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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그미 Jul 17. 2021

장마철엔 연꽃이지~♡

부여 궁남지

드라마 서동요(2005~2006)와 철인왕후(2020~2021) 촬영지로 널리 알려진 궁남지. 작년엔 너무 늦게 가서 혹시나 못 볼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활짝 만개한 연꽃을 볼 수 있었다.


올해는 너무 서둘러 갔나,

새벽 일찌감치 길을 나서서 7시에 도착해 보니

연꽃이 이제야 뜨문뜨문 피기 시작했다.

7월 10일 현재 개화율 20~30%.

7월 중순을 넘어선 이번 주나, 다음 주쯤 되어야 개화율 70% 이상 돼서 더 볼만할 것 같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궁남지 연꽃은 예뻤다.


궁남지는 충남 부여군 부여읍 궁남로52에 있으며 사적 제135호이다. 634년에 만든 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정원이자,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인공연못으로 '마래방죽'이라고도 불리며 서동공원 안에 있다.(익산 금마면에도 서동공원이 있으니 헷갈리지 마시압!)

궁남지의 역사는 삼국사기 백제 무왕조에 “무왕 35년(634) 3월에 궁남에 연못을 파서 물을 20여 리나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모방하였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백제 무왕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백제의 별궁 연못이다. 또 "39년(638) 봄 3월에는 왕과 왕비가 큰 연못에 배를 띄웠다"는 기록도 있어 연못의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하게 한다. 연못 가운데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고, 그 정자까지 나무다리가 놓여 있다. 궁남지 바로 동쪽에 있는 화지산의 망해정이 푸른 연못에 그림자를 드리워 신선경을 방불케 했다는 기록도 『삼국사기』에 전한다. 신라 조원의 미묘한 맛을 보여 주는 안압지보다 40년 앞서 만들어져서 안압지의 모형이 되었을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현재의 궁남지 모습은 1965년부터 1967년까지 3년간에 걸쳐 내부를 준설하고, 가장자리의 언덕은 흙을 쌓은 후, 수양버드나무를 심은 결과이다. 현존한 궁남지는 13,000여 평이며, 그 주변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토사를 매몰하여 경작지로 이용했다. 정비 이전의 궁남지 모습은 수만 평이 넘는 늪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한다. 궁남지는 '궁궐의 남쪽에 연못을 팠다'는 삼국 사기의 기록에서 나온 이름이다. 긴 수로를 통해 물을 끌어들여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에 섬을 만들었는데, 이 과정에서 백제 토기와 기와 등이 출토되기도 했다.

뛰어난 백제의 조경기술이 남아있는 부여 궁남지는 계절마다 다른 느낌이 연출되는 아름다운 연못정원이다. 7월에는 천만송이 연꽃들의 아름다운 향연인 서동연꽃축제가 열리고, 10~11월에는 다양한 작품으로 꾸며진 굿뜨래 국화전시회가 열려 궁남지의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올해로 제 19회를 맞이하는 부여 서동연꽃축제는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을 논의하고 있는 차라 그간 열심히 준비해온 축제가 축제시작일인 7월 10일 토요일 하루 전에 취소발표가 났다. 원래대로 했다면 열기구 타고 사랑고백, 연지카누체험, 서동가족 선화찾기 챌린지, 리마인드 웨딩 등 다채로운 행사를 체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되었다.


하지만, 궁남지 연꽃이 축제가 취소된다고 안 피는 건 아니어서 이른 시간에도 연꽃을 보러 온 사람들이 제법 있었다. 장마철이라 날도 흐린데, 커다란 망원카메라를 멘 출사족들이 홀로 또는 떼로 다니며 궁남지의 연꽃들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어느 곳에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몽땅 모여서 뭔가를 열심히 찍길래 볼만한 꽃이 피었나? 하고 가봤더니 갈대줄기에 둥지를 튼 새끼새들이 어미새를 기다리며 입을 쩍쩍 벌리며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담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있었던 거다. 또 어떤 나무 아래 사람들이 우~ 하니 몰려서 사진을 찍길래 뭔가? 하고 보니 매미유충이 탈피한 껍질이 버드나무에 붙어있었다. 찍사님들 덕분에 우리도 좋은 구경했다.^^

연꽃축제를 만들게 된 배경에는 서동과 선화공주의 사랑 이야기가 깔려있다. 백제시대 이궁터로 알려진 궁남지 일대에는 아명(兒名)을 서동이라 했던 무왕의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사비시대에 왕궁 남쪽 못가에 궁궐에서 나와 혼자 사는 여인이 궁남지의 용과 교통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바로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 장(璋)이다."

그의 어머니가 용과 교통하여 아들을 낳았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그의 아버지는 왕이거나 태자였을 것이다. 그러나 궁궐 밖의 생활이 궁핍하였으므로 생계유지를 위해 그는 마를 캐다 팔았다. 그래서 그의 아명이 서동이 되었던 것이다. 서동의 어머니는 가난에도 불구하고 그를 정성으로 키웠다. 그는 기골이 장대하고 효성이 지극한 장부로 성장하게 되었다.

어느날 밤, 궁중에서 한 노신이 찾아와 왕의 밀명을 전하였는데 신라의 서라벌에 잠입하여 국정을 탐지하라는 것이었다. 서동은 기꺼이 받아들여 마를 파는 상인으로 위장하여 신라에 잠입, 탐지활동을 충실히 수행해 나갔다. 그러다가 신라 제26대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사랑이 싹텄다. 서로 국적과 신분이 달라 맺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알았으나 헤어질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지혜를 짜내 서동요를 만들어 퍼트리기로 다짐했다. 서동은 서라벌의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서 마를 나누어주며 노래를 부르게 하였다.

"선화공주님은 남 몰래 시집가서 서동 도련님을 밤이면 몰래 안고 간다"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아이들의 입을 통해 온 나라에 퍼져 나갔다. 결국 대궐에까지 알려지게 되어 오해를 받게 된 선화공주는 귀양을 가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미리 알고 있던 서동이 선화공주를 백제로 데려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이다.

축제 조형물인 서동과 선화공주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이 재밌어서 찍고 있는데, 남편이 맞은편에 있는 마스크 안 쓴 서동의 눈빛이 어째 예사롭지 않다고, 밤에 보면 쩜 무섭겠다고 그런다. 그런가? 아래 사진 보시고 판단을~^^

궁남지의 대표건축물인 포룡정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연못을 끼고 도는데, 못보던 조형물이 보인다.

밀양 위양못에서도 보았던 물 위에 둥둥 뜬 달!

요즘 이게 유행인가보다. 가까이 가서 보니, 토끼도 있고 사슴도 있고, 부용꽃도 이제 막 피기 시작했다. 달조형물이 떠있는 연못엔 가시연이 있었는데, 아직 꽃을 피우진 않았다. 에고~ 아무래도 너무 빨리 왔어...ㅜㅜ

축제의 다른 프로그램은 다 취소되었지만, '시와 연꽃의 만남'이란 이름으로 마련된 시화전은 구경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연꽃 사진에 곁들인 시들이 참 좋았는데 그중에 한 꼭지만 소개해본다.(나머지는 아래 사진에)

< 궁남지 연꽃 >

- 백합 임원옥

천년 세월 아득하다

한 조각 붉은 마음

서동을 기다리는

수줍은 선화공주

연분홍

꽃봉오리로

궁남지에 피었네

까치발 모둠발로

오시는 임 기다리며

긴 대궁 둥근 잎에

사랑꽃 달아 놓고

내 사랑

오시는 길을

꽃등 밝혀 맞는다


연꽃이 필 때면 거의 매년 찾는 궁남지다보니, 연꽃만 쓰윽 훓어보고 나오곤 했는데 오늘은 저 안쪽 사비길로 들어가서 '백제오천결사대충혼탑'도 살펴보았다.

백제오천결사대 충혼탑은 서기 660년 백제가 국운이 퇴색하여 나당 연합군의 침공을 받아 위태로움에 처하자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장렬하게 최후를 마친 계백장군과 5천결사대의 원혼을 위령하고자 10만 부여군민의 염원을 모아 세운 탑이다. 1999.9.7 착공하여 2002.11.30 준공하므로써 백제 후예로서 자긍심을 갖게 하고 매년 백제문화제 행사의 하나로 이곳에서 백제 5천결사대 충혼제를 지낸다고 한다.

출정상 뒤에 있는 상징탑인 '백제의 문'은 높이 18m 규모로 백제시대의 치미를 좌우대칭으로 배치하고 중앙 연결부에 인동문이 조각된 형상이다. 백제 정신의 인(仁), 의(義), 신(信), 충(忠)을 나타내며 백제정신과 백제인의 기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중앙 하단의 아치문은 백제인의 예술문화에 대한 우수성을 표현하여 백제의 이미지를 형상화시킨 조형이다.

오천결사대 출정상은 높이 8.8m로 계백장군이 5천 결사대를 이끌고 황산벌 전투에서 4전 4승하는 충정의 기상과 모습을 기마와 보병의 군상으로 표현하여 백제의 문 전면에 대치시켜 충혼탑의 절정을 표현하였다.


이 충혼탑 가는 길에는 따로 마련된 '무궁화동산'도 있다.

우리나라 대표 무궁화들이 종류별로 설명판과 함께 심어져있었는데 아직은 나무가 어려서 꽃이 풍성하게 피진 않았다. 지난 번에 청주 미동산 수목원 갔을 때, 그곳에 잘 꾸며진 '무궁화원'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 궁남지의 무궁화동산을 열심히 봤는데 아무래도 부족하다. 조만간 미동산수목원에 무궁화 보러 다시 가야겠다.

궁남지 동쪽 끝에는 견우직녀 오작교를 본딴 서동선화오작교도 있었다. 작년엔 못 봤던 건데 최근에 새롭게 만든 모양이었다.

다리는 그닥 걷고 싶게 생기지 않았지만, 이 다리 주변에서 바라본 궁남지 연꽃 풍경이 참 좋았다. 우선은 여기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운동하러 나오신 주민들이 이따금 눈에 띈다) 마스크를 벗고 은은한 연꽃향을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고, 연꽃줄기의 키가 작아서 꽃을 예쁘게 찍을 수 있다는 점이 다음으로 좋았다.

동쪽끝에서 포룡정이 있는 궁남지 중심으로 돌아오면서 아까는 보지 못했던 연꽃들을 살피며 주차장으로 돌아왔다. 중간에 화장실을 가느라 주차장 바깥에 마련된 화장실로 가다보니, 백제왕도 핵심유적인 부여 화지산 유적 발굴현장이 있었다. 사진전도 하고 있고, 미리 신청하면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백제 유적들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미리 신청하시길~

길을 걷다보니 홍연 꽃잎이 바닥에 떨어져있길래 주워서 연잎 위에 놓고 연출사진도 찍어봤다. 나중에 백련 꽃잎도 두 장 주워서 짝을 맞춰 대쉬보드에 놓고 기념촬영하고서 궁남지를 떠나왔더니, 연꽃향이 집까지 따라왔다.

장마철엔 역시 연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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