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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rA Dec 15. 2023

RED로 (  )을 말하다. 그리고 그리다.

프롤로그

우리 크루들은 지난번과는 다르게 가벼운 마음으로 덤볐다. 미술을 짝사랑하는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게 아니다. 8STREET 갤러리와 두 번째 진행하는 그림과 글의 컬래버레이션 테마가 ‘RED’ 였기 때문이다.


12월에 열리는 서울아트쇼에 출품하는 작품 테마가 RED라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게 마련이다. 우리 역시 처음에는 그렇게 단편적이고 직선적인 이미지를 빨갛게 물들여갔다. 하지만 우리는 RED라는 같은 색을 가지고 철저하게 다른 색으로 우리의 마음을, 우리의 기억을, 우리의 상상을 채색하고 있었다. 나와 너의 RED가 달랐고, 내 안에서도 어제와 오늘의 RED가 달랐다. 신이 창조한 고유한 RED는 있을지언정 우리의 RED가 같을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를 던지고 또 던졌다. 하나의 개념에 가둘 수 없는 RED는 우리 각자에게 다른 온도로, 다른 채도로, 다른 명암을 가지고 흘렀다.


그리고 RED안에 숨겨진 극단적인 확장성에 또 한 번 길을 잃었다. 이 붉은 미로를 한번 따라와 볼 텐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볼 수 있는 색은 RED다. 하지만 마지막을 알리는 색 역시 RED다. 설렘 가득한 RED가 끝끝내 감추고 싶은 수치심일 수도 있다. 어릴 적 산타클로스의 선물 상자는 RED로 포장되어 동심을 물들였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텅 빈 마음을 알리곤 한다. 불 같은 사랑의 RED는 언제든지 분노로 변질될 수 있다. 금기의 RED는 관능과 예술로 그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멈춤을 뜻하는 RED가 세상을 바꾸는 혁명일 수 있다. 차가운 곳에 온기를 전하는 따듯한 기운의 RED에 과욕이 더해지면 살상과 공포가 된다. 죽음을 의미하는 검붉은 RED는 희생과 그 이상의 종교적 의미로 확장되기도 한다. RED의 BEYOND에 다시 한번 길을 잃는다.


우리 크루들은 붉은 미로를 빠져나가기 위한 개념의 통로를 만들었다. 온도, 고통, 분노, 관능, 크리스마스, 저항으로 말이다.


당신의 RED는 무엇인가? 하얀 빈 공간에 어떤 개념을 채우고 어떻게 채색할 것인가? 우리 크루들은 (     )을 글로, 8STREET 갤러리 작가들은 작품으로 채울 것이다.


이 세상에 같은 RED는 존재하지 않을 테다. 우리의 글을 통해, 작가들의 그림을 통해 당신의 RED, 이 (    ) 빈 공간이 잠시나마 채워지고 선명해졌으면 한다.


2023 서울아트쇼(2023.12.22~26)에 참여하는 8STREET GALLERY와 함께 했습니다.

원상호, 유영운, 이무웅, 구교수, 안미선, 오길석 6인의 작가, 그들만의 RED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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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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