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궤도 2호
관객의취향에서는 매일매일 글쓰는 모임 '글의궤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의궤도 멤버들의 매일 쓴 글 중 한편을 골라 일주일에 한번씩 소개합니다. 아래의 글은 매일 쓴 글의 일부입니다.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만나자마자 개구지게 웃는 얼굴로 부스럭거리며 젤리 한봉지를 내밀던 때가.
"자, 오늘의 조공이야."
데이트마다 새로운 젤리를 선물하며 그는 늘 그렇게 말했었다.
조공.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추어 예물을 바치던 일. 또는 그 예물.
우리 사이의 예물이라며 그가 건네는 것이 꽃도 무엇도 아닌 젤리라서 나는 퍽 좋았다. 젤리를 내가 좋아했으니까. 그게 나를 아는 그의 마음이었으니까. 1000원에서 3000원 사이의 예물.
그는 새로운 젤리를 사는데 가끔은 성공했고 가끔은 실패했다. 소소하지만 내가 먹어보지 못한, 신상 젤리를 사주기 위해 매번 고심한 그의 마음이 담겨있던 200g. 나는 그 200g이 본래보다 늘 더 묵직하게 느껴져 때로 눈물을 참았다. 그가 준 감동적인 순간들 중 하나다.
그 사람 덕분에 처음 먹어본 젤리가 많다. 그가 마지막으로 사준 젤리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젤리이기도 하다. 몇달 전까지 구하기 어려웠는데 최근에 편의점에서 발견했을 때 반갑고도 슬펐다. 오늘 집에 들어가는 길엔 한봉지 업어가야겠다. 가방이 아주 무겁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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