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완주라는 목표를 달성한 비결
그렇게 두렵던 6개월에 걸친 항암치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에서 벗어나 그 당시의 내게 필요한 올바른 질문을 할 수 있었던 것이 중요한 비결이었다.
“이 상황을 해결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겪는 것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여기서 내 삶과 관련하여 무슨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하면서 힘든 순간들을 헤쳐 나왔다. 갑작스런 위기를 맞이한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그 상황에 있는 자신에 대한 판단이나 타인과의 비교를 위한 질문이 아니라 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올바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수 있는 힘이다.
방사선치료까지 모두 마친 후 3개월 만에 병원진료를 갔던 날의 일이다.
유방외과, 종양내과, 재활의학과, 방사선내과.
4개의 과를 아침 8시 40분부터 오후 12시 30분까지 순차적으로 돌면서 지금의 상태와 회복의 정도, 부작용 여부 등을 체크 받았다. 이전의 무거운 마음이 아니라서 그런지 병원나들이가 그렇게 부담스럽지만도 않았다. 특히 종양내과 선생님의 경우 힘든 항암치료의 과정에서 많이 의지하고 내 입장에서는 징징거리는 소리를 쏟아내고 잘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받고 두려움을 떨쳐내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셨던 분이다. 마지막 진료라는 것이 많이 아쉽고 서운했다. 참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동안 제 이야기 잘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밖에 표현할 수 없어서 안타깝고 미안했다. 병으로부터 회복되어 나오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이 새삼스럽게 샘솟았다.
“암이 지금 내게 온 의미는 뭘까?”
“나에게 어떤 메시지를 보내려는 걸까?”
처음 암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로 줄곧 스스로에게 매일 매순간 던지는 질문이다.
병원에 들어서서 이런저런 진료를 받으며 비로소 내가 암환자라는 자각이 들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당면한 현실적인 문제들로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고 조바심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이젠 그런 욕심을 양껏 부리는 것보다 그냥 내게 주어진 일상을 즐겁고 재미나게 영위하는 데에 더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공간이 가진 힘인가? ‘병원에서 유방암 환자역할을 담당하는 나’와 ‘이사를 결정하고 인테리어 견적을 받고 상담하고 결정하는 나’ 사이에 간극이 너무 커서 현기증이 날 지경이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지금여기에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생각도.
제임스 홀리스의 <나를 숙고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소개하는 인생 2막을 위한 인생 질문은 다음과 같다.
“어떤 방향이 나를 확장하는 것인가?”
“어떤 방향이 내가 타고난 본질에 더 가까운 것인가?”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에게 정말로 소중한 사람은 누구일까?“
“이일은 나를 축소시키는가 확장시키는가?”
암과 함께 하는 삶은 인생질문을 매 순간 자신에게 들이밀게 되는 삶이다. 나는 그 삶으로 들어섰다. 고통과 함께.
평소에는 매번 모자를 쓰고 민머리를 감추고 다니던 병원에 모자를 벗고 삐죽삐죽 솟은 짧은 머리카락을 드러낸 채로 돌아다니는 기분 또한 남달랐다. 좀 더 가볍고 경쾌하게, 좀 더 대담하고 자연스럽게 걸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