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도 끝이 있어

시간이 약이다

by 전민재

어제 친구들과의 통화가 내게 많은 깨달음과 용기, 희망을 주었다.


“터널도 끝이 있더라.”


친구가 보내준 이 문자가 참 좋았다.


“그래, 이 터널에도 분명 끝은 있을 거야.”


항암치료를 위한 6개월이라는 시간이 너무 아득하게만 느껴지고 8번이라는 횟수가 주는 압박이 있지만 분명히 끝은 있다. 이 명제를 잊지 말아야겠다.


다른 친구와의 통화에서도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자신은 8년간의 깊은 우울에서 최근에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되었다는 걸 알았단다.


“시간이 약이다.”


이 말이 주는 오래된 진실함과 정직함이 있다.

진짜 힘든 시간을 견디고 지내오고 나니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던 것들도 변하더란다. 죽고 싶은 충동에 매일 시달리고 공포감이 들 정도로 자극적인 경험을 해야 마음이 편해져서 혼자 전국방방곡곡으로 여행을 다녔다고 하니 그 속이 오죽했을까? 지금은 진정 무서워서 절대 못 갈 것은 장소들을 그 때는 꾸역꾸역 찾아다녔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때는 정말 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다고 했다.


기적적으로 3수 끝에 경찰대에 추가합격한 친구의 사촌동생. 3수 끝에 점수가 안 나와서 너무 고민하느라 온가족이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갈 지경이었단다. 사촌동생 본인은 상향 지원한 경찰대에 합격이 안 된다면 살 수가 없을 것 같다고까지 말했다고 하니 그 절박함이 가늠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그런데 정말 기적같이 경찰대가 이번에 지원자가 적어서 추가 합격의 기회가 사촌동생에게까지 왔단다. 말 그대로 문을 닫고 들어간 셈이 되었다고. 연락 온지 하루만에 바로 훈련소에 들어가고 입학수속이 끝났다고 하니 추가 합격의 기쁨도 잠시, 바로 훈련이란다.


다시 한번 절감한다.

인생이란 것이 인간이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고 마음대로 그려나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일이 벌어질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앞에서 겸손하고 겸허한 자세로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받아들이고 겪어내고 살아남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보내고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희망하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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