루가 든 음식이 자연스레 땡기지 않는 마법 같은 일도 생겼다. 새벽 5분 스트레칭->요가->간헐적 단식->차->좋은 식단. 좋은 것이 좋은 것을 끌어당긴다. 삶에 선순환이 일어난다.
생각해 보면 몇 년 전에도 그랬다. 보지 않던 책을 펼치고 나니까 자연스레 새벽 기상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혼자만 깨어 있는 고요한 시간에 모닝페이지를 쓰면서 힘들고 지쳤던 내 마음을 돌아보고, 진짜 원하는 내 삶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들이 쌓여서 오늘의 나를, 그리고 내가 이어가고 있는 모임들을 만들었다.
조급해 하지 않아도 된다. 당장 이뤄야 할 것 같은 마음에 크게 시작하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작고 시시해 보여도 나에게 좋은 것을 시작하면 내 삶의 알고리즘이 날 더 좋은 곳으로 이끌어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