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산록, 8월 동네 산책길 만남
서울살이 시절 엄마와 종종 동네를 같이 걸었습니다.
일을 보러 동네를 오갈 때마다 동네 곳곳에서 자라고 있는 꽃과 나무에 대해 얘길 나눴습니다.
몇 해 전 추석을 앞두고 기름 짜러 방앗간 가는 길에 길섶에 핀 낯선 꽃이 눈에 들어옵니다.
처음 보는 꽃이라 궁금해 사진을 찍으려니까 엄마가 '분꽃'이라고 알려줍니다.
분꽃은 외국에서 온 원예종이지만 '분꽃' 혹은 '시계꽃'이라는 예쁜 이름으로 불리는 친숙한 꽃입니다.
옛날 시계가 없던 시절에 분꽃 피는 걸 보고 저녁 준비를 했다고 해서 시계꽃이라고 불렀답니다.
까만 씨를 가루 내어 얼굴에 바르는 분으로 이용해 분꽃이라 불렀다네요.
엄마가 어린 소녀 시절에 친구들과 같이 분꽃을 갖고 놀던 옛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새로 정착한 동네 산책길에서 분꽃을 다시 만났습니다.
엄마와 같이 걸으며 분꽃을 만나던 시간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이제 여름이 다 끝나가면 군데군데 활짝 피어있는 분꽃도 모습을 감출 겁니다.
1년에 딱 한 순간 만날 수 있는 귀한 인연인 동시에 엄마 추억이 담겨 있는 분꽃을 반갑게 맞이한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